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은 "언론플레이 나선 MBC 계약직 후배들, 더는 안쓰럽지 않아"

손정은 "언론플레이 나선 MBC 계약직 후배들, 더는 안쓰럽지 않아"

2019.07.18. 오전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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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은 "언론플레이 나선 MBC 계약직 후배들, 더는 안쓰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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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손정은 아나운서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인 16일 서울고용노동청에 1호 진정을 낸 MBC 계약직 아나운서 7명에게 쓴소리를 전했다.

지난 17일 손정은 아나운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게재하며 "얘들아, 어제 너희가 직장 내 금지법으로 MBC를 신고했다는 기사를 보고 밤새 고민하다 이 글을 쓴다"며 운을 뗐다.

손 아나운서는 "2016년 3월, 사회공헌실로 발령 나던 날이 생각난다. 그날 신동호 전 아나운서국장은 인사발령이 뜨기 전에 국장실을 비웠지. 난 한마디 통보도 듣지 못한 채 오후에 짐을 싸서 그 다음 주부터 사회공헌실로 출근해야만 했다"라며 "그는 그렇게 11명의 아나운서를 다른 부서로 보냈고, 그 인력을 대체할 사람들 11명을 '계약직'으로 뽑았다"고 파업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너희들은 최선을 다해 방송했고, 그렇게 우리들의 자리는, 너희의 얼굴로 채워져 갔다"라며 "억울할 수도 있을 거다. 그저 방송하러 들어왔을 뿐인데, 들어오는 방송조차 하지 말아야 하는 거냐 할 수 있겠지. 너희들은 실제로 나에게 와서 미안한 마음을 표시하기도 했다. 나는 그런 너희가 안쓰럽고 또 기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 아나운서는 "이제 어떻게든 MBC에 다시 들어와야겠다며 몸부림치는 너희 모습이 더 이상 안쓰럽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손 아나운서는 "실제 파업이 이뤄졌을 당시 너희들은 대체 인력 역할을 수행했다. 그 자체를 비난하는 건 아니다. 재계약 운운하며 뽑은 이유대로 행동하길 요구하는 당시 경영진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 당시 너희와 같은 처지였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본인의 신념을 이유로 제작 거부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손 아나운서는 "가처분 상태이니만큼 회사에 출근하고, 급여를 지급해주며 법의 판단을 기다려보자는 회사를 너희는 직장 괴롭힘 1호로 지목하고 언론플레이에 나섰더구나"라며 "시대의 아픔이 있고 각자의 입장이 있고 행동에 대한 책임이 있을 터인데 너희가 사인한 비정규직 계약서와 진정으로 약자의 터전에 선 자들에 대한 돌아봄은 사라지고 너희의 '우리를 정규직화 시키라'는 목소리만 크고 높구나. 다가올 1심 판결을 기다려보자"고 말했다.

손 아나운서의 글이 화제가 되자, 박훈 변호사가 SNS를 통해 반박에 나섰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모델이자, 故 김광석 씨 부인 변호를 맡기도 했던 박 변호사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동호(전 MBC 아나운서 국장)는 내치지 못하고 신동호가 채용한 새내기 아나운서들에게 복수하고 있는 저열한 인간"이라며 쓴소리를 남겼다.

손정은 "언론플레이 나선 MBC 계약직 후배들, 더는 안쓰럽지 않아"

박 변호사는"'부역자'들은 부당해고 당해도 싸다는 이 저렴한 논리가 MBC 내부에서 드디어 공개적으로 표출됐다"라며 "16, 17년 들어온 아나운서들은 신동호한테 가서 따지라는 이 같잖은 논리가 복수심으로 똘똘 뭉쳐 이성을 상실케 한다면 MBC의 미래는 어둡기 그지없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앞서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지난 16일 오전 9시 서울고용노동청에 "부당해고를 당했다가 법원 판결로 복직했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7명의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2016~2017년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채용돼 근무하다가 지난해 계약 만료를 이유로 해고됐다. 하지만 서울서부지법에 해고무효 확인 소송과 근로자지위 가처분 신청을 내 지난 5월 승소했다. 이들은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는 법원의 판결이 나온 뒤 같은 달 27일 MBC 상암 사옥으로 복직했다. 그러나 이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복직한 이후로 업무 공간이 아닌 별도 공간에 배치되는 등 사측으로부터 사실상 방치된 상태로 지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YTN PLUS 이은비 기자
(eunbi@ytnplus.co.kr)
[사진 출처 = MBC 손정은 아나운서 인스타그램, 박훈 변호사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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