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있저] 코로나19로 위기에 내몰린 응급환자들

[뉴있저] 코로나19로 위기에 내몰린 응급환자들

2020.02.28. 오후 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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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변상욱 앵커
■ 출연 : 조용수 /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조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코로나19 의심 환자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들이 갈 곳을 잃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전남대병원의 조용수 교수를 전화로 연결해 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조용수]
네, 안녕하세요.

[앵커]
근무하고 계신 전남대병원 응급실에 근무하신다고 얘기 들었습니다.

[조용수]
네,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앵커]
거기서도 확진 환자가 나왔는데 병원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다른 환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니까 상당히 급박했겠습니다.

[조용수]
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다른 병원들은 문을 닫기 때문에 명절 때 제일 환자가 많습니다. 특히 이번 설 명절은 더 힘들었는데요. 마침 그 무렵에 코로나19가 시작돼서 응급실 업무에 더해서 선별진료소까지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정말 정신없이 일을 하던 중에 2차 병원에서 코로나19가 의심된다며 전남대병원으로 환자를 보냈는데 위험 지역을 다녀온 적이 없어서 당시에는 사례정의에는 부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확진검사를 할 수가 없었는데요. 하지만 환자의 CT 소견이 일반적인 폐렴환자와는 달라서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응급실이 아닌 외부음압실로 격리를 했었는데요. 나중에 16번 환자로 밝혀졌던 환자입니다.

[앵커]
만약에 응급실에서 그 환자를 받았다면 그다음에 확진판정이 난 다음에 응급실 전체를 또 폐쇄해야겠다 이런 얘기가 나올 수도 있는 건데 응급실에서 상당히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아예 응급들은 발열이나 호흡기 관련 환자는 아예 안 받으려 한다 이런 얘기도 있고요.

[조용수]
그런 환자를 받게 되면 정상적인 응급실 운영이 일단 불가능해집니다. 말씀하신 대로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면서 열 나는 환자는 아예 보지 않으려는 병원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응급실도 마찬가지고요. 준비가 안 된 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오게 되면 응급실을 폐쇄하고 의료진도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그런 상황을 피하려고 하는 겁니다. 이걸 탓할 수도 없는 게 실제로 그런 상황이 발생되면 남은 병원들로 환자가 전부 몰리기 때문에 지역 내 응급실들이 전부 도미노로 쓰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대구경북 여러 병원이 폐쇄됐었죠. 그래서 관련 증상이 조금만 있어도 선별진료소나 격리 병상을 갖춘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대형병원은 원래부터 중증 응급환자의 비중이 높다는 건데요. 여기에 코로나19 의심 환자들까지 쏟아져 들어보니까 지금 의료진이 감당하기에는 굉장히 벅찬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확진환자가 거쳐간 응급실이나 병동 전체를 폐쇄하는 일들을 지켜보게 되는데 2주간이나 폐쇄를 하면 그런다고 다른 환자가 주는 것도 아니고 진료의 공백이 커질까, 너무 커지는 거 아닐까 이런 우려도 합니다. 현실적으로 꼭 그렇게 2주를 폐쇄해야 합니까?

[조용수]
시설적으로는 수시간 동안 소독 및 환기를 거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폐쇄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문제는 인력인데요. 접촉한 의료진들이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되면 어차피 응급실의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해집니다. 하나 또 생각해 봐야 될 게 확진자에게 노출된 환자들을 안전한 구역으로 재배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중에 중증환자들이 끼어 있게 되면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니까 거죠. 일단 외부가 아니라 응급실 내부에서 확진환자가 발생하게 되면 한동안 정상적인 운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의료진이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살펴보는 데 많은 시간을 쏟게 된단 말이죠. 그렇다면 중증응급환자들의 진료에는 결국 차질이 생기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을 안 할 수 없습니다.

[조용수]
맞습니다. 우리나라 의료의 고질적인 문제가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건데요. 경증 환자도 큰 병원을 무조건 선호하는 형태죠. 그런데 지금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그걸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감염 및 격리를 갖춘 병원은 아무래도 시설과 장비가 좋은 대형병원인데요. 코로나19가 아닌 경증환자들까지 전부 대형병원으로 와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의심환자를 보는 것은 난이도에 비해서 시간 소모가 매우 크다는 게 특징입니다. 기본적인 보호복을 입고 벗는 데만 30분 이상 필요하고요. 모든 처치, 검사 등의 조작을 하는데 준비과정도 굉장히 많이 들고 인력도 필요합니다. 그만큼 다른 중증환자에게는 손길을 돌릴 수 없는 상태인 것이죠.

