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좋은 죽음’을 위해 준비할 것은?

웰다잉, ‘좋은 죽음’을 위해 준비할 것은?

2019.07.22. 오후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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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 ‘좋은 죽음’을 위해 준비할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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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19년 7월 21일 (일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차흥봉 웰다잉시민운동 이사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웰다잉, ‘좋은 죽음’을 위해 준비할 것은?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인생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합니다. 누구나 잘 사는 방법을 선택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죠? 그런데 인생의 마지막 죽음은 어떨까요? 선택하고, 고민하고 맞이하는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웰다잉’인데요.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한 방법, 오늘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웰다잉시민운동을 출범해 죽음에 대해 함께 고민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계신 분인데요. 차흥봉 이사장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차흥봉 웰다잉시민운동 이사장(이하 차흥봉)> 네, 안녕하십니까.

◇ 김양원> 이렇게 또 웰다잉 시민운동으로 뵙게 되네요. 예전에 보건복지부 장관 하실 때 그때 제가 뵀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으십니다.

◆ 차흥봉>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 김양원> 먼저 저희가 웰다잉, 잘 죽는 것. 한국말로 표현하니까 조금 이상하네요. 잘 죽자. 잘 죽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거잖아요? 차흥봉 이사장님이 생각하시는 죽음이란 무엇인지 먼저 들어볼까요?

◆ 차흥봉> 죽음이란 삶의 마무리다,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요. 좋은 죽음이라는 것은 삶의 마무리를 아름답게, 잘 하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좋은 죽음이란 결국은 잘살고, 마무리 단계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것. 그게 좋은 죽음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양원> 이게 그냥 죽는 것뿐만 아니라 전제가 꼭 붙는군요. 잘살고. 잘살고 잘 죽는 것, 그것이 좋은 죽음이 아닐까, 웰다잉이 아닐까, 말씀하셨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살면서 저희들이 바쁘게 살아가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죽음까지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웰다잉이라는 말 자체에 익숙해지기는 했어요.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이 죽으면 끝인데, 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말도 많이 하고요. 그래서 죽음도 준비를 해야 하나, 지금 먹고 살기도 힘든데, 바쁜데. 죽음까지 내가 먼저 준비를 해야 하나,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씀하시겠어요?

◆ 차흥봉> 보통 우리나라에서 죽으면 끝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요. 이게 뭐냐면 삶과 죽음을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삶은 삶이고, 죽음은 끝이다, 이렇게 생각하는데요. 이게 깊이 생각해보시면요. 전 인류 역사상 종교. 종교라는 게 삶과 죽음에 대해서 고민하는 그런 건데, 종교의 대표적인 기독교나 불교나 이런 종교에서 보면, 삶과 죽음을 이분법적으로 보지 않고, 죽음이 삶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예를 들면, 기독교의 영생이라든지, 불교에서의 극락왕생이라든지, 이런 것은 죽음을 끝으로 보지 않고, 죽은 다음에도 무엇이 있다, 이렇게 보는 것이죠. 그래서 죽음학자들이 죽음을 끝으로 보지 않고, 삶의 벽에서 벽을 넘어서 넘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죠. 그러니까 삶과 죽음이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하면 죽음이 끝이 아니기 때문에 뭔가 준비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그래서 많은 사례들을 보면요. 준비를 잘한 경우와 준비를 하지 않은 경우에 굉장히 차이가 있어요. 죽음을 준비하는 경우는 굉장히 아름답고, 품위가 있고, 또 가족들도 아주 안정되고 그런데요. 준비하지 않은 죽음을 보면 주변에서 아주 황망하고, 당황스럽게 생각하고, 그 차이가 확실히 있죠.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위해서는 준비하는 게 중요하죠.

◇ 김양원> 방금 남겨진 가족들 말씀을 하셨어요. 죽음을 맞이하는 당사자도 그렇지만, 장례를 치러야 하는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게 될 경우에 많이 혼란에 빠지거든요. 아마 그런 부분을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 차흥봉> 그렇죠. 죽음을 가족들의 경우에 미리 준비하면 그런 혼란에 빠지지도 않고요. 준비를 하지 않으면 갑작스럽게 죽었을 때 자녀들이나 가족들이, 예를 들면 유산 가지고 싸운다든지, 그런 아주 어려운 것을 많이 보지 않습니까? 제가 최근 사례를 하나 소개하고 싶은데요. 어떤 아버지가 죽으면서 유언을 남겼어요. 딸한테 딸이 아주 마음아파 하니까 딸한테 어떤 말을 했냐면, 내가 죽고 난 다음에 내 생각이 나거든 하늘을 쳐다봐라,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이 유언을 들은 딸은 나중에 아버지가 죽고 난 다음에 하늘을 보면서 아버지를 생각하거든요. 이런 것을 잘 준비하면, 이런 유언을 하면 딸한테, 가족한테, 이런 좋은 점을 줄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준비를 잘하는 것이 필요하죠.

◇ 김양원> 그러면 준비된 죽음, 웰다잉. 이것을 위해 우리가 뭘 준비해야 할까요?

◆ 차흥봉> 제 생각에는 마음의 준비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좋은 죽음이라는 것은요. 두려움 없이 담담하게 죽는 것이거든요. 담담한 죽음을 맞이하려면, 마음이 안정되고, 준비되어야 한다는 거고요. 그다음에 사후를 위해서도 가족, 특히 자녀들과의 관계를 잘 정리할 필요도 있고요. 또 유산 같은 것도 잘 정리할 필요가 있고, 주변을 정리하는 것, 이게 준비에 필요한 것들이죠.

