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뉴스] 동물 구충제 펜벤다졸, 기적의 항암제?

[3분뉴스] 동물 구충제 펜벤다졸, 기적의 항암제?

2019.11.23. 오후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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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동물 구충제가 때아닌 품귀 현상을 빚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동물 구충제로 말기 암을 치료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구충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늘고 있기 때문인데요.

병세가 호전됐다는 복용 후기가 인터넷과 SNS상에서 잇따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복용 금지를 권고합니다.

동물 구충제, 펜벤다졸을 둘러싼 논란을 3분 뉴스에서 정리했습니다.

[기자]

폐암 4기를 선고받은 가수 겸 개그맨 김철민 씨, 요즘 많은 분이 김 씨의 투병에 깊은 관심을 보입니다.

최근에는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며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는데요,

얼마 전 안타깝게 사망한 유튜버도 있습니다. 직장암 4기였지만, 병원의 항암치료 권고를 거절하고 자가치료를 하며 특별한 투병기를 영상으로 공유해왔습니다.

이 두 사람의 공통점, 모두 이 약을 먹었다는 점인데요. 오늘 3분 뉴스는 논란의 약, 개 구충제 '펜벤다졸'에 대해 이야기 해봅니다.

■ 단돈 5달러짜리 항암제?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병이 몇 가지 있죠. 그 중 '암'은 그 이름만으로도 참 무서운 병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인터넷에서는 개 구충제로 암이 완치되었다는 '조 티펜스' 라는 사람이 등장했습니다. 놀라운 이야기였습니다. 그가 사용한 개 구충제는 고작 5달러짜리 펜벤다졸 성분의 '파나쿠어'라는 약이었으니까요.

그의 이야기는 큰 파문을 가져왔습니다. 개 구충제는 품절사태가 일어났고, 비슷한 성 분의 구충제들의 판매량이 급증했습니다. 암 환자들은 개 구충제로 자가치료(자가 임상)를 시작했고 식약처에서는 해당 약품의 오남용을 경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이 개 구충제,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요?

■ 구충제가 암 억제 효과가 있다고?

사실 구충제의 항암효과에 관한 연구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2000년대 초부터 해 당 성분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구충제는 기생충의 당 섭취를 막아 기생충을 굶겨 죽이는 형태로 작용합니다. 암 억제 효과도 비슷한 원리로 작용하는데요. 암세포도 주 에너지원은 당이기 때문입니다. 펜벤다졸이 암세포의 성장을 방해해 죽게 한다는 논문이 유명 학술지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이 약을 찾는 사람들은 이런 연구 결과나 암 환자들의 자가치료 일지를 근거로 해당 구충제의 항암효과에 대해서 확신하고 있습니다.

■ 항암제라고 부를 수 있는가?

그럼, 이 구충제를 항암제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구충제가 암을 '치료'했다고 믿기에는 비약이 있습니다.

심지어 이 결과는 구충제의 경구투여 결과가 아닌 실험실 내 배양된 세포에 주사된 약물의 결과입니다.

이 약으로 완치되었다고 주장한 조 티펜스도 파나쿠어를 복용할 때 여러 항암치료를 병행하고 있었습니다. 비타민 E와 CBD 오일을 복용했으며, 시판되지 않는 신약 임상에도 참여했습니다. 효과가 온전히 구충제 때문인지 알 수 없습니다.

유튜브와 블로그 등 인터넷을 통해 올라오는 많은 자가치료(자가 임상?)의 기록들도 변수가 통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얻어진 결과입니다.

다른 암 환자에게 똑같이 적용하기엔 위험부담이 큽니다.

펜벤다졸의 항암제로서의 개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미 임상을 통과한 '인증된' 항암제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해도 막대한 비용과 기간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무엇보다 임상 시험 통과를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펜벤다졸의 오남용을 막으려는 식약처의 우려도 지극히 당연합니다. 임상 결과도 없는 약을 국민을 대상으로 먹으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식약처는 "펜벤다졸은 사람을 대상으로 효능·효과를 평가하는 임상시험을 하지 않은 성분"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특히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아 암 환자는 절대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의사협회 역시 "펜벤다졸이 일부 동물 실험에서 효과가 있었다 해도 사람에게 같은 효과를 낸다는 보장이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몸에 이상이 있으면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인터넷에 관련 단어 몇 개만 검색해도 쏟아지는 건강정보는 불로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튜브는 의사가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암 환자들의 지푸라기라도 잡을 수밖에 없는 심정을 이해하지만, 펜벤다졸을 기적의 항암제라고 여기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합니다. 만약 복용하고 있다면, 최소한 의사에게 복용 사실을 알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늘 3분 뉴스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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