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은 신사임당'...어디에 숨었나?

'꼭꼭 숨은 신사임당'...어디에 숨었나?

2019.06.19. 오후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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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 5만 원권이 발행된 지 꼭 10년이 됩니다.

10년 사이 5만 원권의 존재감은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유통되는 지폐 10장 중 여덟, 아홉 장은 5만 원 짜리입니다.

하지만 숨어 있는 5만원권도 많습니다.

발행된 5만원권 중 한국은행으로 회수된 비율, 환수율은 절반 남짓입니다.

발행 6년차였던 2014년에는 1/4 정도만 환수됐습니다.

환수율이 90%이상인 만원권과 차이가 큽니다.

이 때문에 5만원권은 지난 10년 총발행액 200조 가운데 100조원 가까이 시중에 풀여 있는 상태입니다.

시중에 풀려 있다지만 유통이 안되는 5만원권, 이른바 지하에 묻혀 있는 신사임당이 적지 않습니다.

2011년 4월 전북 김제에서는 실제로 땅속에서 5만 원권 현금다발이 발견됐습니다.

밭에서 나무를 옮겨 심던 굴착기 기사가 땅주인으로부터 땅에 묻은 돈을 훔쳐갔다는 의심을 받은 것을 계기로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불거진 사건입니다.

마늘밭에는 땅주인의 처남 형제가 불법 도박사이트 수익금으로 챙긴 5만 원권 22만여 장이 은닉돼 있었습니다.

2013년 국회의원 재선거를 앞두고 5만 원권 600장, 3천만 원이 유력 정치인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적도 있습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이런 주장을 남기고 숨졌고 이후 3천만 원은 음료수 상자에 담겨 전달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비록 이 사건은 무죄로 결론이 났지만 5만 원권 등장 이후 뇌물이 사과상자가 아닌 음료수 상자나 케이크 상자에 담겨 전달되리라는 짐작을 하게 한 계기가 됐습니다.

황당한 은닉 사례들은 세무 당국의 재산 추적 과정에서 종종 드러납니다.

2015년 대구국세청이 탈세 목적의 은닉 재산을 추적하다 전원주택에 설치된 아궁이 안쪽에서 5만원권 만장을 찾아냈습니다.

부동산 경매로 배당받은 수억원을 세탁해 숨겨놓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달에는 싱크대 수납함에서 5만 원권 만여 장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호화 생활을 하는 탈세 의심자 3백여 명의 은닉재산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사례입니다.

양도소득세를 체납한 뒤 추징을 피하기 위해 숨겨둔 현금이었습니다.

이런 사례들처럼 은닉된 신사임당.

전문가들은 5만원권이 지하경제 규모를 늘렸을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5만 원권이 추적 가능한 수표를 급속히 대체했기 때문입니다.

시중에 풀려있는 약 100조원 가운데 수십조원, 많게는 70조가 지하에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옵니다.

대표 화폐로 자리 잡은 5만 원권이 지하경제를 키우는 것을 차단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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