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성폭력 피해' 학생 선수 "신고 2∼3%뿐...보복 두려워서"

'폭행·성폭력 피해' 학생 선수 "신고 2∼3%뿐...보복 두려워서"

2020.10.20. 오전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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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심석희 선수가 전 국가대표 코치로부터 수년간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지 2년 가까이 흘렀습니다.

이후 학생 선수 인권침해 실태 조사에 들어간 국가인권위원회가 종합 결과를 내놨습니다.

폭행이나 성폭력 피해를 당한 학생 10명 가운데 8명은 보복이 두려워 신고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희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심석희 / 쇼트트랙 국가대표(재작년) : 폭행은 근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츠계 어디에서도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일이고, 엄벌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심석희 선수의 폭로로 스포츠계 인권침해 실태가 낱낱이 드러난 지난해 1월.

특별조사단을 꾸린 국가인권위원회는 초·중·고등학교 학생 스포츠 선수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했습니다.

1년 반 만에 나온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학생 선수 5만여 명 가운데 신체 폭행은 15%, 무려 8천4백 명 넘게 경험했다고 답했고, 성폭행·성추행 경험자는 7%, 4천 명에 가까웠습니다.

신체폭력 가해자는 주로 코치였고, 성폭력 가해자는 선배 선수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폭행을 당한 중고등학생 10명 가운데 8명은 아무런 대처도 못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복이 두려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라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성폭력 피해 학생 절반 이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신체 폭력 피해 학생 2.1%, 성폭력 피해 학생은 3.6%에 불과했습니다.

상시합숙 관행이 문제였는데, 수업까지 빠진 채 수시로 합숙하다 보니 폭력에 노출돼도 교사나 가족이 알기 어렵고 신고하기 힘들었던 겁니다.

체육계에서 안 좋은 평판이 퍼지면 선수 생활하기 힘들다는 점도 압박으로 작용했습니다.

[이가원 /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 : 체육계 사회가 좁다 보니까 특정인이 인권침해 신고를 했다는 걸 다른 선수나 지도자에게 알려지기 쉬운 상황입니다. 나중에 선수생활에 부정적으로 평판이 나쁘게 작용할 수가 있거든요.]

인권위는 조사 내용을 토대로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시도교육청과 대한체육회에 16가지 정책을 개선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폭행의 주요 원인이 되는 상시합숙 관행을 근절하고, 학교 밖에서도 인권 침해 행위를 감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하며, 신고방법 교육을 강화하라는 내용 등이 담겼습니다.

90일 안에 이행 조치 계획을 받아본 뒤 추가 조치를 검토할 예정입니다.

YTN 박희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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