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담소]"근무했던 미용실에서 손해배상 소송, 알고보니 계약서에 독소조항?"

[양담소]"근무했던 미용실에서 손해배상 소송, 알고보니 계약서에 독소조항?"

2021.06.16. 오전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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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담소]"근무했던 미용실에서 손해배상 소송, 알고보니 계약서에 독소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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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

□ 방송일시 : 2021년 6월 16일 (수요일)
□ 출연자 : 김지혁 변호사

-개인 간 자유로이 정한 계약조항은 유효
-경업금지조항의 과도성 문제제기 해야
-계약 형태 관계없이 겸업 불가, 사업주 감독 하에 있다면 근로자
-미용실업의 특성상, 5km 제한은 불합리한 규정으로 볼 여지 있어
-관련 판례 활용할 것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양소영 변호사(이하 양소영): 화나고, 답답하고, 억울한 당신의 법률고민, 함께 풀어볼게요. 오늘은 김지혁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 김지혁 변호사 (이하 김지혁): 네, 안녕하세요.

◇ 양소영: 오늘 준비된 사연 만나본 후에 계속해서 이야기 나눠볼게요. ‘저는 2017년부터 3년간 규모가 꽤 큰 개인미용실의 디자이너로 소속 되어 일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주 6일 근무로 일을 했는데, 결혼 후 육아로 출퇴근이 어려워 미용실을 그만두게 되었죠. 그리고 얼마 전, 집근처에 1인 미용실을 개업해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혼자서 꾸려가지만 단골손님들도 조금씩 늘어 미용실이 안정을 찾을 무렵, 이 전에 일했던 큰 미용실 업주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받게 되었습니다. 소송의 내용은 제가 해당 미용실에서 4.7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미용실을 열어 그 미용실이 피해를 보았다는 것입니다. 알고 보니 디자이너로 근무하던 곳에서 프리랜서 계약서를 썼는데. 퇴직 후 인근 5킬로미터 이내에 미용실을 차리거나 다른 미용실에 취업을 하면 2천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조항이 숨어 있었던 겁니다. 저는 이런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죠. 이 손해배상 소송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디자이너로 근무했던 이전 미용실에서 낸 손해배상 소송입니다. 어떤 내용인지 변호사님 다시 한번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

◆ 김지혁: 사례자가 받은 소송을 아무래도 경업금지 의무를 위반했다, 이런 이유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으로 보입니다. 계약서에 퇴직 후에 인근 5킬로미터 이내에서 미용실을 개업하거나 다른 미용실에 취직을 하면 2천만 원을 배상한다는 조항이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무래도 계약서에는 사실 서명하고 도장 찍기만 바쁘지 계약서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지 않아서 이런 일이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

◇ 양소영: 지금 조항이 있는 것을 못 봤다고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인을 하고 도장을 찍은 이상 몰랐다고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럼 이 조항은 어떻습니까? 경업금지 의무 위반인데 5킬로미터 이내에서는 개업을 할 수 없다, 법적으로 효력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 김지혁: 일단 개인과 개인 간에 약정을 한 부분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서 약정을 했다면 원칙적으로 그 조항은 유효하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 양소영: 그런데 4.7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라고 하는데, 인근 5킬로미터면 어떻게 보면 상당히 멀지 않습니까? 차로 한참을 가야 하는 거리인데, 이러면 사실 미용실은 골목마다 많이 있잖아요. 조금 억울하다, 너무 과하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인 것 같아서요. 어떻습니까?

◆ 김지혁: 기존 업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일하던 직원이 인근에서 개점을 하거나 다른 곳에 취직을 하는 등으로 기존 손님들을 빼앗길 수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개점을 막고 싶기 때문에 이런 조항을 넣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도 이 사례 같은 경우에는 범위가 너무 넓지 않나 생각이 되는데요. 광화문에서 홍대입구역까지의 직선거리가 약 4.7킬로미터입니다.

◇ 양소영: 그래요? 엄청나게 멀게 느껴지는데요.

