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검찰, 정태수 '150쪽 유고' 확보...'한보 사태' 내막 담겼나?

[취재N팩트] 검찰, 정태수 '150쪽 유고' 확보...'한보 사태' 내막 담겼나?

2019.07.05. 오후 12:42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1990년대 '한보 사태'의 주역인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지난해 에콰도르에서 사망했다고 검찰이 최종 발표했습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남긴 150쪽 분량의 자필 유고를 분석해 은닉 자산을 추적할 방침인데, 한보 사태 당시 내막이 드러날지 주목됩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신지원 기자!

검찰이 정 전 회장이 에콰도르에서 사망했다고 최종적으로 결론지은 근거가 무엇인가요?

[기자]
무엇보다, 에콰도르 당국에 확인한 내용과 유족 등 주변인들에 대한 조사 결과가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정태수 전 한보 회장의 4남 정한근 씨는 지난달 정 전 회장의 사망확인서와 장례식·화장 비용에 대한 영수증을 검찰에 제출했습니다.

지금 화면에서 나오는 사진이 에콰도르 당국이 확인한 정 전 회장의 사망확인서와 사망등록부입니다.

이를 토대로 우리 검찰이 에콰도르 당국에 진위 확인을 요청했는데, 10여 일 만에 모든 내용이 사실이라고 확인받았습니다.

검찰은 이런 정황을 토대로 정 전 회장이 지난해 12월 1일, 에콰도르 과야킬 시의 한 병원에서 만성 신부전증으로 숨졌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앵커]
이번에 정 전 회장의 장례식 동영상도 공개됐는데, 어떤 내용이 담긴 겁니까?

[기자]
지금 보시는 휴대전화 촬영 화면이 검찰이 언론에 공개한 장례식 동영상입니다.

4남 한근 씨는 각종 서류와 함께 장례식 당일 촬영한 동영상도 제출했습니다.

영상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성이 장례식 제단에 두 번 큰절을 올리는 모습이 담겼는데, 바로 정한근 씨입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입관한 모습 사진까지 입수해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영상과 사진을 촬영한 시기에 한근 씨가 국내에 있던 다른 가족에게도 문자와 사진으로 사망 소식을 전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한보사건 이후 출국금지 상태였던 3남 정보근 씨 등 다른 유족들이 참석하기 어려웠던 만큼 한근 씨 혼자 임종을 지켰습니다.

[앵커]
정 전 회장의 사망 전 행적은 어떻게 파악됐습니까?

[기자]
정 전 회장은 지난 2007년, 한보그룹이 운영하던 강릉 영동대학교의 교비 72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해 5월, 치료 명목으로 해외에 나간다고 했다가 그대로 도주했습니다.

정 전 회장은 도피 직후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거쳐 2010년 무렵 에콰도르에 정착했습니다.

아들 한근 씨가 정 전 회장을 돌보기 시작한 건 2015년 무렵으로 확인됐는데요.

정 전 회장은 키르기스스탄 국적자로, 아들 한근 씨는 미국 국적자로 각자 위조 신분으로 지냈던 만큼, 서류상 친족 관계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근 씨가 정 전 회장의 장례 절차를 책임지기 위해 현지에서 공증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결국, 정 전 회장은 도피 생활 11년 만에 먼 타국에서 '무연고자'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아들 한근 씨는 정 전 회장의 유해라도 국내에 모시기 위해 LA를 통해 입국하려던 과정에서 검찰에 체포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검찰 관계자는 정한근 씨가 부친 이야기를 할 때마다 통곡하다시피 한다며,

아버지를 먼 타국에서 돌아가시게 한 데 회한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정 전 회장이 아들 한근 씨에게 자필 유고를 남겼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도피 직후부터 지난 2015년까지 자필로 쓴 것으로 보이는 150쪽 분량의 유고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고만 밝혔습니다.

아들 한근 씨의 진술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이 이 자필 유고를 토대로 자서전을 남기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근 씨는 이 유고 내용을 직접 컴퓨터로 옮겨 적어서 아는 작가에게 넘긴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YTN 확인 결과 해당 작가도 최근 검찰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자서전 목적으로 작성했다면, 한보그룹 설립 초기부터 IMF와 검찰 수사의 계기였던 5조 원대 부실대출 사건 등 한보 사태 내막이 담겨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검찰은 이 밖에 정 전 회장 일가의 은닉 자산에 대한 단서가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필 유고 내용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앵커]
앞으로 검찰 수사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무엇보다 은닉 자산을 추적해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일과, 남은 범죄 혐의를 수사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지금까지 정 전 회장 앞으로 2천2백억 원대 체납 세금이 있었는데요.

사망이 공식화된 이상, 이를 환수하는 것은 불가능해졌습니다.

다만, 4남 정한근 씨 앞으로 253억 원대 체납 세금이 있고,

3남 정보근 씨도 660억 원대 체납 세금 가운데 불과 수백만 원만 납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만큼 이를 환수하기 위해 정 전 회장 일가의 은닉 자산을 추적하는 작업이 계속될 예정입니다.

이 밖에 국세청은 지난 2001년 재산 국외 도피와 조세포탈 등 혐의로 4남 한근 씨를 고발한 상태입니다.

검찰은 기소 중지됐던 이 사건을 다시 수사하고,

기존에 중단됐던 한근 씨의 횡령 혐의 재판이 재개되는 대로 공소 유지에 나설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검에서 YTN 신지원[jiwonsh@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