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검사만 3명째...'잠원동 붕괴 사고' 그때만 떠들썩

담당 검사만 3명째...'잠원동 붕괴 사고' 그때만 떠들썩

2020.11.28. 오전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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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반지 찾으러 가던 예비신부, 사고로 숨져
철거업체·감리 관계자는 2심 재판까지 종료
건축주 등 고소 사건은 1년 넘게 검찰 수사 중
인사 평가 불이익 우려해 사건 묵혀둘 소지도
벌써 3번째 담당 검사 배정…지쳐가는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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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7월, 서울 잠원동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져 근처 차량을 덮친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결혼반지 찾으러 가던 예비신부가 목숨을 잃은 사연이 알려지며 더 안타까움을 샀는데요.

유족들은 아직도 억울하게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김경수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지난해 7월,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져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친 잠원동 건물 붕괴 사고.

철거 안전 수칙은 무시됐고 관리 감독은 부실했던 인재였습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결혼을 앞뒀던 30살 딸을 떠나보낸 가족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사고 피해자(예비신부) 아버지 :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껴요. 애 엄마하고 제가 여기 매주 옵니다. 애 엄마가 오면 훌쩍훌쩍 울어요.]

[사고 피해자(예비신랑) 아버지 : (아들은) 수면제나 정신과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사고현장에서 (예비신부랑) 둘이 같이 저세상에 갔으면 이런 아픔은 받지 않았을 거다. 아버지 엄마 그게 낫지 않았을까' 이런 얘기를 할 때는 정말 가슴이 너무 아팠고요.]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기약 없는 수사 상황입니다.

철거업체 대표와 감리 관계자는 2심까지 재판이 끝났지만, 과실치사 혐의로 건축주와 구청 직원 등을 고소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 1년 넘게 묶여있는 겁니다.

국민신문고에 여러 차례 민원을 넣어보고 검사도 직접 찾아가 봤지만 '수사 중', '검토 중'이란 말만 반복됐습니다.

[사고 피해자(예비신부) 아버지 : (담당 검사가) 서류 뭉치를 책꽂이에 있는 거 보여주면서 이만큼 미제사건들이 있어서 이걸 해야 된다. / '언제까지 할거냐' 했더니 '1년 걸릴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사건 처리가 지지부진하다 보니 피해 배상은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되고 있습니다.

[양진석 / 변호사(피해자 측) : 민사 손해배상 소송은 형사 수사라든지 재판 과정이 완료가 되어야지 불법 행위가 입증이 되어서 진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 (형사 수사라든지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민사 재판도 계속해서 시간만 흘러가는….]

검사의 기소 여부 결정 시한은 따로 법에 정해져 있진 않습니다.

그래서 사건을 충분히 검토할 수도 있지만, 자칫 검사가 사건을 묵혀둘 소지도 있습니다.

기소한 사건이 무죄 판결되면 인사 고과에도 불리하기 때문에, 까다로운 사건은 처리하지 않고 두다가 다른 부서로 가버릴 수 있는 겁니다.

지난 10년 동안 검찰이 기소한 전체 사건 가운데 1심에서 무죄가 나온 경우가 1%를 넘긴 적이 없다는 통계가 이런 정황을 뒷받침합니다.

[승재현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공소유지가 100% 되는 사건만 기소하는 게 아니라 적어도 고소인의 입장에서 충분히 다툴 수 있다면 / 기소를 하는 방향으로 검찰 내부에서 기소의 판단에 대한 준칙이 좀 만들어지는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검찰 인사이동으로 지난 9월, 3번째 담당 검사를 배정받은 유족들은 하염없이 기다리며 지쳐가고 있습니다.

[사고 피해자(예비신부) 아버지 : 잊어버리고 싶어요. 잊어버리려고 한다면 사건이 종료가 되어야죠. 그걸 안 하고 있으니까 1년이 넘도록 계속 시달림을 받는 겁니다.]

[사고 피해자(예비신랑) 아버지 : 대통령께서도 건축현장의 사고라든가, 검찰총장께서도 약자에 의한 사건을 조속히 처리하라고 매스컴에는 맨날 떠들지만, 실질적으로 당사자들에게는 아무런 감흥이 없는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떠들썩한 건 그때뿐, 피해자만 억울할 뿐입니다.

YTN 김경수[kimgs85@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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