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선수 뒤늦게 폭행 시인...태세전환 뒤 '양형 꼼수'?

가해선수 뒤늦게 폭행 시인...태세전환 뒤 '양형 꼼수'?

2020.07.09. 오후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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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선수 이틀 만에 태세 전환…’폭행 시인’
피해 선수 "진정성 전혀 느껴지지 않아"
"자칫 혐의 부인하다 ’괘씸죄’ 적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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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故 최숙현 선수가 폭행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한 경주시청 선배 김 모 선수가 혐의를 부인하던 그동안의 입장을 돌연 바꿨습니다.

폭행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본인도 감독에게 맞았다며 고백했는데요.

향후 재판 과정에서 양형을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엄윤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고 최숙현 선수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김 모 선수는 사과할 마음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가해 선수 : (사죄할 마음 없습니까?) 사죄할 것도 그런 것도 없습니다. 죽은 건 안타까운 건데 폭행한 사실 없으니 미안한 마음 없고 안타까운 마음뿐.]

같은 날 오후 진행한 스포츠 공정위원회에서도 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했는데, 불과 이틀 만에 태세 전환을 한 겁니다.

김 씨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장윤정 선수가 최숙현 선수를 폭행하는 것을 적어도 한 달에 3~4번은 봤으며, 본인 역시 중학생 때부터 훈육을 이유로 김규봉 감독에게 맞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혐의를 부인한 건 도저히 폭행 사실을 말할 분위기가 아니었고 후배들이 국회까지 가서 증언하는 것을 보고 부끄러움을 느껴 용기를 냈다며 최숙현 선수에게 미안하다고 덧붙였습니다.

180도 바뀐 김 씨의 태도에 피해 선수들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반응입니다.

[피해 선수 어머니 : (딸이) 황당해 하죠. 어이없다. 왜냐하면 (국회에서) 바로 옆에 앉아 있을 때 당당한 얼굴로 그런 식으로 말을 했고. 아마 변호사분들이랑 부모 간의 얘기를 했겠죠.]

무엇보다 법률적 조력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거둘 수 없습니다.

[최영희 / 故 최숙현 선수 아버지 : 세 명 다 변호사가 다르니까 먼저 김○○ 변호사가 먼저 치고 나간 듯해요. 변호사 조력을 안 받았겠어요?]

특히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사건인 만큼 자칫 혐의를 부인하다 이른바 '괘씸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김성수 / 변호사 : 상습폭행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처벌이 세지가 않은 데다가 계속 부인하다 혐의가 증명되면 보통의 사건보다 조금 더 과하게 처벌이 될 수 있는데 지금 같은 경우는 자기는 내부 고발자 형태를 취하겠다는 거죠.]

그렇다고 단순히 양형을 위한 뒤늦은 고백이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오선희 / 변호사 : 복합적인 사유가 있을 거예요. 그 상황에서는 말을 못했는데 돌아 가보니 나중에 처벌받을 거 걱정도 되고 마음도 힘들고 변호사의 조언도 있고 각종 사유가 있지 않을까요.]

그간 혐의를 전면 부인했던 '경주시청 3인방'.

이 가운데 한 명의 뒤늦은 고백이 나온 만큼 잘못은 명명백백 밝히되, 자칫 양형을 위한 꼼수로 퇴색되지 않도록 엄격한 잣대가 필요해 보입니다.

YTN 엄윤주[eomyj1012@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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