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검사장의 특권' 관용차는 사라지지 않았다

[와이파일]'검사장의 특권' 관용차는 사라지지 않았다

2019.09.23.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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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검사장의 특권' 관용차는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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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왠지 일반 검사보단 직급이 높고 검찰총장보단 낮을 것 같죠. 드라마 <비밀의 숲>을 보신 분이라면 이해가 확 되실 겁니다. "축하드립니다! 이창준 검사장님!" 하면서 검사 수십 명이 새로 임명된 검사장을 향해 90도로 인사를 하는 모습, 기억하실 겁니다. 권력이 막강한 검사들이 저렇게 극진하게 인사를 하는 사람, 검사장은 힘이 엄청나게 센 사람이구나 싶었죠.

[와이파일]'검사장의 특권' 관용차는 사라지지 않았다

검사장은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의 검사'입니다.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검사인데요. 법령상 정원이 40여 명입니다. 전국의 검사 총인원이 2천 명 정도니까 검사장은 2%밖에 안 되는 거죠. 아무나 달 수 없는 '검찰의 꽃'입니다. 옛날에는 검사장이란 '직급'까지 따로 있었습니다. 검찰총장 - 검사장 - 검사 이렇게 말이죠. 하지만 검사들이 검사장 승진에 얽매이면서 수사의 공정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2004년 검사장 직급은 폐지됐습니다. 하지만 직급만 폐지됐을 뿐, 특권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게 관용차입니다. 검사장은 관용차가 제공됩니다. 운전기사도 있습니다. 그래서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지난해 5월 법무부는 검사장 관용차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검사장 중 각 검찰청 기관장은 제외) 대다수 사람은 당연히 그때 중단됐겠거니 했죠. 그런데 취재해 보니까 아니었습니다. 기관장이 아닌 검사장들은 지금도 여전히 관용차를 타고 있습니다. 대검 검사들, 법무부 기조실장과 검찰국장,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은 관용차를 계속 이용하고 있습니다. (법무부와 사법연수원은 검찰 조직이 아니지만 검사장이 파견) 법무부가 혜택을 중단하겠다고 장관이 발표한 지 1년 4개월이나 지났는데 말입니다. 관용차 구입비나 렌트비, 감가상각비용, 운전기사 월급, 유류비 모두 우리가 낸 세금입니다.

[와이파일]'검사장의 특권' 관용차는 사라지지 않았다


현행법을 찾아봤습니다. '공용차량 관리 규정'이라는 대통령령이 있습니다. 거길 보면 관용차 배정 대상은 장관과 장관급 공무원, 차관과 차관급 공무원, 처장과 중앙행정기관인 청의 장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검사장이라는 직급은 사라졌습니다. 검찰은 검찰총장과 검사뿐입니다. 검사장은 검사입니다. 차관급 공무원이 아닙니다. 중앙행정기관인 청의 장, 즉 각 검찰청의 장이 아니라면 관용차 배정 대상이 아닙니다. 이에 대해 대검 고위 관계자는 "공용차량 관리 규정과 내부 훈령을 근거로 검사장에게 관용차를 지급해왔다"며, " 법령상 근거가 없다는 보도는 저희 입장과 다르다"라고 알려왔습니다.
그런데도 왜 검사장은 아직도 관용차를 타는 걸까요? 관련 부처와 협의가 늦어졌다는 게 검찰 설명입니다. 관용차를 지급하지 않으면 관용차 대신 다른 여러 수당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인사혁신처,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안 됐다는 겁니다. (실제로 검사장을 달면 명예퇴직수당을 받지 못합니다) 검찰 관계자는 "다른 부처에서 협의를 빨리 안 해줘서 그런 거지, 일부러 검찰이 안 하고 있는 건 아니다",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관용차를 타고 있다", "빨리 관용차를 없애면 좋다는 검사장도 많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검사장 관용차 폐지의 가장 큰 이유는 검사장이 '차관급 특혜'를 받는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지난해 법무부가 밝힌 이유도 관용차가 '그동안 검사장을 차관급으로 인식되게 했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검사장에 대한 차관급 예우를 폐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죠. 물론 검찰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검사장은 대신 명퇴수당 못 받는데 관용차까지 빼앗느냐고 내심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검사장은 차관급 공무원이 아니라는 겁니다. 차관급이 아닌데 차관급 예우를 할 수는 없습니다. 법무부가 지난해 관용차 중단을 발표한 것도 국민적 공감대를 등에 업은 법무, 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 때문이었습니다. 1년이 지나도 현실이 안 바뀌니까 이젠 청와대 청원까지 나왔습니다. 8만 명이 동참했습니다. 관용차 중단은 관용차로 상징되는 검찰의 특권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대책이 아니었을까요. 관용차 하나 없애는 데 1년 넘게 걸리면 실질적인 검찰 개혁은 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요. 법무부는 조만간 검사장 전용차 제공 중단 규정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조만간'이 언제가 될지, 저희도 시청자 여러분과 함께 지켜보겠습니다.



취재기자: 한동오 hdo86@ytn.co.kr
영상편집: 이자은
그래픽 : 김민지
인턴기자 김미화 3gracepea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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