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강제동원된 아이들...'지옥 같은 삶'

일제에 강제동원된 아이들...'지옥 같은 삶'

2019.08.13. 오전 05:5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일제 강점기, 어른뿐 아니라 조선의 아이들도 강제 노역에 끌려가 인간 이하의 삶을 강요당했습니다.

YTN이 광복 74주년을 맞아 그동안 가려졌던 아동 강제동원 실태를 집중 조명하는 시간을 마련했는데요.

첫 순서로 피해자들의 증언을 한동오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부모 형제 이별하고 타향에 나와. 이삼 사월 진진해에 백골 못 보고. 오뉴월 더운 날에 바람 못 쐬고."

11살에 가족을 그리며 부르던 노래.

일본군 방직공장으로 끌려간 최점덕 할머니는 그때를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일제는 나이와 성별 관계없이 한 가족에 한 명씩 무조건 차출해 갔습니다.

[최점덕 / 11살에 강제동원 : (초등학교) 다니다 가서 다니지도 못했지. 우리 아버지를 징용에 끌고 간다고 해서. 우리 아버지가 가버리면 우리 식구들 다 굶어 죽는다고 내가 갔다고 막, 내가 몰래 갔어.]

10살 때 고무줄놀이하다가 납치되듯 강제동원된 한순임 할머니.

군수 공장에선 고된 노역과 함께 끔찍한 몽둥이질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순임 / 10살에 강제동원 : 그렇게 두드려 패. 멍이 안 가셔. 엎어놓고 앉혀놓고 두드린다고. 그 멍이 낫기 전에 두드려. 낫기 전에 또 두드려. 두들겨 맞아서 천지가 푸릉댕이, 시푸릉댕이.]

이옥순 할머니도 10살에 군복 만드는 공장으로 끌려갔습니다.

강냉이 열 알이 한 끼 식사의 전부, 일본인들이 먹다 버린 참외 껍질을 훔쳐 배를 채웠습니다.

[이옥순 / 10살에 강제동원 : 배가 고파서 잠을 못 자는 거예요. 일본 식당 앞에 가면 구정물 통이 있어요. 참외 껍질도 있고, 무 껍질도 있고…. 일본 식당에서 나온 거 건져서 수돗물에 씻어서….]

황부영 할머니는 8살에 고향인 전북에서 천 킬로미터 떨어진 만주로 동원됐습니다.

물도 없어서 가축 분뇨를 마셨습니다.

[황부영 / 8살에 강제동원 : 물도 없지, 빨래할 데도 없지. 만주 가서 밤새도록 물(얼음 녹여서) 퍼다 먹고. 소 똥물 퍼다 먹어. (소 똥물을 퍼다 먹으셨다고요?) 응, 어떻게 해. 먹을 물이 없는데….]

일제의 강제동원이 본격화된 건 1938년.

그때 아이였던 피해자 대부분은 생을 마감했고, 남은 이들의 기억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김성님 / 9살에 강제동원 : (만주 몇 살 때 가? 만주! 만주 몇 살 때 갔냐고?) 몰라. 기억이 없어져 버려서 몰라. 기억이 없어져 버려서….]

하지만 어린이마저 침략 야욕에 동원한 잔혹성은 일본이 사과해야 할 수많은 역사적 진실의 한편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YTN 한동오[hdo86@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