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응급실 앞에서 쓰러진 택배 기사 '뇌출혈'..."과로 탓"

단독 응급실 앞에서 쓰러진 택배 기사 '뇌출혈'..."과로 탓"

2021.05.28. 오전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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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택배 기사 서 모 씨 쓰러진 채 발견
쓰러지기 전까지 배송…택시 타고 스스로 병원행
진료 못 받고 응급실 150m 앞에서 쓰러져
뇌출혈로 신체 일부 마비되고 말도 하지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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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택배 기사가 뇌출혈 증세로 쓰러지는 일이 또 일어났습니다.

한창 물건을 배송하다 몸에 이상을 느끼고 병원으로 향하다가 응급실 앞에서 쓰러지고 만 겁니다.

가족과 택배노조는 과로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홍민기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신촌동의 대형 종합병원.

토요일이었던 지난 22일, 병원 건물 앞 화단에서 44살 택배 기사 서 모 씨가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곳 병원 앞 화단에서 쓰러져 있던 서 씨는 행인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과 경찰에 의해 바로 옆 응급실로 옮겨졌습니다.

당시 서 씨는 거의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몸 상태가 나빴습니다.

[경찰 관계자 : 일으켜 세웠는데 제대로 몸을 못 가누고 몸을 떨어서 건강에 이상이 있어 보여서 119 불러서….]

서 씨는 쓰러지기 직전까지 담당 구역인 서울 마포구 일대에 물건을 배송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몸에 이상을 느껴 택배 차량을 서강대교 밑에 세워놓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서 씨 가족 : 차가 서강대교 밑에 있으면 서강대교에서 택시를 탄 건데, (병원 앞에) 쓰러져 있다면 간 거겠죠.]

그런데 응급실에서 15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쓰러진 겁니다.

[김인봉 / 전국택배노조 사무처장 : 병원 갔었는데, 병원 코로나 (검사) 때문에 바로 진료가 안 됐던 거고, 밤 11시에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는 게 저희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병원으로 옮겨진 서 씨는 이틀 만에 의식을 되찾았지만, 뇌출혈로 신체 일부가 마비됐고 말도 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가족들은 서 씨가 2년 전부터 로젠택배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코로나19로 업무량이 늘어난 뒤 체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서 씨 가족 : 그전에는 덩치도 있고 그랬는데, 엉덩잇살이나 허벅지살은 많이 빠졌었죠.]

노조 측은 확인 결과, 주 6일 근무에 하루 평균 12시간씩 극심한 노동에 시달렸다며 과로가 뇌출혈의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분류 인력도 따로 없어 아침마다 분류 작업을 직접 했다고도 전했습니다.

[김인봉 / 전국택배노조 사무처장 : 주 평균 6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이라고 보고 있는 거죠. 이런 물량을 이 정도 시간 배송했다는 것은 굉장히 과로에 시달렸다고 보고 있는 거죠.]

그러나 로젠택배는 서 씨가 하루 배송한 물량은 120개 안팎으로 다른 기사들보다 적은 편이었고, 근무 시간도 하루 9시간 정도였다며 과로는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서 씨의 배송 물량과 업무 환경 등을 확인해 노동 강도가 과로사 판정 기준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겠다는 방침입니다.

YTN 홍민기[hongmg1227@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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