◇ 김양원>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 차흥봉> 예를 들면요. 최근에 저희들이 하고 있습니다만, 엔딩노트, 인생 마지막의 노트라고 해서 책 같은 것을 만들어서요. 거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 가족들에게, 또 내가 죽었을 때 장례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든지, 그리고 또 내가 못 다한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를 적는 그런 엔딩노트라는 것이 있는데요. 그런 것들을 준비해놓으면 아주 좋고, 그다음에 죽기 전에 제가 주변에 그동안 쌓아 왔던 여러 가지 물품, 이런 것들이 있어요. 일기장, 여러 개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도요. 사전에 정리하면 아주 깨끗하죠. 그리고 유언을 써서 자녀들한테 당부하는 것도 아주 좋은 준비 방법이죠.

◇ 김양원> 사실 누구나 내가 언제 죽게 될지는 모르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이게 쉽지가 않은 것 같아요. 내 욕심에는 한 달, 또는 1년, 10년, 아니면 평생, 계속 살 수 있을 거라고 호언장담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차일피일 미루게 되고 그러다 보니 죽음에 대한 준비가 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 같은데요. 사회적으로 좋은 죽음을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있을까요?

◆ 차흥봉> 네, 우리나라에서 2016년에 연명의료 결정법이라는 것을 시행했어요. 그러니까 생명이 소생하기 어려운데 불필요하게 인공호흡을 한다든지, 이런 것을 통해서 연명하는 것을 하지 말자는 것을 결정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데 국가에서 사회적으로 이런 법을 제정했기 때문에 연명의료를 안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함으로써요. 아주 아름답게 삶을 마무리하는 케이스가 굉장히 늘어나고 있어요. 이 법에 따라서 최근에 그 문서를 작성한 사람이 11만 명이 넘어요. 이런 사람들이 아주 마무리를 참 잘하고 있거든요. 이런 것은 하나의 사회적 제도를 만듦으로써 가능하고, 예를 들면 임종기, 종말기가 왔을 때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데, 서비스 해주는 호스피스 제도라는 게 있거든요. 죽음을 편안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정신적으로 도와준다든지,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든지 하는 호스피스 제도 같은 것도 사회가 그런 제도를 만들어서 호스피스 병동을 만들어서 임종기에 있는 사람을 케어해주면 아주 환자들한테도 좋고, 가족들한테도 좋죠. 그래서 이런 좋은 죽음을 위한 사회적 지원 제도,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김양원> 그렇습니다. 방금 연명의료 결정법 시행 이후에 무려 11만 명에 달하는 분들이 더 이상 연명할 의사가 없다는 의사표시에 서명하셨다고 하는데요. 그럼으로써 웰다잉, 잘 죽는 방법을 선택한 분들이 그만큼 계시다는 건데요. 이런 제도적인 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회 분위기인 것 같아요. 이렇게 죽음에 대해서 조금 더 자연스럽게 논의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 그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 차흥봉> 말씀하신 대로 우리나라는 죽음이라는 말을 하기를 꺼려하고요. 죽음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오히려 화내기도 하고, 그런 분위기인데요. 외국 같은 곳, 특히 영국 같은 곳은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죽음을 아주 자연스럽게 가족들과도 이야기를 하고 하기 때문에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그런데 예를 들면, 최근 웰다잉의 사례로 LG 그룹의 구본무 회장님이 돌아가실 때 수목장을 했다는 사례가 신문에 났는데요. 그 사례를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족들 간에도 이렇게 좋은 죽음이 좋구나, 하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것을 부담이 없이 하거든요. 그러면 이런 것을 위해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면,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김양원> 그래서 차흥봉 이사장님께서 활동하고 계시는 웰다잉 시민운동에서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준비하고 계신 거잖아요? 소개를 해주십시오.

◆ 차흥봉> 맞습니다. 우리 웰다잉 시민운동은 바로 죽음, 특히 좋은 죽음,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위해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그것을 준비하도록 하는 사회적 운동을 위해서 작년 연말에 창립총회를 하고, 7월에 법인 허가를 받아서 본격적인 사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연구도 하고, 정책 개발도 하고, 홍보도 하고 하는데요. 예를 들면, 우리가 최근 두 번 정도의 토크쇼. 원로, 또는 유명인사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 그 생각을 말하도록, 서로 간에 말하는 그런 자유로운 토크쇼를 두 번 정도 했는데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와서 듣고, 보고, 우리도 저렇게 해야겠구나, 이렇게 생각하더라고요. 웰다잉 시민운동은 바로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김양원> 네, 그렇습니다. 사실 이번 주에도 유명 정치인의 갑작스러운 죽음 소식 때문에 저희가 모두 사실 황망했어요. 갑작스러운, 준비되지 않은 죽음에 대해서 지켜보는 사람들도 이렇게 황망할진데, 가족들은 어땠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오늘 말씀이 더 마음에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가장 확실한 미래죠. 죽음. 인생을 마지막까지 잘 살아가기 위한 방법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보이는 시기인 것 같고요. 차흥봉 위원장님, 앞으로도 웰다잉, 좋은 죽음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활발한 활동, 부탁드리겠습니다.

◆ 차흥봉> 네, 저는 웰다잉이 웰빙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씀드리는데요. 잘사는 것이 잘 죽는 거거든요. 저는 노년기에 접어들고 있는데, 좋은 노년생활을 하면서 노년생활이 곧 웰다잉으로 연결되도록 그렇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 김양원> 네, 맞네요. 웰빙, 잘사는 것이 웰다잉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앞으로 활발한 활동 부탁드리고요. 저도 열심히 살고,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차흥봉> 감사합니다.

◇ 김양원> 웰다잉시민운동의 차흥봉 이사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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