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묻은 속옷 찾고도 '가출' 처리...30년 지나 "시신 찾겠다"

피 묻은 속옷 찾고도 '가출' 처리...30년 지나 "시신 찾겠다"

2019.10.24. 오후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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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1989년 7월 초등생 김 모 양 살해" 자백
수사 기록에 ’가출인’ 표기…가족에 유류품 숨겨
30년 지나서야 시신 추적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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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춘재가 추가로 자백한 9살 초등학생 살해 사건 당시, 경찰이 타살 정황이 드러난 유류품을 발견하고도 결국, 단순 가출 사건으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유가족은 유류품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는데, 경찰은 30년이 지나서야 시신 수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혜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1989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9살 김 모 양이 행방불명됐습니다.

화성 8차 사건 이후 열 달이 지난 때였습니다.

이춘재는 최근 김 양도 자신이 성폭행하고 살해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런데 당시 경찰은 김 양이 사라지고 다섯 달쯤 지나 근처 야산에서 치마와 책가방 등 유류품 10여 점을 찾아냈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속옷 등 3점에서는 혈액까지 검출됐습니다.

타살이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

경찰도 연쇄 살인의 피해자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였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자 단순 실종으로 사건을 처리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사 기록에는 김 양을 '가출인'으로 표기했습니다.

그런데 김 양의 가족은 최근까지도 타살 정황은커녕 유류품이 발견됐었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당시 경찰이 사건을 의도적으로 덮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수정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 부담됐겠죠. (연쇄 살인) 범인을 특정 못 하고 있었으니까. 시신 발견이 안 됐다는 이유로 가출 처리했던 거로 보이죠. 이영학 사건 때도 (처음에) 중학생 가출했다고 처리했다가 난리가 났던 거잖아요.]

경찰은 30년이 지나서야 김 양의 시신을 찾겠다고 나섰지만, 아직 유기된 장소도 못 찾고 있습니다.

이춘재가 시신을 버렸다고 진술하는 곳과 당시 유류품이 발견된 장소가 서로 다르고, 지형도 많이 바뀌어 특정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일단 두 장소는 백여 미터 거리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이춘재와 당시 수사관계자,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벌인 뒤 정밀 수색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YTN 나혜인[nahi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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