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극단적 선택...벼랑 끝에서도 내몰린 철거민

또 극단적 선택...벼랑 끝에서도 내몰린 철거민

2019.10.12. 오후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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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 전 서울의 한 재건축 지역 단지에서 50대 세입자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철거를 앞두고 집을 비우라는 통보와 협박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겁니다.

지난해 아현동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지만, 일 년이 지나도 세입자를 위한 대책은 없었습니다.

김우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골목을 따라 재건축을 알리는 현수막이 눈에 띕니다.

지난 4일, 이곳에 살던 5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현장 목격자 ; 그게 아마 일주일 전이었을 거예요. (가스검침원이) 창문 틈 사이로 봤는데, 그때 인형인 줄 알았대요.]

주민들은 재건축 지역 세입자의 설움이 결국, 이 남성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말합니다.

여러 달 전부터 집을 비우라는 압박이 있었고, 철거 작업을 앞두고는 조합 측이 협박까지 일삼았다는 겁니다.

[재건축단지 세입자 : 9월 말까지 빨리 비워라. 그렇지 않으면, 소송하겠다는 협박을 했거든요. 그런 거를 받았을 때는 심리적으로 너무나 위축되지 않았을까…. 저도 그랬으니까. 갈 곳은 없고.]

세입자 가운데 일부는 마지막까지 저항해봤지만, 명도 소장까지 받자 결국, 버티지 못하고 대부분 떠났습니다.

실제로 인근 주택 곳곳에는 이렇게 X자 테이프가 붙어있고,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모두 강제 철거를 앞두고 비어있는 집들인데, 특히 세입자에게는 떠나는 것 말고는 달리 선택지가 없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 아현동 재건축 단지에서도 세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유서에는 아무런 대책 없이 벼랑 끝으로 몰리는 철거민의 안타까운 마음을 남겼습니다.

이 일이 있은 뒤 서울시는 재건축 지역 세입자에게도 임대주택 입주 기회와 이주비 등을 제공하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강제할 수 있는 법이 없어 사업 시행 주체가 지키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이호승 / 전국철거민협의회 상임대표 ; 우리 단체로 오는 재건축 지역의 주거 세입자들이 달라진 게 없는 거예요. 조합에서 그냥 나가라. 그것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반영되는지는 저희로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

벼랑 끝에 몰린 철거민들이 한 걸음 더 뒤로 물러서는 일이 없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 보입니다.

YTN 김우준[kimwj0222@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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