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엔 파스 인생"...집배원들 연휴 공포증

"명절엔 파스 인생"...집배원들 연휴 공포증

2019.09.13. 오전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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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추석을 맞아 선물이나 배달 물량이 폭주하면서 집배원들도 덩달아 바빠졌습니다.

연휴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집배원들의 건강이 걱정인데요, 과로에 신음하는 이들을 김다연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가벼운 소포부터 무거운 농산물 상자까지, 추석 대목을 맞은 우체국 풍경입니다.

공중을 쉴새 없이 가르는 택배물에 분주한 집배원들의 손길이 얹어집니다.

쏟아지는 명절 물량을 감당하려면, 정해진 출퇴근 시간은 의미가 없습니다.

고향에 가기는커녕 제대로 쉴 수도 없어 추석이 두렵기까지 합니다.

[김헌범 / 집배원 : 1년에 2번씩 우리 직업병이다 보니까, 설 그다음에 추석 이렇게. 2번씩 거쳐 가야 하는 월례행사이기 때문에 마음가짐은 뭐 굳게 가지고 있는 거죠.]

평소 하루 택배 물량은 125만 통인데 추석 연휴 땐 190만 통정도로, 52% 늘어납니다.

집배원 수는 그대로인데 물량은 폭주하니 힘이 부칠 수밖에 없습니다.

[박제유 / 우정노조 서초우체국 지부장 : (물량이) 50~60%가 증가해서 지금 인력으로는 감당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배달이 늦어질까 봐 끼니까지 거르지만, 일을 마친 뒤 돌아오는 건 근육통뿐입니다.

[소경호 / 집배원 : 저희 집배원들끼리 하는 얘기 중에 그런 말이 있습니다. '명절은 파스 인생이다.' 이런…. 저 역시 지금 목과 어깨에 파스가 붙어있습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명절 연휴 과로.

우체국은 연휴 기간 전후를 '특별 소통 기간'으로 정하고 택배 업무를 위한 특별 근무에 나섰습니다.

집배원과 함께 배달하러 다녀봤습니다. 엄청난 물량에 쫓기듯 다니다 보니 1시간 동안 건물 30곳을 돌며 등기와 택배물 54개를 날랐습니다.

인력을 충원하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지만, 문제는 예산 확보입니다.

정부의 우선순위에서 자꾸 밀리는 건데, 우정사업본부는 내년엔 어떻게든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박성기 /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택배 지부장 (지난 5일) : 밀려드는 물량에 물 한 잔 마실 여유도 없이 일해야 합니다. 매년 명절이 되면은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이 쟁점이 되지마는 실제로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기약 없는 희망 고문에 더욱 지쳐만 가는 집배원들.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며 묵묵히 초인종을 누릅니다.

YTN 김다연[kimdy081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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