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견' 낙인 도살장 개들, 해외에선 '환영'·국내선 '안락사 대상'

'식용견' 낙인 도살장 개들, 해외에선 '환영'·국내선 '안락사 대상'

2021.05.09. 오전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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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살장에서 구조된 식용견은 사람과 함께 지내지 못할 거란 편견 탓에 국내 입양이 어려워 해외에서 입양처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해외로도 가지 못할 경우 안락사 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는데,

이런 개들도 여느 반려견과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 잡는다면, 국내에서도 삶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게 동물보호단체의 목소리입니다.

신준명 기자입니다.

[기자]
모래사장을 힘차게 뛰어노는 2살 설악이.

다른 개들과 장난도 잘 치고 애교도 누구보다 잘 부립니다.

"너 공 뺏겼다!"

설악이는 지난 2019년 8월, 충남 천안의 한 도살장에서 식용견으로 길러지다 구조됐습니다.

한 달 뒤 국내에서 가족을 만난 설악이는 여느 반려견 못지않게 건강하고, 사람들과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엔, 개 식용 문화 철폐 청와대 행진의 선두에 서서 식용견과 반려견은 다르지 않다는 목소리에 힘을 보태기도 했습니다.

[이예민 / 설악이 반려인 : 설악이는 다를 게 없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려견과 다를 게 없다. 식용견과 반려견의 구분은 없어져야 한다는 게 목표였어요.]

하지만 설악이와 같은 사례는 국내에선 극히 드뭅니다.

도살장에서 구조된 식용견은 사회화가 안 돼 사람과 함께 지낼 수 없다는 편견 탓입니다.

[이예민 / 설악이 반려인 : 도살장에서 왔다고 하면 불쌍하게 보거나, 피하시거나 그런 경우도 꽤 봤고요. 그런 편견이 보이는 상황들이 참 많아요.]

지난 3월, 경기도 용인의 한 불법 도살장에서 구조된 개 50여 마리는 갈 곳이 없어 한 달 넘도록 도살장에서 그대로 지내야 했습니다.

결국, 국제동물보호단체에 의해 사설보호소로 옮겨진 개들은 현재 해외입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입양이 어려운 것과 달리, 식용견으로 길러진 개들이라는 안타까운 사연이 해외에선 오히려 환영을 받기 때문입니다.

[김나라 /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매니저 : 특별한 사연이 있다 보니까 미국 보호소에 있는 다른 개들보다 관심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이 친구들을 돕는 게 너무 의미가 있는 거니까….]

하지만 이송 비용 등이 마련되지 않아 해외 입양처를 찾지 못하면 결국 안락사를 기다려야 합니다.

[기미연 / 용인시동물보호협회 대표 : 농장 견들이 들어가려면 결과적으로는 50마리는 안락사해야 하는 상황이고. 사실은 언제까지 보호될 수 없는 상황인 거잖아요.]

동물보호단체들은 도살장의 개들도 일반 반려견과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국내 입양의 물꼬도 트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지연 / 동물해방물결 대표 : 식용 개농장이나 도살장에서 구출된 개를 입양하는 가능성 자체를 인지 못 하시는 거 같아요. 행복한 삶의 기회를 주는 것이 국내에서도 충분히 가능하고….]

지난 3년간 한 해 평균 만8천여 마리가 수출되고 있다는 통계만 봐도 구조된 개들의 해외 입양 규모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새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에 더해 식용견이라는 낙인이 찍힌 개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불법 도살장에 대한 철저한 처벌과 단속이 시급합니다.

YTN 신준명 [shinjm7529@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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