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매출 5만 원에도 꾸역꾸역 영업"...홍대 공실률 10%

"하루 매출 5만 원에도 꾸역꾸역 영업"...홍대 공실률 10%

2020.10.20. 오전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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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들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YTN은 우리 주변의 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을 연속 보도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손님은 급감했지만, 임대료는 여전히 높아 폐업을 결정하는 상인들이 늘면서 상가 공실률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폐업도 돈이 들다 보니 가게를 접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먼저 한 고깃집 사장님의 리포트 전해드리고 이어 김다연, 홍성욱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기자]

[고깃집 사장 : 안녕하세요. 저는 홍대에서 20년 넘게 고깃집을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손님이 오든 안 오든 고기를 직접 썰어서 준비하는 거고요. 보통 한 오후 6시 정도면 가게가 만석인데 지금은 저녁 8시가 돼도 손님이 거의 뜨문뜨문 들어오다시피 합니다. 다슬기 된장 밥도 무료로 드리고 안 해보던 이벤트도 이것저것 하는데 뭐 손님이 와야 하죠. 보통 한 달에 천만 원 팔았다고 치면 코로나19 이후에는 3∼4백 정도? 월세랑 인건비, 음식자재비에 공과금 등 매달 꼬박 나가는 돈만 2천만 원입니다. 한 달에 천만 원 정도가 마이너스란 얘기입니다. 당연히 대출도 받았죠. 받았는데, 지난 5월에 5천만 원 받았고요. 자금이 좀 달려서 다시 또 이번에 신청했는데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이 단계만 넘기면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마저 없으면 버틸 수 없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래서 방송 나가는 것도 사실 반갑지 않아요. 매번 "상권이 죽었네, 어떠네." 하는데 힘든 사람 더 힘들라고 하는 건지. 바라는 거요? 시간이 흐르는 거, 그리고 그냥 장사를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차수 사장님의 이야기를 남 일처럼 들을 수 없는 분들 많이 계실 겁니다.

다른 상인들의 사정은 어떤지, 들어봤습니다.

숨만 쉬어도 돈이 줄줄.

콸콸 쏟아져 나가는 수돗물을 보고 있자니 '돈' 생각이 절로 납니다.

매달 관리비 백만 원에 임대료 350만 원, 인건비 천만 원을 빼면 생활이 빠듯합니다.

여기에 7천만 원 대출금, 마이너스 통장까지 생각하면 눈이 질끈 감깁니다.

운영할수록 적자라 두 달째 가게를 그대로 놀리기만 했지만, 죽자사자 심정으로 다시 장사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심태섭 / 고깃집 운영 : 내가 가게를 나가고 싶다고 해서 무작정 나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죽기 위한 게 아니라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이렇게…. 안주 두 그릇은 팔았나?]

이태원에서 주점을 하는 강창묵 씨는 하루 매출 5만 원이라는 숫자를 보고 눈을 의심했습니다.

변덕을 부리는 코로나19 확산세에 가게 문도 열었다 닫았다 하기 일쑤, 보름 영업하면 다행입니다.

핼러윈이 있던 지난해 10월엔 기본 천 테이블은 가뿐히 넘겼지만, 올해는 안 봐도 뻔합니다.

[강창묵 / 주점 운영 : 개인적으로 중요한 시점이 지금입니다. 어차피 시작한 거니까 이번 연도까지 한번 해보고 아마 결론을 지어야 하지 않겠느냐….]

가게를 접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무책임한 말이 가장 속상합니다.

인테리어 철거를 위해 드는 원상복구 비용, 여기에 밀린 임대료로 보증금까지 까먹어 폐업해도 챙길 돈은 별로 없습니다.

자영업자들은 언제 다시 확산할지 모르는 코로나19 위험 속에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이미 많은 가게는 존폐라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습니다.

버티고 버티다, 결국 가게 문을 닫고 폐업을 결정한 자영업자들도 늘고 있습니다.

서울 도심 곳곳이 이렇게 빈 상점투성이입니다.

대학가는 학생들이 사라졌습니다.

수업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대체됐기 때문입니다.

맞붙은 상점 4곳이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서울 신촌 상인 : 온라인 강의 (영향이) 엄청나게 크죠. 왜냐하면, 원래는 학생들이 점심때는 많이 왔는데 거의 없어요. 지금 낮에도 나와보시면 아시겠지만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어요.]

서울 신촌의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0%였지만, 올해 7.3%로 증가했고, 홍대와 합정동 상권도 공실률이 10%에 달합니다.

외국인 유학생들마저 자국으로 돌아가면서 상가뿐 아니라 하숙·자취 촌도 빈방이 남아돕니다.

[서울 신촌 하숙집 주인 : 방이 다 비어있어요. 방 열 개 중에서 5개 비어 있으니까. 코로나 때문에 중국 학생들이 다 가버렸어요.]

지난 5월 집단 감염 사태가 휩쓴 서울 이태원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점심시간이지만 거리에는 지나는 사람이 없어 적막감마저 흐릅니다.

휴업이나 임대 안내문을 붙인 상점도 한두 곳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문을 닫고 가게를 내놓는 상점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이 이태원역과 이어진 대로변인데, 이 거리에 얼마나 많은 상점이 문을 닫았는지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임대 안내를 붙이고 폐업한 상점이 제가 확인한 것만 11곳입니다.

서울 이태원의 상가 공실률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0%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후 올해 2분기까지 무려 15%까지 치솟았습니다.

줄줄이 폐업한 상점, 늘어난 공실률.

힘겨운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YTN 홍성욱입니다.


김다연 [kimdy0818@ytn.co.kr]
홍성욱 [hsw050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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