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판단받겠다"던 이재용...檢, 구속영장으로 응수

"외부 판단받겠다"던 이재용...檢, 구속영장으로 응수

2020.06.04. 오후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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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오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외부의 판단을 받겠다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한 직후여서,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는데요.

이번 사건 취재해온 취재기자 연결해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이종원 기자!

먼저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소식부터 정리해보죠.

[기자]
네, 검찰이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조금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과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을 이끌었던 최지성 전 부회장과 김종중 전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함께 청구됐습니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크게 2가지입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사건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과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김종중 전 사장에 대해선 위증 혐의도 구속영장에 적시했습니다.

오늘 영장 청구는 이 부회장 측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해달라고 신청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 전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도, 검찰은 필요한 절차를 관련 규정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대로, 이재용 부회장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신청을 한 상태잖아요,

명칭도 조금은 생소한데, 이건 어떤 의미인지도 설명해주시죠.

[기자]
쉽게 말해서, 처벌 여부를 검찰 독단으로 판단하지 말고 외부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해달라는 겁니다.

검찰은 수사 절차와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 하겠다며, 지난 2018년부터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150명 이상 250명 이하로 구성되는데, 법조계는 물론, 학계와 언론계, 시민단체 등 사회 각 분야 인사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무작위로 위원 15명으로 '현안위원회'를 꾸린 뒤, 기소 여부나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논의해 그 결과를 검찰에 권고하는 형태로 운영됩니다.

관할 지검장은 물론,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도 위원회 소집을 신청할 수 있고 검찰총장 직권으로 열 수도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는 물론, 구속영장 청구 여부도,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위원회 운영규정을 보면 사건 관계인, 그러니까 이 부회장과 같은 피의자나 고소인 등이 소집을 요청한 경우엔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심의대상이 아닙니다.

수사 계속 여부나 기소, 불기소 여부 등에 대해서만 심의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 부회장 측도 수사 계속 여부와 함께 기소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이 부회장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가 담당하고 있는데요,

검찰도 이런 점 등을 고려해, 오늘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위원회가 소집될 경우, 1년 6개월 동안 진행된 이번 수사를, 이제는 마무리할지, 또 이 부회장을 기소할지 등을 놓고 심사하게 됩니다.

[앵커]
그런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고 해서 바로 위원회가 열리는 건 아니라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수사심의위원회에 안건을 올릴지를 결정하기 위해, 관할 검찰청 단계에서 별도의 위원회가 열려야 합니다.

'검찰시민위원회가'가 담당하는데, 위원 15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별도의 '부의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결정합니다.

또 위원회 논의와 결정을 돕기 위해, 주임검사와 신청인 측에서 사건 관련 의견서도 제출해야 합니다.

심의는 양측 의견서를 바탕으로 비공개로 진행되고 참석한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수사심의위원회 부의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양측이 의견서도 준비해야 하고, 또 위원들이 이 내용을 숙지해야 하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죠.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의 바람대로,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릴지는, 빨라도 다음 주는 돼야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러면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릴 경우, 만약 이 부회장을 기소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권고가 나오면,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겁니까?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 헌법과 법률이 준 검찰 권한, 막강합니다.

기소독점주의, 기소편의주의, 기소는 검찰만 할 수 있고, 기소 여부도 검찰만 판단할 수 있죠,

다만 위원회 도입 취지를 고려하면, 담당 수사팀에서 위원회 결정을 번복하기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실제 과거 사례를 보면, 지난 2018년 이후 수사심의위원회가 8차례 열렸는데, 위원회 권고 사항을 담당 수사팀이 모두 따랐습니다.

위원회 규정에도 강제로 따라야 한다는 내용은 없지만, 심의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앵커]
이 부회장이 외부의 판단을 받겠다고 나선 건, 아무래도 검찰보다는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봐야 할까요?

[기자]
네, 재벌 총수가 시민 사회의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나선 거, 좀 이례적이고 전례도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만큼, 코로나19 여파로, 어느 때보다 침체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삼성과 이 부회장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특히 지난달 6일엔 경영권 승계, 무노조 경영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도 했고요,

최근엔 1년 가까이 철탑 농성 중이던 해고 노동자와 보상에도 합의하면서, 현재 여론이 불리하진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오늘 구속영장을 청구할 걸 보면, 검찰 역시 수사 상황에 대해서 꽤 자신감이 느껴지는군요?

[기자]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니, 조만간 영장심사를 거쳐 발부 여부가 결정되겠죠.

검찰 입장에선 수사심의위가 열리기 전에, 먼저 법원의 판단부터 받아보겠다는 전략으로 이해가 됩니다.

만약 영장이 발부되면 혐의 입증이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방증이 되겠죠.

심의위원회 자체가 열리지 않을 수도 있고, 또 열리더라도 위원회 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실제, 이 부회장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이 자충수, 부메랑이 돼 날아올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많았습니다.

2차례 소환 조사에서 완강히 혐의를 부인하긴 했지만, 검찰의 수사 상황을 볼 때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는 건데요.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요청으로, 시간을 버는 일종의 지연 전략을 쓰면서 구속만큼은 피해 보자는 전략이란 관측이 있었던 건데, 오늘 영장 청구로,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검에서 YTN 이종원[jongwo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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