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 '동물 가면' 쓴 간호사의 호소..."제발 본 임무만"

[앵커리포트] '동물 가면' 쓴 간호사의 호소..."제발 본 임무만"

2021.05.13. 오후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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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가운에 동물 가면을 쓴 사람들, 바로 간호사들입니다.

어제가 국제 간호사의 날이었는데요. 대리수술·대리처방과 같은 불법 의료행위를 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한 겁니다.

[C 간호사 / 흉부외과 10년 차 : 다른 신체 부위 혈관을 떼서 심장에 붙여야 하는 경우 다른 부위 혈관도 제가 떼고 있고요. 필요한 경우 심장 붙잡고 있는 경우도 있고 다른 봉합 필요한 부위 봉합도 하고….]

[D 간호사 / 중환자실 11년 차 : 염화칼륨이라는 약물이 고위험 약물이거든요. 바로 주사하면 심장이 멎어요. 증류수에 혼합해서 1시간 이상 천천히 약물을 주입해야 하는데 늘 주던 대로 줘, 이렇게 대신 처방을 대신해서 하다 보니까 (간호사가) 용량·용법 몰라서 바로 환자에게 주입하게 돼 사망하는 경우도 생겼거든요. 환자가 안 좋아졌을 때는 책임을 안 지더라고요.]

의료법 2조는 간호사 업무를 '의사나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 27조는 의료인이라도 면허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진료 보조'가 어디까지인지가 핵심일 텐데요.

문제는 병원 역시 앞서 인터뷰에서 나왔던 업무가 불법적 측면이 있다는 걸 사실상 알고 있다는 겁니다.

[D 간호사 / 중환자실 11년 차 : 아예 공지를 합니다. 의료 행위는 간호사가 하고 거기에 '누구 의사가 함' 이렇게 기록을 남기라고 알려줍니다.]

의대 졸업하고 국가고시에 합격하면 전공이 없는 상태로 1년 동안 수련을 합니다. 인턴이라고 불리는 과정이죠.

이후 시험에 합격하면 전공을 부여받아 4년 동안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고, 이 기간이 끝나 또 한차례 시험을 통과해야 전문의가 됩니다.

이때부터 급여가 크게 오르고 대형병원에 남을지, 따로 병원을 차릴지 선택하게 됩니다.

그동안 많은 병원에서 인턴이나 레지던트에게 과도한 업무를 맡겨왔습니다.

하지만 주간 근무시간 제한이나 일부 전공분야 편중으로 인력 부족 문제가 심해졌죠.

전문의를 더 쓰자니 비용 문제가 발생하고, 결국 하면 안 되는 업무를 간호사에게 시키는 겁니다.

대리수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의료용 가위를 들고 수술대 앞에 선 남성, 봉합 시술을 하는 건 의사가 아닌 간호조무사입니다.

지난 2019년 서울 강남 유명 척추병원에서 있었던 일이죠.

이 밖에도 병원 수술실에서의 생일 파티 인증샷 논란 등 수술 관련 구설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대리의료행위 못 하게 수술실 CCTV 도입하자, 의대 정원 늘려서 인력 충원 자체를 쉽게 해야 한다, 의사 더 늘리게 의료 수가를 올려달라는 업계 목소리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옵니다.

아예 의사와 간호사 업무를 확실히 법에 규정하자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김윤 /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 : 어떤 업무를 간호사에게 위임할 수 있는지를 공식적으로 정하고 간호사들이 어떤 훈련을 받아서 위임받아 업무 할 수 있는지를 좀 더 체계화돼야죠.]

보건의료노조는 오는 9월까지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총파업 카드까지 고려하고 있는데요.

인터뷰에 응한 한 간호사는 "진료행위까지 우리가 손댈 수 있게 밥그릇 싸움하는 게 아니다, 책임질 수 없는 일을 해서 환자에 피해 가는 상황을 막아 달라는 것일 뿐"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영상편집 : 김경민 AD
그래픽 : 박지원

박광렬 [parkkr08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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