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투데이] 죽음 내몰리는 택배 노동자...노동 환경 개선 위한 해법은?

[인터뷰투데이] 죽음 내몰리는 택배 노동자...노동 환경 개선 위한 해법은?

2020.10.21. 오전 10:48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 진행 : 이재윤 앵커
■ 출연 : 진경호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 집행위원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최근 과로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어제 부산에서는 생활고에 몰린 택배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달 들어서 3명, 올 들어 10명이 넘는 택배 노동자가 안타깝게 숨졌는데요. 이제는 하루빨리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들이 잇따르면서 정책 당국도 뒤늦게 오늘부터 긴급 점검에 들어갔습니다. 과연 어떤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택배 노동자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의 진경호 집행위원장이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진 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어제 또 부산의 택배 노동자 한 분이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40대 후반의 기사였는데요. 대리점 갑질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을 하셨어요. 정확한 원인은 아직 조사 중입니다마는 대리점 측에서는 고인이 채무 때문에 힘들어했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고요?

[진경호]
정말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제가 지금 고인의 유서를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내가 차 사고 번호판 사고 권리금 내고 들어왔는데 수입이 200만 원도 안 돼서 나가고 싶은데 나가지도 못하게 만들어서 본인이 세 달째 본인 차에 구인광고를 직접 써서 다녔는데 사람도 안 구해지고 나갈 수도 없고. 로젠 지점장은 화나면 커피잔 집어던지고 그런 갑질이 심해서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일인데 이걸 개인 채무로 인한 자살로 몰고 가는 그 근거는 어디에 있는 건지, 이런 행위는 정말 고인에 대한 모독 행위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지금 유서 내용을 말씀해 주셨는데 그 내용 가운데 보면 보증금도 있고 또 거기에 권리금도 있어요. 도대체 근로계약관계가 어떻게 돼 있기에 이런 게 필요한 건가요?

[진경호]
현장에서는 들어갈 때 택배사가 정말 갑 중의 갑이기 때문에 이런 독소조항이 있어도 일단 일을 해야 먹고살 수 있으니까 그런 불합리한 조항이 있어도 일단 쓰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이 있는 거죠. 그러면 정부나 이런 데서 표준계약서라도 발표해서 적어도 기사들이 이런 정도 수준에서 계약을 해야 된다라고 하는 것들이 필요한데 그런 게 전혀 없어서 현장에서는 정말 불합리라고 불공정한 계약서가 횡행하고 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앵커]
더 이상 택배기사 일을 하기 싫어했는데도 대리점 측에서 이걸 허락을 안 해 줬다, 이건 어떤 얘기입니까?

[진경호]
거기에 권리금도 있고 보증금도 들어가 있잖아요. 그 다음에 내가 이달 일한 수수료도 있잖아요. 그런데 무려 세 달 전부터 얘기를 했는데 이게 못 구해지면 자기들이 구해야 되는 일이잖아요, 택배사들이. 그런데 내가 여기를 그만두면 수수료도 안 주고 권리금도 안 주고 보증금도 안 주니까 울며 겨자먹기로 사람이 구해질 때까지 다닐 수밖에 없는 이런 구조가 돼 있는 거예요. 이건 정말 직업을 이전하는 자유마저도 철저히 봉쇄하는 독소조항 중의 독소조항이다, 저는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근로 계약 자체를 다시 한 번 들여다봐야 되는 부분이 있는 거군요?

[진경호]
네.

[앵커]
30대 택배기사 사망 소식이 전해진 것도 얼마 안 됐는데요. 그게 이달 12일입니다. 앞서 또 30대 택배기사분, 추석연휴 물량 때문에 힘에 부쳐했었다고요?

[진경호]
여기도 고인이 죽기 4일 전에 400개를 들고 나가서 새벽 5시에 퇴근해서 밥 먹고 씻고 그러면 6시에 또 한숨도 못 자고 또 출근했고 심지어 공휴일인 한글날에도 출근했어요. 그러니까 이렇게 배달을 하면 사람 몸이 어떻게 견딜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더 분노스러운 건 한진택배가 30대 청년 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또 고인이 지병이 있었다, 이렇게 발표를 했는데 정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그러니까 고인 동생분이 한진택배 관계자를 만나서 도대체 나도 모르는, 가족도 모르는 고인의 지병에 대해서 이게 무슨 말이냐, 해명 좀 해 봐라 했더니 한마디도 못했었어요. 정말 이러면 안 된다.

[앵커]
회사 측에서는 1차 부검으로 사망원인이 지병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얘기를 했다가 어제는 뒤늦게 입장문을 다시 냈어요. 사망원인 조사에도 적극 협조하고 또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 했는데 달라진 게 있습니까?

