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곳곳 철거 현장 '아슬아슬'...제도부터 허점

서울 곳곳 철거 현장 '아슬아슬'...제도부터 허점

2019.07.10. 오후 4:38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 진행: 이광연 앵커, 박석원 앵커
■ 출연: 박희재 / 사회부 사건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앞서 시민 인터뷰 중에 잠원동하고 비슷해요라는 대목이 눈에 띄었는데 이번 사고 이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건물 철거 공사 현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YTN이 직접 다른 철거 현장을 가보고 제도적 문제는 없는지 살펴봤는데요. 이 내용 취재한 사회부 박희재 기자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기자]
안녕하십니까?

[앵커]
사실 이번 사고 이후 철거 현장 지나면 뒷걸음질 자연스럽게 치게 되는데 직접 철거 현장을 돌아봤습니다. 현장 상황 어땠습니까?

[기자]
저희 취재진이 가장 최근에 붕괴 사고가 난 서울 서초구에 있는 철거 현장 14곳을 확인해 봤는데 그 가운데 1곳의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4층짜리 건물 현장인데 이 철거 현장은 지하 2층이라 서초구청의 사전 심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육안으로 보기에도 위험한 이런 콘크리트나 철조물 등 위험한 곳이 많아서 콘크리트나 철조물, 잔해물 추락을 막는 이런 이중 가설물이 2층까지만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또 공사 파편이 튀는 것을 가리는 커튼같이 생긴 가림막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찢어져 있거나 건물의 일부만 감싸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현장에서는 바로 바로 치워야 할 콘크리트나 유리 파편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도 그대로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현장에 갔을 때만 해도 고등학생이나 주변 회사원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는데 모두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사실 지금 보신 철거 현장은 모두 사전 심의를 받은 곳입니다. 그래픽을 보시면 알겠지만 사전에 심의를 받은 것은 그나마 서초구에서 5곳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곳은 사전 심의조차 받지 않은 건데 서울시 전체를 봤을 때도 철거 현장 170여 곳 가운데 40곳만 이런 사전 심의 절차를 거쳤습니다.

[앵커]
사전 심의를 거친 것도 문제가 되고 안 거친 것도 많다는 말씀인데 사전 심의 제도가 도입된 배경부터 설명 좀 해 주시죠.

[기자]
그렇습니다. 재작년 1월에 서울 낙원동 호텔 철거가 붕괴돼서 두 분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 뒤에 서울시에서 건축 조례를 개정해 철거 사전 심의제라는 것을 도입했는데 이런 기존 건물에 신축 현장에서만 적용됐던 사전 심의제를 철거 현장에도 도입한 겁니다.

철거계획서를 미리 구청 등에서 심의를 받아서 다음에 안전 기준에 맞도록 공사를 하겠다고 하면 그제서야 의결을 내주는 식입니다. 철거하려는 건물이 지상 5층이거나 지하 2층일 경우 또 높이가 13m보다 높거나 또 지하로 5m보다 깊으면 철거 심의를 받고 허가를 내주는 식입니다. 실제로 저희 취재진이 조례를 담당하는 시청 관계자에게 문의를 해 보니까 이런 심의 안전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 벌금 수천만 원까지 물거나 징역까지 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기존에는 신축 현장에만 적용을 했던 이 심의제가 철거 현장에도 도입이 됐다. 이렇게 제도가 있습니다. 운영이 되고 있는데 어떤 문제점이 있는 겁니까?

[기자]
문제는 철거 계획만 검토하고 있고 현장 점검에 대한 규정은 빠져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잠원동 건물 철거 현장에서도 철거계획서는 이미 심의 의결을 받은 상황이었습니다. 5층부터 철거하도록 하고 무거운 철거 잔해물을 바로 바로 치우고 이른바 잭서포트나 동바리라 불리는 지지대를 쓰도록 행정 지도를 했는데 하지만 실제 현장은 달랐습니다. 철거계획서와 실제 현장 작업의 괴리가 컸는데도 구청 차원의 현장 점검은 한 차례도 없었던 겁니다. 사전 심의는 제대로 이루어졌지만 이런 제도의 허점으로 인해서 사고를 결국 막지 못한 셈입니다.

[앵커]
철거 작업이라는 게곳곳에 위험이 있기도 하고 관리감독이 굉장히 중요한 작업일 텐데 철거 업체가 그 안전을 책임지는 감리사를 직접 고르기도 한다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저희가 실제로 철거 현장에서 감리업을 해 본 시민과 인터뷰를 해 봤는데 철거 업체가 감리자를 직접 고르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합니다. 이런 것을 제지할 방안이 없는 것도 문제인데. 비용을 아껴 빠르게 공사하려는 철거 업체와 좀 시간이 지연되더라도 안전기준에 맞게 공사를 하는지 감시해야 할 감리자는 서로 이해관계가 좀 부딪히지 않습니까. 이런 감리자를 철거 업체가 직접 선정을 하기도 한다는 겁니다. 이번 잠원동 붕괴 사고 때도 철거 업체가 감리자를 직접 추천했다고 얘기를 하던데 이를 막을 제도도 지금은 많이 부실한 상황입니다.

[앵커]
그것을 막을 제도도 없다. 아마 전문가들도 그런 점을 지켜볼 텐데. 전문가와 함께 현장을 둘러봤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해결책을 내놓던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봤는데 우선 전문가들이 문제를 지적하는 부분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1차적으로는 정부가 철거 현장을 관리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였고 여기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직접 현장을 단속하는 게 최선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철거 현장의 감리사들의 책임을 좀 더 높여야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는 안전 규정을 지켰는지 계속해서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데 철거는 건물을 헐고 나면 이런 규정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단서가 사라진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실제로 증거 인멸이라는 표현까지 쓸 정도인데. 또 현재로써는 감리자들이 철거 현장에 대한 전문성이 적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잠원동에서도 감리자가 4층 이상 건물 감리는 처음이라 진술하기도 했다고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건물 신축 현장에 비해 철거 현장 위험성이 건축주에게나 감리자에게나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신축 현장보다 더 감리 비용을 낮게 책정을 하고 그래서 철거 감리에 대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도 이야기했습니다. 또 신축에 비해 철거 공사가 위험하다는 사회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고 그에 따른 감리자의 책임 강화와 그에 알맞는 사회적 비용을 책정해야 한다는 얘기를 이렇게 전해 받았습니다.

[앵커]
전문가 얘기로는 신축에 비해서 철거가 더 위험하다, 이런 인식 전환이 필요하고 제도에 허점이 많다는 게 취재 결과 확인이 됐기 때문에 지금도 늦었습니다마는 이제라도 마련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정부의 현장 단속까지 중요하다는 얘기까지 또 덧붙여주셨는데 지금까지 사회부 박희재 기자와 함께 이 문제 알아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앵커]
수고했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