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 보석' 풀려난 양승태, 오늘 불구속 첫 재판

'직권 보석' 풀려난 양승태, 오늘 불구속 첫 재판

2019.07.23. 오전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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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어제 재판부의 직권 보석 결정으로 179일 만에 구치소에서 석방됐습니다.

그리고 오늘 1심 재판 이후 처음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는데요.

어제 보석 결정까지 배경과 앞으로 전망을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강희경 기자!

먼저 오늘 상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오늘 오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처음 나왔는데, 보석 전과 달라진 모습이 있던가요?

[기자]
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어제와 같이 넥타이를 매지 않은 가벼운 정장 차림으로 법원에 출석했습니다.

담담하면서 여유 있는 표정이었는데요.

보석 후 첫 재판을 받는 소감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양승태 / 前 대법원장 : (보석 후 첫 재판 소감 어떠신지요?) ……. (보석 왜 받아들이셨습니까?) ……. (사건 관계자 접촉 불가하다는 조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어제 보석 결정으로 양 전 대법원장은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오늘 재판에서는 현직 판사인 박상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열릴 예정이었는데요.

박 전 심의관이 자신의 재판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혀 신문은 진행되지 못했고, 오전 10시에 시작한 재판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조금 전 마무리됐습니다.

[앵커]
바로 어제였죠. 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직권으로 보석 결정을 내렸습니다.

어떤 배경이 있었나요?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 2월 구속기소 됐습니다.

1심의 구속 기간은 최장 6개월인데요.

증거 검증 절차만 계속되고 증인들은 연일 불출석하면서 재판은 점점 지연됐고, 그러는 사이 구속 기간 만료가 벌써 다음 달 10일로 다가왔습니다.

즉, 다음 달 10일 자정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아무런 조건 없이 석방돼 자유의 몸이 되는 셈이었는데요.

아직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못한 데다가, 검찰이 신청한 증인도 200여 명이 넘는 만큼 재판부가 조건을 걸어 보석으로 석방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결국,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부가 제시한 조건을 지키면서 남은 1심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앵커]
재판부가 내건 조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기자]
먼저, 보증금은 3억 원입니다.

이와 함께 주거를 경기 성남시에 있는 양 전 대법원장 자택으로만 제한했습니다.

사건 관계인과의 접촉도 금지했습니다.

직접 또는 제삼자를 통해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들과 만나거나 어떠한 방법으로도 연락을 주고받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또 도망 또는 증거 인멸 행위를 해선 안 되고, 3일 이상 여행하거나 출국할 경우 미리 법원에 신고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보석 조건을 위반할 경우 보석을 취소하고 보증금을 몰수할 수 있고, 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앵커]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자택 구금' 수준의 보석 조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는데, 이보다는 조건이 완화된 수준인가요?

[기자]
네, 검찰의 요구와 달리 이명박 전 대통령에 비해서는 가벼운 조건이 붙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먼저 보증금만 단순히 비교해 봐도 양 전 대법원장은 3억 원으로, 이 전 대통령의 10억 원보다 적습니다.

보석보증보험으로 대신했는데, 현금은 129만 원만 내면 가능한 수준입니다.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하긴 했지만, 이 전 대통령과 달리 외출을 제한하는 단서도 없습니다.

또 이 전 대통령은 가족과 변호인 말고는 만나거나 연락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양 전 대법원장은 사건 관계인들을 제외하고는 접촉에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접견과 통신 등 보석 조건 준수 여부를 일일이 확인받아야 하는 절차도 빠졌습니다.

[앵커]
양승태 전 원장이 보석을 거부할 거란 말도 나왔는데, 결국 수용했군요?

[기자]
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구속 기간 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이를 다 채운 뒤 조건 없이 풀려나거나 구속 취소 수준의 보석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왔습니다.

자택 구금 수준이면 보증금을 내지 않는 방식 등으로 보석을 거부할 거란 전망도 나왔는데요.

어제 재판부 결정 이후 변호인단이 양 전 대법원장을 찾아가 소식을 전했고, 양 전 대법원장은 처음엔 거부 의사를 보였지만 끝내 조건을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이 특히 우려를 나타낸 건 '제삼자 접촉 금지' 조항이었다고 합니다.

보석 조건이 모호해서 검찰이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등의 주장을 할 여지가 크다는 겁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이 그런 우려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득한 끝에, 양 전 대법원장도 조건 수용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찰 측도 그다지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조건이 지나치게 느슨해 사실상 '조건 없는 조기 석방'이나 마찬가지라며, 검찰이 신청한 증인만 200여 명이 넘는 상황에서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여전히 크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구속 상태에서도 주 2회 재판에 불만을 드러냈는데, 앞으로 건강 상태 등을 이유로 더 재판을 지연시킬 것 같다고 우려도 나타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법에서 YTN 강희경[kanghk@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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