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바람은 사치"...소외계층의 힘겨운 여름나기

"시원한 바람은 사치"...소외계층의 힘겨운 여름나기

2019.07.23. 오전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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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유난히 여름 나기를 걱정하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사치처럼 느껴지는 쪽방촌 주민과 거리의 노숙인들입니다.

송재인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출입문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허름한 건물 안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몸 하나 겨우 누일 수 있는 방이 나옵니다.

65살 박동기 씨가 20년째 여름을 나고 있는 쪽방입니다.

"선풍기 고치려고. (고장 났어요, 선생님?) 응, 고장 난 것."

건물 구조상 바람이 들지 않아 숨이 턱턱 막힙니다.

한창 더울 땐 방 기온이 40도까지 오르기도 합니다.

[박동기 / 종로 쪽방촌 주민 : (밖이) 34도, 35도 되면 열 받아서 여기는 사람이 못 있어요. 밑층은 있어도 위층은….]

옆 골목도 가봤습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가는 복도 맨 안쪽까지 들어오면, 한 평 남짓한 방이 나옵니다.

창문이 아예 없어 열기가 빠져나가지도 못합니다.

구호 단체에서 작은 에어컨을 지원받았지만, 전기료 걱정에 단 한 번도 켜본 적이 없습니다.

[김용수 / 종로 쪽방촌 주민 : 전기료가 많이 나온다니까 저 같은 사람은 도저히 벌이가 없고 이렇게 사니까 켤 수가 없죠.]

노숙인들은 더 걱정입니다.

지붕 아래로, 주차된 차 뒤로, 이곳저곳 그늘을 찾아 몸을 숨겨도 흐르는 땀을 막을 순 없습니다.

[송 모 씨 / 서울역 노숙인 : 그늘 있어도 햇빛이 강하다는 거…. 더우면 물 한 잔 먹고 종일 그것뿐입니다.]

서울시가 올해부터 폭염특보 때 무더위 쉼터 26개를 24시간 운영하는 건 그나마 다행입니다.

[박상병 / 서울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팀장 : 거리에 계신 것 자체가 응급 상황이기 때문에, 거리에서 벗어나서 시설이라든지 이차적으로는 주거라든지 안정적인 공간으로 생활과 환경이 전환될 수 있도록….]

수은계가 올라갈수록 더위를 피하기 힘든 취약 계층의 걱정도 커지고 있습니다.

YTN 송재인[songji10@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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