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비폭력 신념도 예비군 거부 사유"...첫 확정판결

대법 "비폭력 신념도 예비군 거부 사유"...첫 확정판결

2021.02.25. 오후 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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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종교적 이유가 아닌 비폭력 신념에 따라 예비군 훈련을 거부해온 남성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현역 복무 뒤 예비군까지 대법원에서 인정된 건 처음입니다.

나혜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13년 전역한 A 씨는 이후 5년 동안 16차례에 걸쳐 예비군과 병력 동원훈련에 참여하지 않았다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폭력적인 아버지와 민간인을 학살하는 미군 동영상 등에 영향을 받아 비폭력 신념을 갖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역 복무도 안 하고 싶었지만, 가족이 설득해 어쩔 수 없이 입대했고 더는 양심을 속일 수 없어 예비군 훈련을 거부했다고 털어놨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A 씨가 현역 복무를 마치고도 여러 해 동안 경제적 어려움 등을 감수하고 조사와 재판을 받아 왔다며 진정한 양심에 따라 훈련을 거부했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는데, 대법원 판단도 같았습니다.

예비군 훈련도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만큼 비폭력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정당하다고 본 지난 2018년 대법원 판단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남선미 / 대법원 재판공보연구관 : 종교적 신념이 아닌 윤리적·도덕적 신념 등을 이유로 예비군훈련 등을 거부한 게 진정한 양심에 따른 거라고 봐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수긍한 최초의 판결입니다.]

헌법재판소도 사실상 대법원 판례를 존중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법 조항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각하했는데,

이미 대법원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한 만큼 훈련을 거부하는 사람이 진지한 양심에 따랐는지는 법원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못 박았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비폭력 신념을 내세워 병역을 거부한 시민단체 활동가 등 2명의 상고심에선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두 사람이 각각 비폭력·평화주의보다 군대 문화에 대한 반감으로 병역을 거부했다거나, 폭행 전과가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양심의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오경택 / 양심적 병역 거부자 : (이번 판결로 국가가) 끊임없이 개인의 자유와 신념의 자유를 심사하려 들고 선별하려 든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확정판결이 예비군까지 확대됐지만, 대법원은 깊고 확고한 신념이 증명돼야 한다는 기준을 또 한 번 제시했습니다.

YTN 나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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