[앵커]
그런데 대형병원들로 갑자기 많이 쏠려서 대형병원 상황도 어렵다 보니 작은 병원에서 환자를 그쪽으로 보내야겠습니다라고 요청을 하면 이거 안 됩니다, 거부하는 상황도 생긴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환자들은 갈 곳을 잃고 떠돌 수밖에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조용수]
네, 안타깝지만 말씀드렸다시피 격리실 숫자도 부족하고 거기에 투자되는 인력과 시간이 굉장히 크다 보니까 예를 들어 코로나19 때문에 내원한 환자들이 격리실을 전부 선점하고 있게 되면 다른 환자는 격리실이 없어서 순번을 기다리고 있어야 됩니다. 예를 들어 저희 병원에 왔던 환자 중에 폐렴이 동반되어 흉통환자가 있었는데요. 격리실을 배치받지 못하고 뒤늦게 심근경색을 진단받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처하기 때문에 대형병원이라고 무작정 환자 이송을 전부 다 받을 수는 없는 상태인 것이죠. 이런 상태로 현상태가 계속되면 중증 응급환자들마저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서 떠돌 수밖에 없게 됩니다. 코로나19로 직접 사망한 환자보다 코로나19 때문에 제때 진료를 못 받아서 사망한 일반 환자가 더 많아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입니다.

[앵커]
잘못된다면 제때 진료를 못 받아서 다른 병으로 숨지는 환자가 늘 수 있다, 이런 말씀인데요. 그래서 응급진료소, 응급실, 따로 선별진료소 이렇게 복잡하게 얘기할 게 아니라 감염병 전문병원을 지어놨으면 거기로 다들 가면 되는 건데라고 하는데. 이 전문병원에는 어떤 지원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되는 겁니까?

[조용수]
지금 현재 정부와 지자체에서 마련 중인 정책은 크게 2가지입니다. 경증의 코로나19 환자를 전담해서 입원 치료를 하는 감염병 전문병원하고요. 코로나19가 아니라 일반 환자들만 진료하는 호흡기안심병원입니다. 문제는 코로나19를 진단받지도 않고 배제할 수도 없는 환자들인데요. 쉽게 말해서 코로나19가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환자들이죠. 사실 이런 환자가 제일 많을 텐데요. 이들을 전담해서 볼 곳은 현재 없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그 환자들은 전부 응급실 및 선별진료소에서 맡고 있는데요. 이런 상태에서는 앞에서 제가 말했던 문제들이 절대 해결될 수 없습니다. 환자가 응급실을 못 찾고 떠돌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대형병원은 과부하에 시달리고 작은 병원은 환자를 보고 싶어도 못 보는 불균형이 점점 심해집니다. 코로나19 여부가 확인이 안 되어서 생기는 문제인데요. 그래서 코로나19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전담해서 24시간 검사해 주는 공공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지역 내 응급 환자를 적절한 응급실로 배치해 주는 조정기관도 있으면 좋을 거고요.

[앵커]
그렇군요. 공공기관 조정기관 등이 필요하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계속해서 응급실에서 고생이 많으신데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질병으로 아픕니다. 그런데 이거 지금 응급실로 달려가도 제대로 진료를 받을 수 있을까, 이 걱정도 되고 혹시 또 거기에 다른 코로나19 환자가 있어서 감염되는 건 아닌가, 걱정도 많으신데. 그냥 찾아가면 되는 거죠?

[조용수]
제가 말씀드렸던 시스템이 좀 미비한 부분들이 있지만 다들 나름대로의 프로토콜을 가지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고요. 특히 우리나라 의료진 실력이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지금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저를 비롯해서 전국의 모든 의사들이 2배, 3배로 노력 중에 있습니다. 치료에 관해서는 저희를 믿고 오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조용수 교수님, 오늘 고맙습니다.

[조용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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