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터뷰] '거리두기로 대세 됐다?' n년째 캠핑 중인 덕후들

[덕터뷰] '거리두기로 대세 됐다?' n년째 캠핑 중인 덕후들

2020.07.11.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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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무언가의 덕후가 된다. 소소하게는 음식에 대한 취향부터 크게는 누군가를 열렬하게 지지하는 덕심까지. YTN PLUS가 [덕터뷰]를 통해 세상의 모든 덕후를 소개한다. 덕터뷰 11화에서는 최근 여행 대신 인기를 끄는 캠핑을 오랫동안 해온 '캠핑 덕후'를 만나봤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여행 대신 캠핑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여전히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있지만 탁 트인 야외공간에서, 비교적 덜 밀집된 상태로 휴가를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휴가철 국내 캠핑장은 예약이 어려울 정도다.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에서도 차량에 텐트를 연결하고 잠을 자는 '차박', 캠핑에서 모닥불을 바라보는 '불멍', 기존 캠핑에 감성을 더한 '감성 캠핑' 같은 키워드가 눈에 띈다.

실제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는 올해 3~5월 자사 신용카드 사용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캠핑장을 이용한 소비자는 1만 9천여 명으로 지난해 대비 20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9에 따르면 지난 5월 26일부터 6월 25일까지 침낭과 캠핑 매트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94%, 캠핑·야외용 테이블은 560%, 캠핑 식기 및 소품 등도 200% 이상 증가했다.

캠핑 열풍이 불기 전부터 오랜 기간 취미로 캠핑을 즐겨온 '캠핑 덕후'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할까. 각각 10년, 6년째 캠핑을 즐기고 있는 두 캠퍼의 캠핑 이야기를 들어봤다.


'캠핑 덕후' 방선우·준식이(가명) 씨 인터뷰

Q. 자기소개

방선우(이하 방): 안녕하세요. 방선우라고 합니다. 캠핑한 지는 10년이 조금 넘어가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전기차를 이용한 차박 캠핑에 푹 빠져서 여기저기 새로운 차박 캠핑을 많이 다니고 있는 중입니다.

준식이(이하 준) : 안녕하세요. 저는 베들링턴테리어 '창식이'랑 같이 6년째 캠핑 중인 캠핑 덕후 준식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Q. 캠핑에 빠지게 된 이유?

준 : 회사를 첫 입사 하고 직장 생활하는 중에 취미 생활을 알아보다가 사색을 즐기는 성향상 캠핑이 맞을 거 같아서 그때부터 캠핑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캠핑가서 '불멍'을 하면서 혼자 생각 정리를 한다든지 그런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좋아서 6년째 꾸준히 계속 캠핑해오고 있습니다.

방 : 저는 어릴 때 아버지랑 같이 캠핑을 간 적이 있는데 막 길바닥 나무 밑에 이런 데서 아버지가 된장찌개 끓이고 코펠 밥을 먹은 기억이 있는데 그게 굉장히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때가 한 5살, 6살 때인 거 같은데 사실 그때부터 캠핑을 좋아하게 된 거 같아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혼자 밖에서 막 불 피워서 라면 끓여 먹는 것도 좋아하고 그러다 성인이 돼서 조금씩 자그마한 버너라든지 이런 걸 구매하게 되면서 스스로 캠핑장을 찾아서 캠핑을 갔어요.

Q. 캠핑, 얼마나 자주 가세요?

방 : 일주일에 두 번씩은 나가는 거 같아요.

준 : 저도 최근에는 일주일에 한 번은 나가는 거 같습니다.

Q. 주로 어떤 캠핑 즐기시나요?

준 : 보통 캠핑하면 백팩에 텐트나 짐을 넣어서 가는 백패킹이 있고 차에 용품을 실어 가는 오토 캠핑이 있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보통 오토 캠핑을 위주로 하는 편이고 반려견 창식이랑 둘이 많이 다니는 편입니다.

