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공방'에 묻힌 청소노동자의 비극

'자녀 공방'에 묻힌 청소노동자의 비극

2019.10.10. 오후 10:28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오늘 서울대 국정감사장은 조국 장관 딸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아들 논란을 둘러싼 '자녀 국감'으로 번졌죠.

하지만 유일하게 자녀 공방을 피해간 질의가 있었습니다.

지난 8월, 60대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직원 휴게실에서 숨진 사건을 언급하며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지적하는 목소리였습니다.

[여영국 / 정의당 의원 : 사람이 죽고 나니까 학교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 이것을 쳐다보게 되고 이런 노동을 존중하지 않는 환경 속에서 성장한 우리 학생들이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이 사회생활을 해 나가겠습니까.]

같은 시각 국감장 밖에서는 서울대 청소, 기계 설비 노동자들이 파업 출정식을 열고 집회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꽹과리 소리와 함께 집회 구호가 건물 안까지 전해졌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여야의 정치공방에 묻혔습니다.

[이찬열 /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바른미래당 의원 : 총장님, 저 꽹과리 소리 좀 어떻게 안 할 수 없나요? 어려우시겠지만 자꾸 저러면 저쪽에 우리가 응원을 해주고 싶어도 못합니다.]

총파업을 한 서울대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지난달부터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천막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이 법인 직원과 시설관리직 직원 사이에 복지 수당을 차별적으로 주고 있다는 이유 등인데요.

국감장에 나온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이번 달부터 재정비한 휴게시설을 만들었고, 처우 문제는 정부의 지침에 맞춰 지급하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40도의 폭염 속, 창문도 없는 계단 밑 휴게실에서 숨을 거둔 노동자의 비극은 비단 서울대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노동자들의 생존이 달린 절박한 요구가 정치권의 소모적 정쟁에 묻혀선 안 된다는 거겠죠.

차정윤 [jycha@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