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상점 2만여 곳 폐업...'망했습니다' 현수막까지 등장

올 2분기 상점 2만여 곳 폐업...'망했습니다' 현수막까지 등장

2020.10.21. 오후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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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YTN은 자영업자들이 마주한 현실을 연속보도하고 있는데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던 시기인 지난 2분기에 문을 닫은 상점은 2만 곳이 넘습니다.

어떤 업주는 너무 억울한 마음에 '망했습니다'라는 현수막까지 내걸었습니다.

김다연, 홍성욱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기자]
1분기, 그러니까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서울의 전체 상가 수는 39만 천여 개였는데, 지난 6월에는 37만여 개로 뚝 떨어졌습니다.

석 달 만에 2만천 곳이 장사를 접은 겁니다.

업종별로 볼까요?

전반적으로 모두 감소세입니다.

절반 가까이는 음식점, 그야말로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학원이나 교습소가 포함된 학문 교육 분야는 전체의 5%가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비율로 보면 관광·여가·오락 부문의 감소세가 가장 컸는데, 천 곳 넘게 가게를 비웠습니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노래방은 4천3백 곳에서 3천8백 곳으로 줄었는데, 10곳 가운데 한 곳이 문을 닫은 셈입니다.

PC방은 전체의 17%가 가게를 정리했습니다.

상반기 상황은 이렇습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한숨 소리가 가장 컸던 8, 9월의 상황이 반영된다면 3분기 통계 전망도 그리 밝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렇다면 폐업이 자영업자가 겪는 고통의 끝일까요?

폐업하는 과정이나 그 이후엔 문제가 없을까요?

홍성욱 기자가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들어봤습니다.

[기자]
'망했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린 코인노래방.

너무 억울해서 현수막을 달았다는 주인을 만나 속사정을 들어봤습니다.

[박진실 / 폐업 코인노래방 점주 : (불이 다 꺼져 있는데요?) 전기세를 못 내서 한전에서 끊어 주셨어요.]

박 씨는 노래방 기기를 팔 때 가장 속상했다고 말합니다.

23개 방에 있던 반주기와 앰프만 간신히 중고상에 넘겼는데, 손에 쥔 돈은 25만 원뿐입니다.

억을 들여 창업한 박 씨의 심정이 이해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주기와 앰프를 제외한 마이크와 모니터, 스피커 등 다른 기기는 아무리 헐값에 내놔도 사가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어 폐업한 노래방에 그대로 남겨뒀습니다.

동전교환기, 음료 자판기도 마찬가집니다.

3년밖에 쓰지 않은 기기를 팔 곳이 없어 폐기 처분하게 생겼는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남은 계약 기간에 따라 내년 6월까지 다달이 내야 하는 임대료 200만 원과 원상복구비 천만 원입니다.

돈을 마련할 길이 없어 보증금 3천만 원으로 대신하기로 했습니다.

[박진실 / 폐업 코인노래방 점주 : 보증금 저희가 못 가지고 가고… (보증금은 얼마예요?) 3천만 원인데 계약 기간 전에 빼고 보증금 저희가 포기하는 거로 하고 나가기로 했어요.]

폐업한 온갖 가게에서 나온 중고 물품이 모이는 곳은 어떨까?

서울 세운상가를 찾았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중고 노래방기기가 산처럼 쌓여 있다는 얘기와 달리 현장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신곡 업데이트 비용 때문에 중고업자에겐 그리 달가운 물건이 아닙니다.

반주기 한 대당 한 달에 2만 원이 드는데, 중고업자가 매달 이 비용을 부담하게 되면 기기를 팔아도 크게 남는 게 없습니다.

[최영철 / 서울 세운상가 상인 : 저작권료를 저희가 지불하고 신곡을 넣어야 하는데, 그렇게 신곡 값을 입력하고 중고로 팔려면 안 팔려요. 비싸서. 그래서 저희가 중고 인수를 안 하는 거죠.]

줄어든 창업도 폐업한 자영업자에게는 악재입니다.

중고로 물건을 팔려 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는 겁니다.

올해 상반기 숙박과 음식점 창업 수는 8만 2,592건으로, 지난해보다 12% 줄었습니다.

중고 주방용품과 가구 판매장이 모인 서울 황학동의 상인들은 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을 이렇게 얘기합니다.

[주경영 / 서울 황학동 상인 : 강동 종합 주방 대표고요. 한 25년 정도 했고요. 코로나 이전에는 사람들이 소 창업이라도 하려고 했는데요. 코로나 이후 사태에는 아예 창업 자체를 안 하려고 하니까요.]

[주경영 / 서울 황학동 상인 : (중고품)쌓을 데가 없는데 어디에 쌓아요. 쉽게 공짜로 가져와도 관리비용이 들어갈 거 아닙니까? 이런 세(임대료)가 백만 원 이상 들어가니까, 관리비용 때문에 공짜로 준다고 해도 못 가져와요.]

[이경란 / 중고 가구매장 운영 : 문 닫고 망하는 사람은 많이 있죠. 그 사람들도 팔려면 우리가 사와야 하는데 판로가 안 되니까 사지를 못하니까, 그냥 거기서 폐기 처분해요. 그러니 얼마나 고통스럽겠어요.]

[중고 주방용품 상인 : 폐업 뭐 아무나 하나, 돈이 있어야 폐업해요, 폐업도. 공짜로 누가 부숴주는데? 주인은 원상 복구하라고 하는데, 돈이 얼마예요.]

[주경영 / 서울 황학동 상인 : 내가 30년 가까이 (장사)한 사람인데 접을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올해는 어려운 시대이지만 내년은 아마 무서운 시대가 될 거 같아요.]

YTN 홍성욱[hsw0504@ytn.co.kr]입니다.
김다연 [kimdy081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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