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친인척 학원에서 학교수업...경찰 수사

교장 친인척 학원에서 학교수업...경찰 수사

2019.08.27. 오후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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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광연 앵커, 박석원 앵커
■ 출연 : 김태민 사회부 사건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실용음악고등학교가 어떤 이유로 불법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업의 일부를 사설 학원에 맡겼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YTN 취재 결과 이 학원은 학교 설립자의 친인척들이 운영해 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도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섰습니다. 이 사건 취재한 김태민 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앵커]
이름에 들어 있기는 합니다만 이번에 의혹이 불거진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 어떤 학교입니까?

[기자]
지난 2006년에 처음 문을 연 뒤에 2010년에 고등학교 학력 인정을 승인받은 학교입니다. 보컬, 피아노, 뮤지컬까지 실용음악에 재능 있는 학생들이 전문교육을 받는 학교입니다. 유명 연예인을 배출하고 진학 실적도 좋아서 매우 인기가 높은 학교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원도 학년당 7~80명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수준 높은 학생들이 전국에서 모여들고 경쟁률도 높습니다. 학비 또한 매우 비싼 편인데요. 1년에 1000만 원이 훌쩍 넘어서 웬만한 대학교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앵커]
고등학교인데.

[앵커]
그렇다면 지금 여기서 문제가 되고 있는 수업은 어떤 수업이죠?

[기자]
좀 전에 말씀드렸듯이 이 학교는 대안학교지만 고등학교 학력 인정을 받는 곳입니다. 이에 따라 매년 자체 교육 과정을 교육청에 제출하고 공시하게 돼 있는데요. 이게 바로 교육 과정 단위배당표입니다. 이 표를 보면 전공실습이라는 과목이 전체 수업 시간의 5분의 1 정도를 채우고 있습니다. 실기가 중요한 학교 특성상 이런 교육과정을 만든 것으로 보이는데요. 편성은 모두 학교장 재량에 맡깁니다. 문제는 이 전공실습 수업이 학교가 아닌 걸어서 3분 정도 거리에 떨어진 한 학원에서 이루어져 왔다는 겁니다. 학교는 1년에 100만 원이 넘는 전공실습비를 학원에 내야만 이 전공실습 과목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해 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학생들은 1년에 1000만 원이 넘는 학비 외에도 이 전공실습비를 추가로 부담해 온 셈입니다.

[앵커]
바로 대입이 쉽지는 않겠습니다만 이를테면 수학 수업시간을 수학학원에 가서 한 거라고 볼 수 있는 거잖아요. 정확히 어떤 부분이 규정 위반인 겁니까?

[기자]
시설이 부족해서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학교 수업이라 하더라도 외부에서 수업을 진행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에는 학교와 해당 시설 사이에서 계약을 맺고 학교가 사용료를 내야 합니다. 학생들은 학교 교육 과정에 있는 수업을 듣기 위해서 수업료를 이미 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학생들에게 별도 학원 수강료까지 내도록 한 것은 명백한 규정 위반이라는 게 교육청 설명입니다.

특히 학교는 수업료 고지서에 이 학원에도 돈을 내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취재 결과 이 전공실습이라는 과목은 사실상 학생들이 연습실에서 자율적인 연습을 하는 시간이었고 교사도 없었습니다. 사실상 유령 수업이라는 셈입니다. 저희가 만나본 학생들은 이 전공실습 수업이 어떤 건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정리하면 그동안 학생들은 이중의 학비 부담을 지면서 학원에 수강료를 냈을 뿐 아니라 정당한 교육과정의 수업도 받지 못한 겁니다. 당연히 모두 규정 위반입니다.

[앵커]
학교 고지서에 학원 수강료까지 같이 고지가 됐다고 한다면 의심할 만한 여지가 있을 것 같은데 학원과 학교 사이에도 어떤 수상한 관계가 포착됐다고요?

[기자]
이렇게 학교가 규정까지 위반해가면서 학생들을 이 학원에 등록시킨 이유가 저희도 의문이었습니다. 수십만 원씩 수업료를 내야 하는 방과 후 학교 역시 이 학원에서 진행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 학원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니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12년 문을 연 학원의 대표는 정 모 씨. 바로 학교 설립자이자 현 교장으로 재직한 장학일 씨 동생의 부인이었습니다. 이후 대표는 두 차례 바뀌는데요. 각각 장 씨의 며느리와 사돈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뿐 아니라 학교 교감으로 재직 중인 설립자의 아들 그리고 설립자의 부인 역시 이 학원의 사내이사로 꼬박꼬박 월급을 받아갔습니다. 이 학원은 사실상 학교 설립자의 가족 회사로 볼 수 있는 겁니다. 이 학원 등기부등본을 보면 도서 출판, 전자상거래 등도 사업신고를 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각종 교재와 학생증, 단체복 판매까지 이곳에서 모두 도맡았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학교 관련 거래를 가족 회사에 몰아준다. 일단 떠오르는 단어가 배임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데 어떤 문제가 있는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의혹을 정리를 해 보면 학교는 정식 교과 과정에 포함된 수업을 별도 수강료까지 내면서 특정 학원에서 이수하도록 했고요. 이 학원은 다른 사람이 아닌 학교 설립자 가족들이 운영해 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렇게 학원이 문을 연 지난 2012년부터 수강료로 받은 돈만 10억 원대에 달합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이런 특수 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부당한 목적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저희가 확인한 법률 전문가들은 횡령이나 배임으로 볼 만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결국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이 돼야 될 것 같은데 지금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경찰은 최근 관련 의혹들을 담은 고발장을 접수하고요.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고발인 조사는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고요. 이에 따라 조만간 학교 당사자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질 전망입니다. 일단 학교 관계자들은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현재 제기된 내부거래 외에도 새로운 의혹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희 취재팀은 추가 의혹에 대한 연속 보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앵커]
앞서 김태민 기자가 전해 준 학교 측 입장, 다시 한 번 요약하면 특수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부당한 목적은 없다고 해명을 했는데 추가 취재, 또 추가 의혹이 수사를 통해서 그 부분이 밝혀졌으면 좋겠네요.

[앵커]
지금까지 김태민 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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