◆ 김지혁: 그렇죠. 대강만 생각해도 그 사이에 수십 개가 아니라 수백 개의 미용실이 사실 있겠죠. 그러다 범위가 넓다는 이유만으로는 해당약정이 무효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 양소영: 그렇다면 사례자 분은 이 소송을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 김지혁: 사례자 분은 해당 경업금지 약정이 자신의 어떠한 권리를 침해하는가에서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국민들 누구나 알고 있듯이 헌법상 직업선택과 수행자유, 근로권, 이런 것들을 침해당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관련된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하더라도 그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상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 양소영: 그 부분이네요. 우리가 아까 얘기했던 게 과도한 제한 아니냐,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 이 부분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거네요?

◆ 김지혁: 맞습니다. 그 유효성을 구체적으로 보면, 사용자의 이익이 얼마나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근로자의 퇴직 전에 어떤 지위에 있었는지, 그리고 경업을 제한하는 기간, 지역, 직종, 경업금지를 조건으로 별도의 대가를 제공 받았는지, 또 공공의 이익은 어떤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고 있습니다.

◇ 양소영: 지금 사례자 분은 근로자는 아니었고, 프리랜서 계약을 하고 계셨던 건데, 이게 판단할 때 조금 다를 수 있겠습니까?

◆ 김지혁: 판례는 기본적으로 근로자임을 전제로 해서 이런 판단을 내린 경우인데요. 대법원은 당사자 사이의 근로계약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아니면 프리랜서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는 그 계약의 실질이 근로자가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다면 근로자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업무내용을 사용자가 정하는지 여부, 사용자의 상당한 지휘감독 유무,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 지정하는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의 정함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 양소영: 그래서 요새는 근로자로 많이 보고 있는 것 같은데요. 사례자의 경우에는 말은 프리랜서 계약이지만 근로자로 볼 여지도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 김지혁: 맞습니다. 사례자 분께서도 프리랜서 계약서라는 형식의 계약을 작성했지만 사례자가 기존 미용실에서 일하면서 인센티브나 이런 것도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정해진 고정급여가 있었고, 휴가, 연차 등의 사용도 사업주의 사전 승인 하에 사용했고, 지각이나 조퇴 시 벌금이나 패널티를 물었고, 또 프리랜서라면 기본적으로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만약 사례자가 다른 미용실에 소위 '투잡'을 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면 근로자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 양소영: 그렇군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이 사례의 경우에 경업금지 위반에 해당하겠습니까?

◆ 김지혁: 일단 이미 소송이 제기되었기 때문에 법원에서 판단을 받아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으로는 해당 경업금지 약정은 무효로 봐야 되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미용실은 단일 자영업 업종 2위에 오를 정도로 단위 범위 내에 점포수가 셀 수 없이 많고, 실제 의뢰인의 기존 미용실과 개업한 미용실의 인근에는 아마 수십여 개의 미용실이 밀집되어 있을 걸로 예상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기존 미용실의 영업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닌 거죠. 이에 비추어 5킬로미터 약정은 사례자에게 너무 불합리한 규정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 양소영: 이와 관련해서 하급심 판례 나온 게 혹시 있을까요?

◆ 김지혁: 네, 아무래도 미용실이 점포수가 많은 만큼 이와 관련된 분쟁들도 사실 많이 있는데요. 하급심 판례들을 몇 개 살펴보면, 보통은 1~2킬로미터, 많아도 4킬로미터 정도의 경업금지 기간을 두고 있습니다.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는 전제로 4킬로미터로 약정한 것은 무효라고 판단한 사례가 있고, 2킬로미터로 약정한 경우에도 근무기간이 짧은 반면 그 주변에 다수의 미용실이 인접해있는 점을 고려하여 경업금지 약정을 무효라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 양소영: 오늘 변호사님이 판례까지 설명을 해주셨으니 사례자 분이 이에 대해서 법원에 그렇게 자료를 제출하고 주장을 해보면 좋을 것 같네요. 변호사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지혁: 고맙습니다.

장정우 PD[jwjang@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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