잇따라 엇갈린 일제 전쟁범죄 배상 판결...왜?

잇따라 엇갈린 일제 전쟁범죄 배상 판결...왜?

2021.06.19. 오전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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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상대 위안부 배상 소송, 석 달 만에 정반대 결론
’국가면제’ 적용 여부 따라 승소·각하 엇갈려
한일 청구권 협정·위안부 합의 해석도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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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위안부나 강제동원 등 일제 전쟁범죄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 판단이 잇따라 엇갈리고 있습니다.

국제법이나 과거 한일 협정 등의 효력을 두고 판사마다 해석이 분분하기 때문인데요.

법관의 독립된 권한이지만, 분쟁을 조정해야 할 법원이 되레 혼란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나혜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1월, 일본군 위안부 범죄에 일본의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은 석 달 만에 2차 소송에서 정반대 결론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용수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난 4월 배상 소송 각하 판결 직후) : 너무너무 황당합니다. 너무 황당해요. 어쨌거나 저는 결과가 좋게 나오든 나쁘게 나오든 간에, 국제사법재판소로 갑니다.]

승소가 확정된 1차 소송 판결도 배상금 강제집행 절차는 시작됐지만, 소송 비용은 일본에 강제로 받아낼 수 없다는 결정에 막혔습니다.

지난 7일 각하된 일본 기업 상대 강제동원 배상 소송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모두 같은 법원에서 나온 판단입니다.

가장 크게 엇갈린 쟁점은 국가의 주권 행위를 다른 나라에서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관습법, '국가면제' 적용 여부입니다.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에선 국가면제를 면죄부로 쓰기에 일제 전쟁범죄의 반인권성이 너무 심각하다고 봤습니다.

반면 일본 쪽 손을 들어준 재판부는 엄연히 주류 국제법 이론인 만큼 따라야 한다며, 소송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는 각하 근거로 삼았습니다.

1965년 청구권 협정이나 2015년 위안부 합의 등 과거 한일 정부가 맺어놓은 약속에 대한 해석도 분분합니다.

강제동원 배상 각하 판결에선 청구권 협정의 구속력을 인정했습니다.

위안부 합의 역시 여러 피해자가 일본 정부 기금을 받은 점 등을 근거로 효력이 있다고 본 판사들이 있는가 하면,

국회 비준도 없는 정부 간 합의가 개인의 배상 청구권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맞서고 있습니다.

일본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본 법관들은 하나같이 외교관계 파장을 우려했습니다.

반면 최근 위안부 피해 배상금을 받아내고자 일본 정부에 재산목록을 내라고 결정한 재판부는 삼권분립에 따라 그건 행정부 몫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지난 7일 강제동원 배상 소송이 각하되자, 당장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은 다른 피해자가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해당 판결문을 변론에 참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헌법상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하는 법관의 판단이 모두 같을 수는 없지만, 반성하지 않는 일본과 오락가락 판결로 얼마 남지 않은 생존 피해자들은 기약 없는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YTN 나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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