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학도 가능한데"...인하대 의대 부정행위, 솜방망이 징계?

"정학도 가능한데"...인하대 의대 부정행위, 솜방망이 징계?

2020.06.02. 오후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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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YTN이 단독 보도한 '인하대 의대생 집단 부정행위'와 관련해 해당 학생들에 대한 징계 수위가 결정됐습니다.

학교 측은 0점 처리와 함께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는데요.

YTN 취재진이 인하대 학칙을 찾아본 결과, 시험 부정행위는 최대 무기정학까지 가능한 사안입니다.

솜방망이 처벌은 아닌지,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안윤학 기자!

일단, 인하대가 부정행위를 한 의대생들에 내린 징계 내용부터 간단하게 정리해 주시죠.

[기자]
네, 인하대 의대가 어제 오후 늦게 자체 상벌위원회를 열어 부정행위자에 대한 징계 처분을 결정했습니다.

징계 내용은 해당 시험 '0점 처리'와 담당 교수 상담, 사회봉사 명령이었습니다.

부정행위자 전원, 그러니깐 1학년생 50명과 2학년생 41명 등 91명에 적용되는 처분이었습니다.

인하대 의대는 또 1학기 기말고사는 온라인 시험이 아닌 대면평가 방식으로 치르기로 했습니다.

인하대 측은 의대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인정하고 자진 신고한 점과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계 처분의 배경을 밝혔습니다.

[앵커]
일각에선 '부정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는데, 너무 가벼운 징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는데요?

[기자]
네, 사실 인하대 측도 사실상 중징계는 아니라는 점을 인정했는데요.

그래서 저희가 학칙을 찾아봤습니다.

징계는 크게 근신, 90일 이내 유기정학, 90일 이상 무기정학, 퇴학으로 구분하는데요.

시험 중 부정행위자에 대한 규정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있었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훔쳐보는 행위는 '근신', 미리 답안을 준비하거나 시험지를 바꾼 행위는 '유기정학', 그리고 대리시험은 '무기정학'입니다.

인하대 의대생들은 한 데 모여 시험을 보거나 카톡, 텔레그램, 전화 등으로 답안을 협의한 것으로 드러났죠.

그렇다면 이번 의대생들의 행위는 최대 무기정학까지도 가능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앵커]
그렇다면 '0점 처리'는 아예 규정에도 없는 처벌 아닌가요?

[기자]
네, 그래서 0점 처리는 너무 당연하고, 최소 근신은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목소리가 학교 내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의대생들이 보안성이 뛰어난 텔레그램을 이용하거나, 적발이 쉽지 않도록 일부 답안을 다르게 제출하자고 모의하는 등 수법이 좋지가 않았는데도 말이죠.

또 학생들이 쉽게 자백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교수진이 공지를 통해 자진신고를 하라고 설득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의대생들이 자진신고를 한 게 맞느냐, 0점 처리만 한 것은 '솜방망이 징계'가 아니냐,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물론 학칙 중에는 "반성의 기미가 있다고 판단되면, 징계 처분 전 봉사명령과 상담 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고 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인하대 측이 학칙을 어겨가면서까지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 이렇게는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런데 온라인 시험이긴 했지만,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여러 장치도 있었을 텐데, 왜 집단 커닝을 막지 못했을까요?

[기자]
인하대 의대는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문제당 풀이 시간을 50초로 제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집단 부정행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죠.

인하대 내 다른 교양 강의에서는 시험 보는 학생의 손과 얼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제출하게도 했다는데요.

문제가 된 수업에서는 이런 조치가 없었던 겁니다.

1학년생들이 수강한 '기초의학총론'은 심지어 최종 학점에 적지 않게 반영되는 중간고사였지만, 사전조치가 부실했던 셈입니다.

[앵커]
앞으로 이런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 아까 말씀하신 동영상 촬영이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실제 성균관대는 동영상 촬영과 비슷한 부정행위 방지 대책을 아예 메뉴얼로 만들어 전체 학과가 시행하고 있습니다.

성대는 온라인 수업이나 회의를 하는 '웹엑스'라는, 흔히 알려진 '줌'과 비슷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시험을 볼 때, 응시자는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카메라 두 대를 이용해 자신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찍어야 합니다.

그러면 교수진이 웹엑스를 이용해 학생 신분과 연습장 등을 확인하고, 시험이 시작되면 응시자 각각의 화면을 보면서 부정행위를 감독하는 겁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시험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철저한 부정행위 방지대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특히, 사람의 생명을 다루게 될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시험이라면 더욱 그래야겠죠.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YTN 안윤학[yhah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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