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희의출발새아침] “‘82년생 김지영’ 평점테러 공격, 영화영향력 막대하다는 반증”

[노영희의출발새아침] “‘82년생 김지영’ 평점테러 공격, 영화영향력 막대하다는 반증”

2019.10.18. 오전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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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희의출발새아침] “‘82년생 김지영’ 평점테러 공격, 영화영향력 막대하다는 반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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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9년 10월 18일 (금요일)
□ 출연자 :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女연예인 페미니즘 발언 공격, 일부 남성 팬의 소비자 권력 표시일 수 있어
-연예인 페미니즘 발언, 男 돋보이고 女 공격받아
-‘82년생 김지영’ 여성주의 문제 공유가 100만부 만들어
-페미니즘 담은 영화 평점 테러, 노이즈마케팅으로 소비촉진 계기 되기도
-故설리 페미니즘 발언 여성혐오 공격의 대상으로 특화 돼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노영희 변호사(이하 노영희): 성차별과 젠더의식을 담고 있는 34세 경단녀의 우리 주변에 흔히 있을 수 있는 김지영 이야기, 이것은 우리 이야기기 때문에 그만큼 인기가 있는 거다. 그래서 사실은 이게 페미니즘 소설이다, 이런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문제가 조금 더 불거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페미니즘 논란이 만드는 사회현상에 대해서건국대 윤김지영 교수하고 한 번 전화로 이야기를 나눠보고 계속해서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윤김지영 교수님, 전화로 연결되어 있는데요. 한 번 제가 여쭤볼게요. 교수님, 안녕하세요.

◆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이하 윤김지영): 안녕하세요.

◇ 노영희: 지금 좀 전에 우리가 평론가님하고 함께 <82년생 김지영>이라고 하는 책이 가지는 의미,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었는데요. 좀 여쭤보겠습니다. 여자 연예인 한 명이 <82년생 김지영> 책 표지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는 이유로 무차별 댓글 공격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책을 읽은 것도 아니고, 특정한 발언을 한 것도 아니고 책 표지만 올렸다는 것으로 이렇게 비난을 받았습니다. 왜 그러는 겁니까, 이 현상이 도대체?

◆ 윤김지영: 예, 먼저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의 상징성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많은 여성들의 여성주의적인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동했기 때문에 이 책이 100만부 이상 팔린 것이라고 보이는데요. 그리고 더군다나 여성 연예인이라고 하는 직업군은 가장 주류적인 남성 욕망에 부합해야 하는 자리로 여겨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외형만이 아니라 순응적이고 무해한 여성성의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여겨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연예인들이 남성권력에 도전적인 문제의식과 여성주의적인 의식화를 조금이라도 내비칠 경우에 이를 가차없이 처단할 수 있는 것이 마치 남성 소비자들의 권한이자, 남성으로서의 권력감각을 표출하는 방식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저는 이 현상을 분석합니다.

◇ 노영희: 그렇군요. 여성 연예인이라고 하는 존재는 남성 연예인하고 다르게, 남성 팬이라고 할까요. 남성들의 틀에 갇혀진 대상처럼 행동해야 하는데, 이런 식의 사진을 올림으로 인해서 마치 저항하는 구도가 느껴지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거다. 이런 이야기를 지금 하시는 거네요. 그러니까 말씀 듣고 보니까 배우 유아인이나 방탄소년단 RM이나, 유재석 같은 남자연예인이 이 책을 읽었다고 말을 해도 거기에는 별 공격이 안 간단 말이에요. 그런 게 다 설명이 되는 것 같아요. 

◆ 윤김지영: 예. 남성 연예인에게 있어 페미니즘은 깨어 있는 남성으로 자신을 보다 돋보이게 하기 위한 간단한 액세서리 정도의 역할을 하지만, 여성 연예인에게 페미니즘은 현재 자신의 노동조건부터 또 더 나아가 자신이 스타로서 누린 입지조차도 여성의 성적 사물화와 순응성에서 비롯된 것임을 철저하게 깨닫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남성 연예인이 이 책을 읽었다고 하면 여성 팬들로부터 엄청나게 칭송받지만, 여성 연예인들이 이 책의 표지만 올려도 남성 팬들에게 엄청나게 공격을 받는 것 안에서도 팬덤 문화 내에서도 스타의 성별에 따라 전혀 다른 성역할 기대치가 반영되어 있고, 특히 남성 팬들과 여성 연예인들의 관계에 있어서 성별 어떤 위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 노영희: 페미니즘이라고 하는 게 갖는 사회에서의 이중적인 의미 가치, 이런 것들이 지금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사실은 이것과 관련해서 최근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던 고 설리 씨 같은 경우에도 사실은 그분이 악플에 시달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페미니즘과 관련된 주제 아니었습니까. 노브라를 한다든가, 이런 것들 때문에 상당히 악플의 수준이 성희롱을 넘어서서 엄청나게 인격모독적이었는데. 이것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그러면 해석되는 건가요?

◆ 윤김지영: 예, 특히 여자아이돌에게는 희소적인 아름다움의 가치뿐만 아니라 남성의 욕망의 판타지를 깨지 않는 순응성을 갖춰야 한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설리 씨 같은 경우에는 탈브라 논쟁이라든지,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는 해시태그를 올린다든지, 외모품평 역시도 칭찬 역시도 성차별적일 수 있다라고 하는 발언들을 통해서 계속해서 남성들이 기대했던 순응적인 모습을 깨는 도발적이고 도전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여성혐오적인 공격의 대상으로 특화되었다라고 하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 노영희: 남성들의 판타지를 깨지 않은 순응성 정도 내에서만 허용되는 건데, 지금 그걸 넘어서는 것으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이렇게 강력한 공격이 들어가는 거다. 그래서 그런지요. 개봉하기 전부터 악플이 만만치 않을뿐더러, 평점 1점 테러를 받으면서 사실 네이버 쪽에서는 포털 쪽에서는 평점을 매기는 기능 자체를 아예 중단시키는 이런 사태까지 오기도 했던 것 같아요. 이러다 보니까 배우 정유미 씨가 이 영화에 캐스팅됐는데 그것만으로 비난을 받았단 말이죠. 이런 문제는 또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 윤김지영: 먼저 해결 이전에 왜 이것이 일어났는가를 먼저 살펴보면, 영화 개봉 이전에 평점테러가 쏟아진 이유는 <82년생 김지영>이 소설만이 아니라 영화라고 하는 굉장히 대중적인 영상 콘텐츠로 전파력이 더 높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로 공격 현상이 일어났다라고 할 수 있겠고. 일종의 평점 테러를 이렇게 했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양가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그만큼 <82년생 김지영>의 영향력이 막대하다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는 것이거든요.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왜 평점 1점을 받았을까라고 하는 것에서 오히려 노이즈마케팅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여성들 측에서는 더 많이 이 영화를 소비해야겠다. 그것이 일종의 작은 여성주의적인 실천이다라고 하는 의식화로 이렇게 이어지고 있다라고 했을 때 남성들에겐 그게 굉장히 부정적인 평점 1점 테러이지만 여성에게는 소비를 조금 더 촉진하는 계기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노영희: 책뿐만 아니라 영화로써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까 봐 미리 이것을 차단하려는 의도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다. 정말 듣고 보니까 한 켠이 많이 씁쓸합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다. 고맙습니다, 교수님.

◆ 윤김지영: 감사합니다.

◇ 노영희: 지금까지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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