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낭비' 문제 제기하면 해고하고 고발

'예산 낭비' 문제 제기하면 해고하고 고발

2019.09.17. 오후 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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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광연 앵커, 박석원 앵커
■ 출연 : 이정미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이정미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이런 얘기인데 소속된 직원들은 아무도 지적을 안 한 겁니까? 간단히 요약하면 무려 5년 동안 600억 원을 허투루 썼다..

[기자]
사실 지적을 안 할 수 없겠죠. 의식이 있는 직원들이라면 당연히 지적을 할 겁니다.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고요. 그래서 산위 기관인 해양플랜트에서 문제를 제기를 했다고 합니다. 뭔가 달라질 걸 기대했는데 이 사람들에 대한 직무정지가 내려지더니 몇 달 지나서는 해고 당했다고 합니다. 이 해고당한 직원들 얘기 한번 들어보시죠.

[해외 엔지니어 / 前 사업단 직원 : 이중으로 취업하고 있어 자료를 유출할 위험이 있다는 빌미로 직무를 정지시키고 실제로 그것을 이유로 해서 부당해고했기 때문에 제가 일을 시작조차도 못했던 거죠.]

[기자]
여기서 끝나지도 않았습니다. 그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해양 과학기술원 부설 기관이거든요. 지나고 나니까 이 해양과학기술원에서 이들이 산업 스파이다, 이렇게 얘기하면서 경찰에 고발까지 했습니다. 나중에 국무조정실과 감사원에 이게 예산 낭비다라는 민원이 들어갔거든요. 그래서 실사를 받게 되니까 이번에는 예산 사용 내역도 기밀이다. 이 기밀을 누군가 유출했다면서 행정 직원들까지 고발했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고발인원만 4명입니다.

[앵커]
국가기관에서 한 행위라고는 사실 믿기 어려울 정도인데 상위기관의 직원을 하면 해고되거나 아니면 또 고발을 하거나 문제제기를 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기자]
사실 그렇죠. 굉장히 위축이 되잖아요. 내가 근무하고 있는데 옆에 있는 직원이 문제제기를 했더니 해고를 당했어요. 그러면 사실 문제제기하기가 어렵겠죠. 취재기자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게 사업단에 몸담았던 분들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다들 나서고 싶지 않아 했습니다. 괜히 얽혔다가 자기도 경찰조사를 받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앞서 기밀을 유출했다면서 행정직원까지 고발을 했다고 했거든요. 예산이면 세금인데 예산 사용 내역이 기밀입니까?

[기자]
당연히 아닙니다. 제가 생각해도 아니고요. 실제로 검찰 조사에서 검찰도 같은 판단을 내렸습니다. 국민세금 쓰는 건 당연히 공개를 해야죠. 지금 보시는 화면이 불기소 처분서입니다. 직원에 대한 건데요. 범죄 혐의 없음 이렇게 되어 있고요. 기밀로 보기 어렵고 내부 인트라넷에도 예산 사용내역은 다 공개가 되어 있다 이렇게 검찰이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실 여기가 연구기관이다 보니까 이 취재진이 자료를 요청해도 보안을 요구로 비공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렇게 밀실에서 보안이라는 것을 빌미로 예산을 펑펑 써대면서 관리감독 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겁니다.
기밀 유출로 고발된 사람들도 증거가 불충분해서 혐의 없음으로 나왔고요. 제가 그 내용을 읽어봤는데 이중취업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검찰이 판단을 내렸습니다.

[앵커]
예산을 이렇게 막 쓴 것도 문제지만 예산을 정할 때 그 예산을 정하는 취지가 있지 않습니까? 그 취지는 달성을 한 겁니까?

[기자]
사실 이게 판단에 따라서 달라질 수는 있습니다. 사업단이나 선박해양플랜트 연구소 그리고 사업을 평가하는 산업기술진흥원이 있는데요. 이들은 어느 정도달성했다고 얘기를 합니다. 사업 자체가 그 엔지니어링 구축 산업인데 장비 사들였고 인건비로 썼으니 원래 목적대로 된 것 아니냐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 사업단 안에 있던 분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이 사업이 원래 취지대로 달성이 잘 된 거냐 그랬더니 직원들이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들어가 봤더니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설계 전문가도 아니었고 사실 하려는 의지도 없었던 것 같다고 얘기를 했거든요. 그 직원들의 얘기 한번 직접 들어보시죠.

[해외 엔지니어 / 前 사업단 직원 : 깜짝 놀랐습니다. 실제로…. 해외 엔지니어들한테 노하우 전수받기 위해서 불러온 건데 전혀 그런 부분에 대해선 질문도 없었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거죠.]

[외국인 엔지니어 / 前 사업단 직원(음성대역) : (ATEC 일이 가치가 있었다고 보나요?) 음…. 아니요. ATEC엔 진짜 프로젝트가 없어요. (만약 프로젝트가 있었다면 할 수 있었을까요?) 어려울 거예요. 충분한 인력도 능력도 없거든요.]

[前 해양플랜트 엔지니어링 사업단 직원 : 끝단만 있는 거예요, 끝단만. 본부장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고…. (저도) 한 6개월을 그냥 있었던 거 같아요. 사업비 따먹으려고 하는 놈들이구나...]

[앵커]
끝단만 있다, 끝단만.

[기자]
6개월 동안 자기는 아무일 없이 정신없이 하다 보니까 사업비 따먹으려고 한 거구나. 아까 한동오 기자 리포트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600억 원 써서 5년 동안 600억 원 지급했는데 물론 해외에서 온 엔지니어들은 그 정도 연봉을 받아야 국내로 유치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국내에 있는 그 프로젝트 매니저라는 사람도 하루아침에 연봉이 2억 가까이 오르기도 했고요. 장비 사들였으니 됐다. 이 설명을 과연 세금낸 국민이 납득할지는 의문입니다.

[앵커]
백 번 양보해서 성과가 있다 하더라도 이런 부분은 들여다 봐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 여기에다 부당해고하고 경찰에 고발까지 하느라고 행정력을 낭비한 것으로 봐야 되지 않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이 부당해고된 2명은 해외 엔지니어들입니다. 고연봉자들입니다. 1명은 원래 연봉을 3억 대 받던 사람이고요. 1명은 1억대 받던 사람들입니다. 이 연봉을 보장해 주고 데려왔으면 그만큼의 성과를 냈어야 하는데 두 달 만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해서 해고했습니다. 결국 2년 정도에 걸쳐서 법원 판결을 받아냈는데 부당해고로 결론이 났습니다.

그러면 밀린 임금 다 지급해야 되겠죠. 그러니까 지금 4년 가까이 지났으니까 4년치 임금을 다 줘야 합니다. 여기에 소송비, 행정력 낭비까지 합치면 거의 20억 원에 육박합니다. 이들도 교포 출신이니까 우리나라 출신이거든요. 지금 국적은 외국이지만. 이들도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해외 엔지니어 / 前 사업단 직원 : 제 입장에선 연봉 부분에 대해서는 손해 본 게 하나도 없지만 저희한테 20억을 썼으면 20억 이상을 성과를 내게 기회를 주고 성과를 내도록 이끌었어야 하는 거예요. 국책사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전혀 맞지 않다고 봐요.]

[기자]
이러라고 예산을 배정한 건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수사를 해서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이번 취재 이후 예산 집행도 봐야 할 것 같고 예상 배정도 들여다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앵커]
지금까지 이슈팀 이정미 기자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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