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브리핑] 성전환수술 강제 전역 논란..."심신장애로 부적합"vs"인권 유린"

[기자브리핑] 성전환수술 강제 전역 논란..."심신장애로 부적합"vs"인권 유린"

2020.01.23. 오후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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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변상욱 앵커
■ 출연 : 이연아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브리핑이 있는 저녁 시간입니다. 성전환 수술을 한 부사관에 대한 군의 강제 전역 결정에 대해 논란이 뜨겁습니다. 이연아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간략하게 상황들을 정리해볼까요?

[기자]
어제 육군 전역 심사위원회가 휴가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희수 하사에게 강제 전역 결정을 내렸습니다. 변 하사는 전역심사위원회에 출석해 여군으로 복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변 하사는 군인권센터와 기자회견을 열고 군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상황을 알리기에
나선 겁니다. 2017년 임관한 변 하사는 육군 결정에 따라 오늘부터 전역자 신분으로 바뀌었습니다.

[앵커]
변 하사의 강제 전역 결정을 두고, 현재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 같습니다?

[기자]
네, 창군 이후 현역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례가 없습니다. 최초 사례이고, 현역 성전환자 장병 관련
규정이 없어 논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는 겁니다. 인터넷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찬반 논란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먼저, 육군 강제 전역 결정 찬성 측에서는 군이 성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문제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성 소수자 존재 자체를 우려하고,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없는, 문제적 존재로 인식하는 시각이 있다는 겁니다. 또 군 내부 성 소수자 인권 실태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내린 성급한 결정이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반면, 육군 강제 전역 결정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함께 근무할 다른 군인들의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즉, 자기 선택권과 인권도 있지만, 변 하사가 여군으로 생활할 경우 다른 여군 등 동료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양측 입장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죠. 육군에서 변 하사에게 강제 전역 결정을 내린 근거는 무엇입니까?

[기자]
네, 육군은 군 인사법이 근거로 이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군인사법에는 전역 결정을 내릴 때 근거가 되는 심신장애 등급표가 있습니다. 신체 장애 정도에 따라 1급부터 11급까지 분류한 것인데요. 육군은 변 하사가 이 가운데 '성기를 제거한 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심신장애 3급을 판정한 겁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육군 본부는 "변 하사의 성전환 수술을 고의적 신체훼손으로 판단하며, 이로 인한 신체 부위 손상이 임무 수행에 어려움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관련해서, 취재를 좀 더 해봤는데요. 심신장애 1~3급 판정의 경우 전역 결정이, 4~5급의 경우 보류 결정이 내려지는 것이 일반적이긴 했습니다. 또 절차상으로 봐도, 등급 판정 후 의무조사와 의무심사, 전역심사위까지 거쳐 내린 결정이라 적법하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군 입장에서는 법령에 근거해 내린 합당한 결정이라는 거군요. 그런데, 변 하사나 인권단체에서는 어떤 점이 문제라고 보는 건가요?

[기자]
변 하사 측은 육군 전역 강제 결정이 일종의 성별 변경에 따른 성차별 행위라고 주장합니다. 성전환자 복무 관련 현행 법령과 규정이 없는데, 육군이 성전환을 무조건 심신장애라고 판단한 게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또 이 심신장애 판단을 근거로, 변 하사가 근무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데도 무리하게 전역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차별'을 우려해 육군의 전역심사위원회를 연기하라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 인권위는 현역 복무 중 성전환자에 대한 별도 입법이나 전례가 없다는 점, 또 성전환 수술을 심신장애로 판단한 결정이
성별 정체성에 의한 차별행위와 관련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한 겁니다. 현재 변 하사 측은 육군본부를 상대로 전역 결정이 부당하다는 인사소청을 청구하고, 행정소송까지 검토한다는 입장입니다. 오늘 오후에는 한 변호사단체에서 사실상 인권유린이라며, 강제 전역을 규탄한다는 성명서까지 발표했습니다.

[앵커]
인권위에서도 지적을 했지만, 현재 성전환자에 대한 별도 입법이 있거나, 전례가 없다는 점도 이번 논란을 키운 원인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요?

[기자]
전 세계적으로 19개 국가에서 성전환자에게 군 복무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핀란드,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이 있고요. 호주, 캐나다, 이스라엘도 허용합니다. 아시아 중에서는 태국이 유일하게 성전환자 군 복무를 허용하고 있지만, 부분적 허용입니다. 미 국방부에서는 현재 복무 중인 성전환 장병은 8900여 명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내는 상황이 어떨까요? 성전환자나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아예 규정이 없거나 정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적절한 역할을 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논란을 통해, 성소수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 사회에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공론화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 같습니다.

이연아[yalee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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