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는Y] "가슴 몇 컵이냐" 성희롱에도..."캐릭터에 한 말" 고소 접수도 안 한 경찰

[제보는Y] "가슴 몇 컵이냐" 성희롱에도..."캐릭터에 한 말" 고소 접수도 안 한 경찰

2021.03.08. 오전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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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보는 Y입니다.

게임을 하던 여성이 다른 이용자에게 심한 성희롱 발언을 듣고 고소하러 갔다가 경찰 만류로 못 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게임 캐릭터에게 한 말은 성희롱으로 보기 어렵다며 수사관이 고소장 접수조차 안 해줬다는 겁니다.

신준명 기자입니다.

[기자]
20대 여성 A 씨는 지난달 말 게임 채팅방에서 다른 이용자로부터 성희롱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고 싶다, 몇 컵이냐는 등 모욕적인 말을 쏟아냈고 A 씨는 상대를 차단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계정을 만들어 계속해서 성희롱 발언을 하고 욕설까지 퍼부었습니다.

[A 씨 / 피해자 : 원래는 초반에는 그냥 무시했어요. 차단하거나, 그 얘기 들어도 무시하고 그랬는데, 이런 말도 못할 심한 발언들을 좀 많이 하거든요.]

참다못한 A 씨는 B 씨를 고소하러 경찰서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고소장조차 내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경찰이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A 씨 / 피해자 : 솔직히 기분 나빴죠. 저는 이게 직무유기라고 생각을 해요. 어떻게든 고소장을 못 내게 하려는 그런 티가….]

이유는 사이버공간에서 게임 캐릭터에게 한 말로 볼 수 있어서 실제 이용자에 대한 성희롱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

따라서 모욕죄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게 경찰 해명입니다.

성폭력 혐의 적용도 어렵다며 A 씨를 돌려보냈습니다.

정말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지 법 조항을 찾아봤습니다.

성폭력처벌법을 보면 게임 내 성희롱은 통신 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로 규정돼 있습니다.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데, 지난해 n번 방 사건을 계기로 처벌 수위가 높아졌습니다.

또, 모욕죄와 달리 일대일 대화라도 처벌 가능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사회복무요원 24살 C 씨가 여성 게임 이용자를 상대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을 수차례 올린 혐의로 벌금 2백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적이 있습니다.

사이버공간의 성희롱도 엄연한 범죄인 겁니다.

[주영글 / 변호사 : 모욕죄가 안 된다면 고소장 접수 자체를 막기보다는 죄가 성립하는 통신 매체 이용 음란죄로 고소장을 접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안내해줬어야 수사기관이 제 역할을 다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게임 이용자의 16.7%는 성희롱과 성차별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는데, 쪽지나 채팅 등을 통한 성적 욕설 등이 70.9%로 가장 많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수사기관부터 게임 내 성희롱을 심각한 성폭력 범죄로 보고 대응해야 사회 인식을 바꿔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서승희 /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 경찰서에 갔다가 (고소가) 되지 않는다는 말만 듣고 당황하는 경우가 상당히 있습니다. 온라인상 다양한 성적인 괴롭힘, 성적 모욕에 대해서도 이것이 심각한 성폭력이라는 인식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또, 게임 운영사가 성희롱 가해자에 이용 제한이나 고발 조치를 하도록 강제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YTN 신준명[shinjm7529@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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