Q. 반려견과 함께 캠핑을 다니는 이유?

준 : 창식이는 에너지가 넘치는 강아지라서 항상 산책을 열심히 시켜줘야 돼요. 그러다 보니까 캠핑 가서 마음껏 풀어 놓고 자연 냄새 맡게 하고 뛰어다니게 해요. 그러면 행복해하는 창식이 모습 보는 저도 좋고 창식이도 행복해하는 거 같아서 그때부터 같이 캠핑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가끔 야생 동물, 고라니 소리 들리고 할 때가 있어요. 근데 옆에 창식이 하나 있는 것만으로도 되게 큰 의지가 돼요.

Q. 차박 캠핑을 즐기신다고?

방 : 저는 차에서 잠을 자는 차박 캠핑을 주로 하고 있고 핸드폰으로 위성 지도를 켜서 가고 싶은 지역의 위성 지도를 켜서 차박 장소를 계속 찾습니다. 그걸 이제 장소 헌팅이라고 하죠. 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여기 괜찮은데?'하고. 그런데 국립공원 같은 데선 절대 취사가 안 되기 때문에 취사나 불멍은 안 하게 되고 그 외 지역에서는 조심스럽게 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Q. 캠핑할 때 전기차만의 매력?

방 : '노지 캠핑'이라고 하죠 요즘. 약간 야생 같은 그런 곳을 최대한 찾아서 하려고 하다 보니 가장 큰 문제가 전기예요. 전기가 있고 없고가 캠핑의 질을 높이고 낮추니까 전기차를 구입하게 되면서 가장 좋았던 건 한여름에도 집보다 더 걱정 없이 에어컨을 쐬면서 잘 수 있고 공회전 걱정 없이 굉장히 친환경이기 때문에. 노래도 많이 듣고 이것저것 충전도 많이 하는데 다 전기차에 있는 배터리 전기를 계속 쓸 수 있으니까 전기에 대한 구애를 받지 않고 캠핑을 할 수 있는 게 너무 큰 장점이에요.

Q. 캠핑 요리 퀄리티가 엄청나던데?

준 : 취미가 요린데 아무래도 집에서 요리하면 막 기름 튀고 설거지 뒷정리 (해야 하고) 바비큐 같은 건 집에서 엄두도 못 내니까 평상시에 하기 힘든 요리를 그나마 덜 치워도 되는 캠핑장 가서 많이 하는 편입니다. 전 또 고기 좋아하니까 바비큐, 튀김 요리 많이 하고요. '1박 2일'에서 이승기 씨가 실패해서 완벽한 인생의 유일한 오점이 된 게 '비어캔치킨'인데, 저는 비어캔치킨에 한때 미쳐 살아서 여태까지 한 100번 넘게 이 레시피 저 레시피로 다 만들어봤거든요. 제가 가장 좋아하고 제가 제일 잘하는 게 비어캔치킨입니다.

방 : 저도 스트레스를 요리로 푸는 취미가 있어요. 아무래도 저는 좁은 차 안에서 하는 것도 많고 해서 차 안에서 있을 때랑 차밖에서 뭘 해먹을 때랑 음식 성격이 완전 달라요. 차 안에서는 기름이 튄다거나 냄새를 많이 풍긴다거나 또 화기류를 필요로 하는 요리들은 최대한 안전 문제로 피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 기성품을 가지고 간단하게 퓨전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을 이것저것 하고 있습니다.

Q. 캠핑에 빠지지 않는 술?

방 : 자연에서 술을 먹으면 안 취합니다. 숙취도 없고.

준 : 그렇죠. 괜히 선조들이 풍류를 즐긴다고 술 마신 게 아니에요.(웃음)

Q. 5개월 동안 장박을 하셨다고?

준 : 동계 캠핑은 짐이 엄청 많아요. 가서 설치하는데도 몇 시간이 걸리는데 하루, 이틀만 묵고 오기에는 좀 아까우니까 겨울에는 한자리를 한 달 단위로 렌트해놓고 설치해 놓고 쓰는 걸 장박이라고 하는데 겨울에는 캠핑장도 비수기다 보니까 캠핑장 사장님도 싼 가격에 캠퍼들한테 자리를 제공할 수 있고 캠퍼는 저렴한 가격에 장기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좋아요. 가격은 캠핑장마다 다른데 제가 있었던 데는 한 달에 15만 원이었고요, 조금 비싼 데는 30만 원 받는 데도 있습니다. 퇴근하고 별장 가듯이 캠핑 즐기고 오고 했습니다.