[진경호]
그러니까 부검을 했는데 두 달 전에 협심증 증상이 지나갔다 이렇게 나왔어요. 그리고 직접적 사인은 허혈성심혈관계 질환인데 이게 심근경색이고요. 그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이런 심장 관련 질환은 과로사의 대표적인 유형입니다. 이 내용을 가지고 지병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거고 어제 한진택배가 입장문을 발표했는데 그러니까 고인이 지병으로 죽었다, 이렇게 발표한 것에 대해서 사과문을 내려면 이거 정말 우리가 실수했다 이래야 진정성이 느껴질 것 아닙니까. 이 내용은 한마디도 없고 재발방지 대책으로 내놓은 게 기사들에게 물량을 통제하겠다 이런 거예요.

물량을 통제하면 우리 먹고살아야 되니까 수수료라도 그러면 조금 인상해서 적절한 배달 물량과 적절한 수수료를 보장하겠다, 이게 대책이 돼야 되는 거지, 물량만 뺏어가겠다 이건 대책이라고 할 수도 없는 거고 또 사과문을 발표한 주체가 한진택배 임직원 일동이에요. 아니, 이건 사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자가 책임져야 할 문제를 왜 사과의 주체가 배달기사들이 돼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수용할 수도 없고요.

[앵커]
알겠습니다. 지금 택배 노동자가 올해만 12명, 이달 들어서 벌써 3명이나 숨졌는데요. 가장 큰 근본적인 원인, 택배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이 그만큼 열악하다 이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는 거죠? 가장 큰 문제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진경호]
15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의 주요 원인이 분류 작업 문제에 있다라는 건 많이 밝혀지고 있잖아요. 제가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택배기사들은 배달하는 건당 수수료를 받는 구조인데 그 수수료가 700~800원 수준이에요. 그러니까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는 몸이 힘들어도 더 배달을 할 수밖에 없는 이런 구조적 문제가 있는데 우리 국민들이 인터넷 쇼핑몰에서 택배 시킬 때 2500원 평균 가격 지불합니다. 이 중에 770원이 인터넷 쇼핑몰 사업주에게 백마진으로 돌아가요. 이것을 정부에서 나서서 책임 있게 근절시키고 우리 국민들의 택배비가 정상적으로 택배비만 사용하게 되더라도 택배비 인상 없이 택배기사들의 근무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저는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앵커]
수수료가 워낙 낮다 보니까 무리해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 거죠?

[진경호]
그렇죠.

[앵커]
그런데 또 하나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게 산재보험 적용 부분입니다. 지금 택배기사분들이 이렇게 해서 다치거나 사망하시는 경우에도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하는데 이건 어떤 겁니까?

[진경호]
저는 이게 산재보험법 자체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우리 일반 노동자들은 입사와 동시에 산재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보험료도 100% 사용자가 내잖아요. 그런데 택배기사들처럼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적용제외신청서라고 해서 산재보험을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조항을 만들어놨고 보험료도 전부 반을 기사들에게 부담 주는 방식이라서 법 자체가 너무 차별적인 법이에요.

그러니까 이런 빠져나갈 구멍이 있으니까 현장에서 압도적인 지위상 우위에 있는 사용자들이 산재보험료를 아끼기 위해서 강제로 기사들에게 산재보험 적용재해신청서 써, 이렇게 하는 구조가 만연돼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결국 법의 문제다 이렇게 봅니다.

[앵커]
그러니까 산재보험이 강제로 가입해야 되는 보험이 아니고 택배기사분들이 산재보험 제외신청서를 내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는 얘기가 되는 건가요?

[진경호]
거의 사실상 강요에 의해서 쓰고 있는 거죠. 그러면 택배 사장들은 자기가 부담해야 될 산재보험료를 줄일 수 있잖아요. 이런 유혹이 있으니까, 그리고 시키면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니까 당연히 그것에 대한 유혹을 많이 느껴서 택배기사들의 산재 가입률이 13%도 안 됩니다. 87%가 산재보험 가입 대상이 안 돼 있는 이런 구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앵커]
지금 산재 기준 자체를 다시 바꿔야 된다는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고 또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조금 전에 사용료 이야기를 했고 또 조금 전에는 산재보험과 관련돼 있는 얘기를 했 습니다. 또 추가로 살펴봐야 할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진경호]
저는 사실 법 개정 이야기가 정치권이나 국회에서 나오고 있는데 저는 굉장히 회의적으로 봅니다. 사실 과로사로 사망한 택배기사분들 중에 5명이 CJ대한통운에서 발생했어요. 그래서 CJ대한통운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서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 좀 들어보자, 증인채택을 했는데 국민의힘의 반대로 결국 증인채택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증인 하나도 불러내지 못하면서 그것보다 훨씬 어려운 공정을 수반하게 될 법 개정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데 국민적 분노나 이런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시 없던 일로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저는 결국 국민들이 감시자가 되어주셔서 끝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줘야 법 개정 문제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렇게 국민 여러분들께 부탁을 드립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서 특별대책을 서두르라 이렇게 주문을 했었는데요. 이번 기회에 우리 택배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그런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진경호]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