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에 가서 맞자며 협박"...숨진 경비원이 남긴 '음성 유서'

단독 "산에 가서 맞자며 협박"...숨진 경비원이 남긴 '음성 유서'

2020.05.18. 오전 05:17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극단적 선택 전 음성 유서…"극심한 공포 느꼈다"
"힘 없는 경비원 때린 가해자 강력 처벌해 달라"
'음성유서' 15분 분량…"코뼈 골절 피해 증거 되길"
5분씩 세 번에 걸쳐 녹음…가해자 실명 8번 언급
AD
[앵커]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이 '음성 유서'까지 남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YTN이 입수한 녹취 파일을 들어보면, "산에 가서 백 대 맞자"는 등 입주민의 지속적인 협박에 극도의 공포심을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안윤학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아파트 경비원 고 최희석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남긴 음성 유서.

입주민의 폭언과 폭행에 극심한 공포심을 느꼈던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고 최희석 씨 / 아파트 경비원 : 진짜 저 XXX 씨라는 사람한테 맞으면서 약으로 버텼습니다. 진짜 밥을 굶고 정신적인 스트레스, 얼마나 불안한지 알아요?]

나이 어린 입주민의 욕설, 살해 협박까지 있었다고 설명하는 대목에선 목소리는 더욱 떨렸고, 흐느낌은 더 커졌습니다.

[고 최희석 씨 / 아파트 경비원 : 너 이 XX 돈도 많은가보다, 고소하고. 그래 이 XX야, 끝까지 가보자, 이 XX야. 네가 죽던가 내가 죽어야 이 싸움 끝나니깐. 사직서 안 냈다고 산으로 끌고 가서 너 백 대 맞고, 이 XX야. 너 길에서 보면 죽여버린다고.]

얼굴만 봐도 무서웠다고 토로했습니다.

[고 최희석 씨 / 아파트 경비원 : 고문 즐기는 얼굴입니다. 겁나는 얼굴이에요. 저같이 마음이 선한 사람이 얼마나 공포에 떨었겠습니까?]

자신은 힘이 없다며 가해자인 입주민이 반드시 처벌받게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고 최희석 씨 / 아파트 경비원 : 정말 XXX 씨라는 사람한테 다시 안 당하도록, 경비가 억울한 일 안 당하도록 제발 도와주세요. 강력히 처벌해주세요.]

그러면서도 힘이 돼준 이웃 주민에 대한 고마운 마음은 잊지 않았습니다.

[고 최희석 씨 / 아파트 경비원 : ○○○ 엄마, 도와줘서 고마워요.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내 저승 가서라도 꼭 그 은혜 갚겠습니다. ○○○ 엄마 아빠, ○○슈퍼 누님, ○○○○호 사모님, 정말 그 은혜 꼭 갚겠습니다.]

YTN 안윤학[yhahn@ytn.co.kr]입니다.

[앵커]
고 최희석 씨의 '음성 유서' 파일은 모두 3개, 15분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가족은 음성 파일 2개를 YTN에 제공했고 나머지 1개는 경찰이 핵심 물증으로 갖고 있습니다.

고인은 "쌍방 폭행"이란 입주민의 주장과 달리 자신이 일방적으로 맞았다면서 바로 '음성 유서'가 그 증거가 되기를 기대했습니다.

이어서 나혜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아파트 경비원 고 최희석 씨가 '음성 유서'를 남긴 건 지난 4일입니다.

근무지인 우이동 아파트에서 첫 번째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당일입니다.

[고 최희석 씨 / 아파트 경비원 : 저는요, 힘도 없고요. 맞아본 거 생전 처음입니다. (올해 나이) 60인데요. 진짜, 71년생이 막냇동생 같은 사람이 협박하고 때리고 감금시켜 놓고….]

'음성 유서'를 남긴 이유는 뭘까?

최 씨는 입주민에게 코뼈를 맞아 부러졌다며 '음성 유서'가 그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입주민이 "코뼈를 때린 건 경비원의 친형"이라면서 오히려 폭행을 당한 건 자신이니 수술비 2천만 원을 준비하라고 하자 심적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고 최희석 씨 / 아파트 경비원 : XXX 씨라는 사람한테 맞은 증거에요. XXXX호 XXX 씨라는 주민한테 엄청나게 맞은 증거입니다. TV에도 다 나오게, 방송 불러서 공개해주세요.]

음성 유서의 분량은 총 15분.

5분가량씩 세 번에 걸쳐 녹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가운데 YTN은 2개를 입수했는데, 최 씨는 여기서 입주민의 실명을 8번 언급했습니다.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억울함이 서려 있습니다.

경찰이 유족에게도 전달하지 않은 나머지 음성 유서엔 최 씨가 코뼈가 부러졌던 날의 상세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YTN 나혜인입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YTN은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YTN을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온라인 제보] www.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