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화성 8차 사건의 진범은?...결과 따라 파장

[취재N팩트] 화성 8차 사건의 진범은?...결과 따라 파장

2019.10.07. 오후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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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가 이미 범인이 검거된 8차 사건마저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춘재를 100% 믿긴 어려운 상황이지만,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과거 경찰의 부실 수사로 범인은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 셈입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안윤학 기자!

지난주 보도를 통해, 이춘재가 8차 사건도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지며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경찰이 이춘재의 자백 내용을 계속 검증하고 있죠?

[기자]
네, 경찰은 이춘재를 상대로 8차 사건의 시간과 장소, 수법 등을 자세하게 캐물으며 진술의 신빙성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8차 사건의 진범이 이춘재다, 아니다, 당시 범인으로 붙잡혔던 윤 모 씨다, 단정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YTN과의 통화에서 이춘재를 진범으로 보기에는 아직까진 애매하고 곤란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는 윤 씨가 최근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데다, DNA처럼 확실한 증거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분석을 의뢰하기 위해 8차 사건의 증거물을 찾고 있지만, 검찰 증거품 보존 기간 20년이 이미 지나 공식적으로는 증거물을 찾기가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8차 사건은 지난 1988년 9월 화성의 한 가정집에서 당시 13살 박 모 양이 숨진 채 발견된 것을 말하는데, 당시 범인으로 검거된 윤 씨는 재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가 지난 2009년 가석방됐습니다.

[앵커]
당시 범인으로 붙잡혔던 윤 씨는 현재까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이미 옥고를 치른 윤 씨가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씨 가족들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 이같이 밝히고, 당시 경찰이 윤 씨를 잠도 안 재우고 심문해 윤 씨가 억지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가족들은 윤 씨가 장애로 몸 한쪽을 거의 못 쓴다며 범행을 저질렀을 리 없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윤 씨도 수감 중이던 2003년 옥중 인터뷰를 통해 피해자 오빠와 친구 사이였을 뿐 여동생은 본 적도 없다며 경찰의 강압수사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8차 사건을 수사했던 형사들은 윤 씨가 진범이라며 반론을 펴고 있습니다.

8차 사건 현장 증거물에서 검출된 혈액형이 이춘재와는 다른 B형이라는 점, 범행 현장에서 윤 씨의 지문이 나온 점, 그리고 당시 현장에 떨어진 체모에서 티타늄 등 중금속이 검출돼 윤 씨가 특정된 점 등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윤 씨를 범인으로 특정한 수사기법이 방사성동위원소 감정법이라고 알려졌는데, 이게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기법이라고요?

[기자]
네, 경찰은 지난 1989년 과학수사로 화성 8차 사건을 해결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한국 사법 사상 최초로 방사성 동위원소 감정법으로 증거가 채택돼 화제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체모 검사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기법으로 드러났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해당 기법의 신뢰도는 60% 정도로 같은 환경에 놓인 사람이면 성분이 비슷하게 검출될 수 있습니다.

직업 정도를 파악하는 데에는 유용하지만, DNA 분석처럼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 사용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앵커]
8차 사건의 진위 여부와 별개로, 이춘재의 여죄 4건에 대한 수사도 계속 진행 중이죠?

[기자]
네, 경찰은 일단 90년대 초 '청주 부녀자 피살 사건'도 이춘재가 저지른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991년과 1992년, 충북 청주에 사는 17살 박 모 양과 28살 이 모 씨가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는데,

양손이 묶이고 재갈이 물린 점 등 수법에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굴착기 기사였던 이춘재는 1991년 전후로 화성과 청주 공사 현장을 오가며 일했습니다.

이춘재가 범행을 자백한 데다, 이춘재의 소행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적지 않습니다.

이 밖에 이춘재가 자백한 마지막 2건의 살인은 1988년에서 89년까지 연이어 터진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두 사건 다 수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간 화성사건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시기적으로 이춘재와의 연관성이 높아 경찰이 추가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YTN 안윤학[yhah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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