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높은 공공보육" 홍보하고...교사들끼리 학대 묵인?

"질 높은 공공보육" 홍보하고...교사들끼리 학대 묵인?

2021.01.22. 오전 05:0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장애아를 포함해 원생들을 상습 학대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어린이집은 국공립인 데다, 대기업의 후원도 받아 큰 주목을 받았던 곳입니다.

하지만 '질 높은 공공보육'이란 설립 취지와 달리, 실상은 교사 전원이 학대에 가담했고, 서로 묵인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습니다.

엄윤주 기자입니다.

[기자]
장애아의 머리채를 잡아끌고, 이부자리로 내려치는가 하면, 13개월 된 영아를 사물함에 넣기까지.

충격적인 장면이 드러난 이곳은 인천 서구청이 대기업 지원을 받아 지난해 3월 개원한 장애아통합어린이집입니다.

질 높은 공공보육을 제공하고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어울려 생활하며 장애에 대한 편견을 줄인다는 취지로 세워졌습니다.

당시 인천 서구청은 개원식까지 열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전체 원생은 19명인데 교사는 장애아 담당 2명을 포함해 6명으로 여느 어린이집보다 많은 편이었습니다.

국공립에다 유아 특수교사까지 있는 곳이라 아이를 맡기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았고, 특히 장애아 부모들은 고마워했습니다.

[피해 아동 학부모 : 저는 선생님을 믿었고, 심지어는 국공립이고, 너무 감사했어요. 자리가 있다는 것 자체가…. 장애아동이 반이 없잖아요. 국공립밖에 없는데 서구 중에서 고르고 골라서….]

이런 어린이집에서 교사 전원이 학대에 가담한 정황이 포착된 겁니다.

혐의가 사실이라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서 매년 교육을 받고, 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가중처벌을 받는 걸 아는 교사들인데도 서로의 범행을 묵인한 게 됩니다.

전문가는 장애아나 영유아들이 학대 사실을 알리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학대가 쉽게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노혜련 /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편한 방법을 택한 것이 아닌가, 또 이 아이들은 장애가 있으니까 집에 가서 일어난 일을 전달하는 게 어려우니까 그런 것들을 악용한 게 아닌가….]

인천 서구청은 지난해 어린이집 정기 점검을 실시했지만, 학대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부모의 신고가 이뤄진 뒤에야 혐의가 드러났고, 질 높은 공공보육을 내세운 어린이집은 개원한 지 열 달 만에 폐쇄됐습니다.

YTN 엄윤주[eomyj1012@ytn.co.kr]입니다.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YTN은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YTN을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온라인 제보] www.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