Q. 외국에서도 캠핑하셨다고?

방 : 인도랑 아프리카, 북극에서도 해봤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요?) 아프리카(남아공)입니다. 한국에서는 사실 정말 야생 같은 곳에서 캠핑할 순 없거든요. 근데 대륙 나라들은 버려진 땅도 많고 그러다 보니까 위압감, 몰입감이 굉장히 다르더라고요. 밤 되면 사냥이 시작되니까 여기저기서 야생 동물 울음소리들이 (들려와요.)
갈 때는 기본적인 장비만 좀 들고 갔는데 텐트는 거기 가서 좀 사서 다시 되팔고 오려고 했어요. 근데 아프리카에서 사서 쓴 장비를 꼭 한국에 가지고 가고 싶어서 산 금액의 한 세 배의 요금을 지불하고 수송 요금을 내고 한국에 가지고 왔어요. 지금도 일부는 쓰고 있어요.

Q. 캠핑 장비에 얼마나 투자하나요?

방 : 일주일에 한 2만 원 정도는 투자하는 거 같아요. 캠핑하러 갈 때 쓰는 돈이 있잖아요 먹을 것도 사고. 그런 건 제외하고 그냥 유튜브 영상이나 이런 걸 보면 '저게 너무 탐난다' 싶으면 그걸 검색해요.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 않다 하면 제 걸 중고로 팔고 다시 사거나 그런 식으로 하는데 그런 걸 포함해서 지금 생각해보니까 평균 일주일에 2만 원 정도 쓰는 거 같아요.

준 : 전 얼마 전에 계산해봤는데 총 1,300만 원 정도 썼더라고요. 중간에 사고팔고 감가상각 다 해서 1,300만 원 정도 썼는데 캠핑하시는 분들께 장비를 살 때 추천해 드리는 건 애프터 마켓, 중고 장터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는 품목들을 구입하시는 게 좋지 않나. 그리고 그런 품목들은 어지간하면 본인들 마음에 다 드는 좋은 제품들이어서 그런 제품들을 구입하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Q. 갖고 있는 가장 고가의 캠핑 용품은?

준 : 제 장박용 텐트인데요. 텐트랑 기타 부속품, 이어지는 텐트까지 해서 총 360만 원 정도 하거든요. 근데 너무 만족스러워요. 그리고 지금 당장 그걸 내다 팔면은 산 가격 다 받아낼 수도 있어요. 지금 없어서 못 구하는 제품이라서. 그리고 저는 가서 뭐 없어서 불편함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가급적이면 다 챙겨가요. 다 세팅해놓은 거 보면 배가 부르거든요.

Q. 코로나19 이후 여행 대신 캠핑 수요가 늘었는데?

방 : 요즘 캠핑장 예약 힘들어요. 저 같은 경우는 사람이 가장 없는 노지를 많이 가지만 캠핑장 갈 때 제일 뷰가 안좋고 제일 비인기 자리로 갑니다. 코로나19 피해서 캠핑을 하러 온다고 하는데 거기가 집단 감염이 염려될 만큼 바글바글하거든요.

준 : 원래 유명한 데는 주말에 예약이 힘든데 진짜 지금은 전국에 주말에는 씨가 마를 정도로 자리가 하나도 없어요. 근데 되게 드물긴 한데 캠핑장마다 단독 사이트라고 해서 본인만 쓸 수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이 있어요. 저는 그런 데 위주로 많이 가고요. 마당 있는 지인들 집에도 가서 캠핑 느낌 내면서 같이 놀고 하거든요.

방 : 개인 사유지가 제일 좋죠.

준 : 네. 코로나19 이후로 캠핑장 예약이 힘드니까 주변 그런 지인들 연락 싹 다 돌려가지고 그렇게 많이 다니고 있습니다.

방 : 그래서 요즘 차박이 유행이 된 거 같아요. 저는 차박을 2년 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올해가 되게 유난스럽게 너무 많이 열풍이 불고 있거든요. 그 이유가 차 안에 있으면 옆에 다른 사람이 있다고 해도 난 차 안에서 모든 걸 해결을 하니까.

