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view] 평범한 일상으로 가는 길에

[人터view] 평범한 일상으로 가는 길에

2020.06.13. 오전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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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 같은데도 바닷가 같은데도 저희 아이랑 편하게 길을 다니고 싶고 저희 셋이서(가족 모두) 여행을 가본 적이 없거든요. 같이 가고 싶기도 해요."

평범하게 누려왔지만 감염병의 유행으로 잃어버렸다 생각하는 일상.

그런데 훨씬 이전부터 그 평범한 일상을 소망해야 했던 사람들이 있다.

농경사회에서는 노동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전쟁의 시대엔 싸울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상이 아닌 사람.

즉, 비정상으로 분류돼 사회와 격리되었던 사람들.

심지어 1960년대 한국에서는 우리 사회 다수와 다르다는 이유로 혼혈아, 혼외자도 이렇게 불렀다. [1961년 한국장해아동조사보고서 15가지 장애종류 중]

장애인.

[이지혜(가명) / 서울시 가양동 : "어떻게 아이 낳았어요?" 라는 말을 아이랑 다니면 아이한테 얼마씩 쥐여 주면서 '네가 잘 모셔야 돼' 이런 동정 어린 사람들의 시선도 있었고 그냥 있어도 '너 왜 나왔어?' 이렇게 되는데. 코로나 때문에 집 앞에 나가도 '집에 있지~' 이런 시선이어서 (요즘 더) 나가기가 조금…]

사회에서 격리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시선 그리고 격리된 이들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 갑자기 나타난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만든 시스템에도 이런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지혜(가명) / 서울시 가양동 : 활동 보조도 받지 못하는 (중증장애인) 자가격리자에게 생쌀, 야채를 주고 어떻게 하라는 건지. 내가 만약 (코로나19가) 걸렸다고 하면 나는 그냥 이 자리에서 죽어 가야 되지 않나?]

[김창엽 /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 (지금 제도가) 비장애를 기준으로 거기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특별히 다른 기술을 익히거나 오히려 장애인에게 과제를 만들어 놓은. (접근이 어려워) 지금 할 수 있는 수칙들을 못 지키면 장애인들의 위험이 높아지고, 온 사회가 여전히 위험한 거죠.]

우리나라에 등록된 장애인은 261만 명으로 그중 약 90%가 후천적 장애인이다. 고령화, 교통사고, 산업재해 등의 이유로 장애인 수는 매년 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장애를 겪을 수밖에 없는 사회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이지혜(가명) / 서울시 가양동 : (지하철 엘리베이터) 유모차나 노인분들이 더 많이 이용하시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다 편하자고 만들어 달라는 건데 '너네 때문에' 이런 말 너무 많이 듣는 것 같아서 저희가 싸움하니까 이제야 (지하철 엘리베이터) 만들어주고. 저희는 그냥 매사가 싸움인 것 같아요.]

[김창엽 /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 (정치가) 공적인 해결방안에 대한 것을 소홀히 하게 되면 당사자의 목소리가 나오게 되는 건데 굉장히 불리합니다. 약한 고리를 포착하고 이해하고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키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나가는 데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사실 이게 정치의 본래 역할이 아니었나.]

[장혜영 / 국회의원 ('어른이 되면' 감독) : 아주 평범한 시민의 권리가 여기 있는데 장애인들의 권리가 여기 있어요. 그러면 보면서 '아 불쌍하다~' 여기까지는 올려줘요. 그런데 절대로 이렇게 동등한 수준까지는 안 올라오는 겁니다. 왜냐면 동등해지는 순간 안 불쌍하거든요. 필연적으로 여기쯤밖에 있을 수밖에 없는 거예요. 시혜의 눈으로 보면. 지금까지 국회는 이런 거였다고 생각합니다. 불쌍한 장애인 혹은 위대한 장애인이라는 틀만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평범한 장애인을 포착하는 틀은 없는데 그런 평범함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냥 일상을 가진 시민인 것이죠. 장애인이기 이전에.]

[이지혜(가명) / 서울시 가양동 : 1박 2일 이런 여행을 막 가보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도와줄 사람이 없이도) 편의시설이라도 잘 되어 있었으면 힘겹게라도 가서 놀고, 먹고, 자고 올 수 있을 텐데 그런 게 없으니까.]

아이가 가고 싶어 하는 놀이공원에 자유롭게 가고 가족이 함께 1박 2일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일상.

그들이 오래전부터 원했던 일상은 지금 우리가 다시 돌아가길 원하는 평범한 일상과 다르지 않다.

코로나 이후, 무언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는 시대 이미 평범한 일상에서 격리돼 살았던 그들의 삶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은 지금, 이 길 위에서.

버트너/ 김현미[hm2032@ytn.co.kr], 박재상[pjs0219@ytn.co.kr]

도움/ 이지혜(가명), 김창엽 교수 서울대 보건대학원, 장혜영 국회의원 정의당, 조준흠 내레이션,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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