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 "편하고 좋지만"...'로켓배송'과 공존 어려운 방역 고민

[앵커리포트] "편하고 좋지만"...'로켓배송'과 공존 어려운 방역 고민

2020.05.28. 오전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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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발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부천 물류센터에서 시작돼서 규모가 더 큰 고양 물류센터에서도 감염자가 나왔습니다.

다른 온라인 쇼핑업체 마켓컬리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당국은 쿠팡 물류센터에서 기본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점에 주목합니다.

[정은경 /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어제) : 구내식당과 그다음에 흡연실인 경우에도 또 마스크를 못 쓰시는 상황이 생기고요. 그리고 작업장에서의 어떤 접촉. 이런 부분들을 감염이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지점으로 보고 있고요.]

확진자가 나왔다면 바로 물류센터를 폐쇄하고 충분히 경과를 지켜봐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확진자 발생 확인 뒤 오전조를 조금 일찍 퇴근시키고 방역을 했지만, 불과 몇 시간 지나 오후조는 정상 출근시킨 겁니다.

쿠팡 측은 3~4시간에 걸쳐 방역과 환기 작업을 했다며 문제가 없다고 해명합니다.

[쿠팡 관계자 : 20, 21, 22, 23일, 24일 방역을 했고, 확진자가 나왔다는 것들을 인지한 순간 또 추가 방역을 한 거죠.]

하지만 방역 당국 설명은 다릅니다.

방역 뒤에도 24시간 동안 충분한 환기 뒤 개장하라고 권고한다는 겁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보건소에서 확진자 통보를 받고도 밀접접촉자가 아닌 직원들에게는 확진 사실을 따로 공지하지 않았습니다.

현장에 출근해서야 확진자가 나왔다는 걸 알았다는 게 근무자들 이야기입니다.

[A 씨 / 쿠팡 물류센터 근무 직원 : 회사에서 관리자분께서 (작업장) 들어가기 전에 알려주셨어요. 확진자가 나왔다. 마스크 꼭 쓰고….]

첫 감염자가 나온 건 지난 23일, 센터가 폐쇄된 건 이틀이 지난 25일 저녁입니다.

이렇게 센터 완전 폐쇄가 늦어지는 동안 근무한 사람 가운데 추가 확진자도 나왔습니다.

이 기간에 감염된 건 아닐 수 있지만, 늦은 폐쇄로 더 확산했을 수 있다는 추론은 가능한 상황입니다.

사실 회사의 지침 없이 근무자가 자발적으로 방역수칙을 지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프면 쉰다'는 게 수칙이지만, 병가나 연차 처리되는 일반 회사와 달리, 당장 하루 쉬면 급여가 그만큼 끊깁니다.

거리 두기 역시 스스로는 어렵습니다.

물류센터로 이동하는 빡빡한 셔틀버스부터, 택배 상·하차 등 고된 업무에 마스크가 훼손될 정도로 땀이 쏟아지고, 짧은 식사시간에는 사람이 몰립니다.

셔틀버스 증차, 교대 식사 등을 할 수는 없었는지 회사 측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당일 배송, 새벽 배송으로 대표되는 속도 경쟁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소비자는 편하고 좋지만, 작업장에서는 근로 효율을 쥐어짤 수밖에 없습니다.

온라인 배송 발달이 일상에 도움을 준 점도 인정해야겠지만, 쿠팡 측의 초기 대응 미흡, 여기에 영향을 준 속도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박광렬 [parkkr08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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