Q. 처음 캠핑을 계획 중인 분들에게 팁이 있다면?

방 : 처음 캠핑하시는 분들에게 제일 얘기해드리고 싶은 게 캠핑이 적성에 안 맞을 수도 있어요. 보기에는 좋은데 실제 갔더니 벌레도 많고 잠자리도 불편하고 텐트를 치고 걷는 과정이 한 번 갔다 오면 몸살이 날 정도로 진이 빠질 수도 있거든요 사실. 밖에서 자는 게 진짜 쉽지가 않아요. 근데 제일 좋은 부분만 보고 가시기 때문에 주변에 캠핑하시는 분이 있으면 일단 따라가는 걸 추천합니다. 따라가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비를 가지고 캠핑을 해보는 거죠.

준 : 저는 항상 얘기해요. 멀리서 보면 희극인데 가까이서 보면 비극일 수 있다고. 요즘에 또 '캠프닉'이라고 캠프랑 피크닉 두 개를 합친 신조어가 있어요. 그냥 기본적인 테이블, 의자 이 정도만 사서 당일치기로 피크닉 가는 건데 아이템 한두 개 추가되는 게 느낌이 다르거든요.

방 : 지금 이제 딱 여름 피서철이 돼서 캠핑 장비를 구매하시려는 분들이 굉장히 많으실 텐데 제 생각에는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여행을 못 가서 캠핑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고 시작하시는 분들이죠. 지금 평일에 캠핑용품점 가도 박람회 하는 것처럼 사람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분들이 다 새 상품을 사거든요. 근데 분명히 성격에 안 맞아서 캠핑을 접는 사람들이 절반은 넘을 겁니다. 그럼 그 물건들이 다 어디 가겠어요? 중고에 올라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중고가 엄청나게 올라올 겁니다. 가을만 돼도 아마 올라오지 않을까 싶어서 그때를 한번 노려도 될 거 같아요.

Q. 요즘 쓰레기·캠핑 에티켓 문제도 심하다고?

방 : 정말 심해요 정말 심하고 진짜 심한 데는 여기 쓰레기장인가 싶을 정도로 정말 심한 데가 있어요. 발 디딜 틈 없이 인분도 있고요. 그런 곳은 많이 알려진 노지거든요. 요즘에는 제가 위성 지도를 찾는 이유가 안 알려진 노지를 찾으려고 하는 거예요.

쓰레기를 되가져가는 게 정말 쉬운 일이거든요? 근데 안 지키시는 분들은 제가 봤을 때 캠핑을 좋아하시는 분이 절대 아니고, 캠핑 좋아하면 이 자리가 좋으면 나중에 여기를 다시 오고 싶은데, 그러면 절대 더럽히지 않거든요. (더러워지면) 여기가 문 닫아요. 못 들어오게 시에서, 구에서 차단하기 때문에 그럼 내가 좋아하는 장소를 하나 잃는 거라서 캠핑을 좋아하거나 여기 다시 올 사람은 버리지 않습니다.

준 : 캠핑을 오래 하셨던 분들한테 암묵적으로 지켜져 오는 에티켓 같은 게 있어요. 아무래도 코로나19 이후로 새롭게 하시는 분들이 많이 생기면서 그런 분들은 에티켓의 유무를 잘 모르시니까 기존에 하시던 분들하고 마찰이 되게 많아요. 개수대에서 설거지하고 대충 정리 안 하고 그냥 가신다거나 블루투스 스피커를 너무 크게 켜놓는다거나 밤늦게까지 술 마시고 고성방가를 한다거나 이런 부분이 있는데, 에티켓만 잘 지켜지면 오토 캠핑장은 진짜 깔끔합니다. 또 'LNT'(Leave No Trace)라는 말이 있어요. 흔적을 남기지 않고 온다는 뜻인데 캠핑하시는 분들은 자연을 잠깐 빌려서 휴식을 취하다 오는 건데 다음에 또 즐기려면 잘 치우고 깨끗하게 사용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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