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1년...실효성 없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1년...실효성 없었다

2020.07.15. 오후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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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년 전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5인 이상 사업장에 모두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하려면 사용자 또는 노동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등 3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 합니다.

당사자와의 관계, 괴롭힘이 행해진 장소 및 상황과 지속성 여부, 그리고 행위의 내용과 정도를 따져보게 됩니다.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피해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 악화라는 결과가 발생한 것이 인정돼야 합니다.

직접적인 처벌 규정은 두지 않았습니다.

상시 노동자 10인 이상 사업장은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징계 등의 내용을 포함토록 의무화한 정도입니다.

이 때문일까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직장인 절반가량은 괴롭힘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각지대도 적지 않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자세한 내용, 나혜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사회복지사 A 씨는 지난달 3년 넘게 일하던 사회복지센터를 그만뒀습니다.

지난해 새로 부임한 센터장의 부당한 지시에 반발했다가 지속적인 폭언과 괴롭힘에 시달린 겁니다.

[A 씨 /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 사회복지시설인데도 자꾸 종교적인 걸 강요해서, 제가 계속 반발을 하고 말을 하니까 싸가지 없는 X이라고 칭하거나, 대체휴무를 쓰려고 하면 계속 거부하는….]

고용노동부에 진정했지만, 돌아온 건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도록 센터장과 권고사직에 합의하라는 말뿐이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괴롭힘 금지법'은 사업장 내 문제에 정부가 강제로 개입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김대환 /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 : 사업주가 자발적으로 개선하는 체계인 겁니다. 계속 문제가 제기 되는 게, 가해자 처벌 규정이 현재 없어요.]

금지법 시행 1년을 맞아 직장인 천 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은 지난 1년 동안 괴롭힘이 줄었다고 답했습니다.

언뜻 보면 효과가 있었던 것 같지만, 긍정적으로 응답한 사람 대부분은 40∼50대, 남성, 관리자였습니다.

오히려 실제 괴롭힘을 경험한 직장인은 1년 전보다 0.9%p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회사나 노동청에 신고한 건 고작 3%.

이마저도 절반은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했고, 43%는 신고했다는 이유로 부당한 처우를 경험했습니다.

[前 홈쇼핑 회사 직원 /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신고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점, 증인까지 확보해 노동청에 진정했는데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직원이기 때문에 괴롭힘 적용 대상이 안 될 수 있다….]

4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이나 파견·특수고용직, 경비원 등 갑질에 취약한 지위에 있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박점규 /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 조치의무를 안 했을 때 처벌조항이 있어야 법이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거로 생각하고요. 사용자와 함께, 사용자에 준하는 지위를 가진 사람들도 이 법의 적용을 받도록 해야….]

이렇다 보니 괴롭힘을 당한 직장인의 62%가 피해를 참거나 모르는 척하고, 32%는 회사를 떠납니다.

1년을 맞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YTN 나혜인[nahi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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