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들 돌보려 생업 나섰다가"...가족 두고 떠난 가장

"아픈 아들 돌보려 생업 나섰다가"...가족 두고 떠난 가장

2020.05.01. 오후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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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천 화재 희생자 38명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은퇴를 미룬 60대 가장과 세 아들을 키우기 위해 공사 현장 곳곳을 돌아다녔던 30대 가장도 있습니다.

손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물류센터 화재.

60대 A 씨는 두 달 전 공사 업체에 재취업한 뒤 이 현장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은퇴를 앞뒀던 A 씨는 아직 더 일할 수 있을 때, 40년 넘는 경력을 살려 가족들을 돌봐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분향소에 영정 사진으로만 남게 됐습니다.

[A 씨 가족 : 연금도 나오고 그동안에 번 것도 있고 자기는 괜찮은데….좀 더 튼튼한 미래를 주고 싶은 거지, 자기 자식한테.]

인천부터 이천까지, 두 시간이 넘는 출퇴근 길도 마다치 않고 일을 했던 A 씨.

주말엔 몸이 불편한 아들을 살뜰히 돌보는 가장이었습니다.

[A 씨 가족 : 별명이 바른 생활 사나이야 딱 그냥 집, 직장, 교회…. 죽는 순간까지 일했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아들만 셋을 둔 30대 가장도 이번 화재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스무 살부터 고향에서 올라와 낯선 곳에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한 36살 B 씨.

이번 연휴를 앞두고 하루만 쉬었더라면, 세 아들과 지금 함께할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유가족은 눈물을 멈출 수 없습니다.

[B 씨 가족 : 먹고 사는 건 둘째치고 배워야 하잖아. 배우는 중이니까. 더 어처구니가 없는 거지 산 사람이 생각할 때는….]

결혼한 지 이제 1년이 지난 28살 젊은 아빠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일을 시작한 지 겨우 열흘.

일이 서툴러 남들보다 더 힘들어했지만, 쉬는 날이면 반드시 아이와 아내를 보러 갔던 가장이었습니다.

[업체 관계자 : 1년도 안 됐어요. 1년도 안 됐고. 그 주말에 피곤해도 아내와 아기 본다고 꼭꼭 집에 가던 친구예요.]

누군가의 아버지, 동생, 아들이었던 희생자 38명은 한순간의 화재로 더는 가족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YTN 손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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