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선고 연기...재판부 "킹크랩 시연 봤다" 잠정 결론

김경수 선고 연기...재판부 "킹크랩 시연 봤다" 잠정 결론

2020.01.22. 오전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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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4일 항소심 선고 한 차례 미뤄져
어제 선고도 또 미뤄져…재판부, 변론 재개
"댓글 순위 조작 업무방해에 가담 여부가 쟁점"
김경수 측, 킹크랩 시연 본 적 없다고 줄곧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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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선고가 어제 또 한 차례 미뤄졌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현 상태에서 최종 결론을 내리기 어려워 '추가 심리'가 필요하면서도, 김 지사가 댓글 조작 프로그램 시연을 봤다는 중간 결론을 내놨습니다.

그동안 시연 자체를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해온 김 지사 측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남은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강희경 기자!

앞서 김 지사의 선고는 지난해 한 차례 미뤄졌는데요.

어제 선고는 어떤 이유로 미뤄졌던 건가요?

[기자]
김경수 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원래 지난해 12월 24일 내려질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가 한 차례 기일을 연기하면서 어제로 다시 선고 공판이 잡혔는데요.

또 한 번 선고를 미루면서 이번에는 아예 변론을 재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어제 열린 재판에서 A4 용지 7장 분량으로 변론 재개 이유와 앞으로의 심리 방향, 계획 등을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직 현 상태에서 최종적인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적기에 사건을 처리하고자 노력했지만, 사건을 재개해 불필요한 추측과 우려를 드린 데 대해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앵커]
재판부가 변론 재개 이유를 밝히면서 김 지사가 댓글조작 프로그램, 즉 킹크랩 시연을 본 게 인정된다, 이렇게 중간 결론을 내렸는데요.

어떤 맥락에서 그런 판단이 나온 건가요?

[기자]
요약해서 말씀드리자면, 재판부가 중요 쟁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제대로 심리가 이뤄지지 못한 만큼, 일단 중간 판단을 내린 뒤 추가적인 심리에 나서자는 취지입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가장 주된 공소사실이 댓글 순위 조작과 관련한 업무방해이고, 여기에 김 지사가 가담한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특검은 킹크랩 개발과 운영이 김 지사의 지시 또는 승인하에 이뤄졌고, 킹크랩 개발 후 작업 결과도 김 지사에게 보고됐다며 김 지사가 드루킹과 공모해 범행했다고 보고 기소했는데요.

김 지사는 킹크랩의 개발과 운용 자체를 몰랐고, 시연도 본 적 없다며 줄곧 무죄를 주장해왔습니다.

재판부는 이런 김 지사 측 주장에 따라 항소심에서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킹크랩 시연을 했는지 여부에만 심리가 집중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각종 증거를 종합하면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김 지사의 주장과 달리 실제 킹크랩 시연을 봤다는 사실이 증명된다며, 이러한 결론을 바탕으로 김 지사가 킹크랩을 통한 댓글 순위 조작 활동에 공모했는지를 추가로 파악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일단 킹크랩 시연은 본 걸로 잠정 결론 내리고 추가 재판에서 공모 여부를 판단하는 얘기인데 어떤 쟁점들이 주로 다뤄질 예정인가요?

[기자]
재판부에서는 추가 심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크게 8가지 쟁점을 제시했습니다.

킹크랩 시연회를 본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여 개발을 승인했다는 취지의 드루킹 일당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또 드루킹이 단순한 지지자였는지, 공통된 정치적 목표를 가진 긴밀한 관계였는지 등이 밝혀져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드루킹이 언론 기사 목록과 함께 "처리했습니다"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을 김 지사가 문제 삼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또 김 지사가 19대 대선과 경선 과정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자와 민주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심리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재판부는 양측의 공방을 토대로 한 심리 결과가 김 지사의 죄 성립 여부와 책임의 정도, 양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지금으로선 재판부가 김 지사 측 방어 논리와 정면으로 반대되는 판단을 내린 셈인데요.

김 지사로서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군요?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의 파주 사무실을 방문한 건 맞지만, 킹크랩 시연 장면은 보지 않았다고 완강히 부인해왔는데요.

항소심에서 구글 타임라인 등을 제시하며 이 부분 주장을 입증하는 데 주력해왔는데, 김 지사의 주요 방어 논리가 사실상 깨진 겁니다.

다만 재판부는 김 지사가 시연을 본 것이 곧바로 공모관계로 나아간다고 판단하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김 지사는 이제 사실관계를 통한 무죄 입증보다는 공동정범 성립 여부 등 법리 다툼을 통해 무죄를 주장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 지사 측 변호인도 어제 재판부의 판단에 당혹감을 나타내면서도 추가 소명 자료를 제출하는 등 앞으로의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옥형 / 김경수 지사 측 변호인 : 법원 재판이라고 하는 것이 판단이 나와 봐야 알 수 있는 것이지, 어쨌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저희 생각과 너무 다른 얘기를 하셨기 때문에 조금 더 저희도 검토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재판이 앞으로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선고도 그만큼 늦춰지겠군요?

[기자]
재판부는 우선 다음 달 21일까지 8가지 쟁점에 대한 특검과 변호인 측 의견서를 받을 예정입니다.

이후 오는 3월 4일까지 이에 대한 양측의 반박 서면을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이후 3월 10일 다음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그 이후의 일정은 공지되지 않았는데요.

변호인 측은 재판부가 요구한 내용에 대해 증거 수집 절차에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최소한 5월에서 6월까지는 재판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음 공판 이후에 곧바로 선고기일이 잡힌다고 해도 4월 중순은 넘어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항소심 선고는 4월 총선 뒤에야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부는 재판이 길어져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사건에 대해 국민 누구라도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고등법원에서 YTN 강희경[kanghk@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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