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수돗물의 배신"...100% 인재였던 '붉은 수돗물'

"믿었던 수돗물의 배신"...100% 인재였던 '붉은 수돗물'

2019.06.19. 오후 12:46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가 100% 인재였다는 환경부의 분석에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우선 원인을 간략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정리하면 당국이 평소와 다른 관로로 수돗물을 공급하면서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었습니다.

[김진한 / 인천대 교수. 민관합동조사단 단장 (뉴스가 있는 저녁, 어제) : 수계 전환 과정에서 밸브 조작의 미숙함으로 인해서 압력이 갑자기 가해져서 관로 중에 쌓여 있던 이물질들이 이탈을 하는데 보통 이런 것들이 크게 이탈하지 않으면 2, 3일 정도, 길게는 일주일 정도면 해결이 되는데 이번에는 아마 그 정도가 굉장히 커서 아직까지도 이물질이 이탈하는 과정 중에 있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관로 안의 이물질 등으로 탁해진 물이 흐르고 있는데도 이를 감지해야 할 '탁도계'는 고장이었고, 고장 여부 자체를 인천시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정부 원인조사단이 점검과정에서 확인하고 통보해서 뒤늦게 알게 된 것입니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태 초기 상수도사업본부와 인천시의 대응입니다.

[배선화 /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 부회장 : 처음에 서구에서 먼저 발생을 했잖아요. 서구에서 발생을 한 건 인정을 해 줬었는데 저희 영종 같은 경우는 영종은 서구하고 다르다, 상황이 다르다. 그래서 영종은 아니라고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지금 영종 주민들이 계속 민원을 넣고 하다 보니 이제서야 저번 주나 돼서야 인정을 해 주고... 수도관이 다르대요, 서구랑 영종이랑. 수도관이 다르다고 했는데 저희 쪽에서 알아보니까 수도관이 같더라고요.]

주민들의 강력한 민원에도 인천시는 사태를 축소하는데 급급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검붉은 필터를 들고 와도 시와 사업본부는 '일주일이면 해결된다.', '수질은 문제가 없다.'며 안일하게 대응했고 2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시민들은 붉은 수돗물에 노출되어야만 했습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도 이 점을 지적했습니다.

"인천시 상수도 담당자들이 답을 제대로 못 할 뿐만 아니라 숨기고, 나쁜 말로 하면 거짓말하는 것도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에 따라 박남춘 인천시장은 담당자들의 관리 책임을 물어 상수도사업본부장과 공촌 정수사업소장을 직위 해제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책임을 진다고 해결될 일일까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짚어봐야 합니다.

[김진한 / 인천대 교수, 민관합동조사단 단장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 경험이 부족한 종사자들이 현장에서 작업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보여지고요. 이런 경험 부족이 나타난 주요 원인 중의 하나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과거에 기능직 공무원들이 현장 업무에 배치돼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장기간 근무했었는데 기능직 공무원들이 일반직으로 전환하면서 근무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현장 종사자들의 경험 부족이 이런 상황을 유발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이 비단 수돗물 공급 관로만의 문제일까요?

준공 후 30년이 넘은 저수지가 96%에 이르고, 지하시설물인 송유관 98%, 통신구는 91%가 20년 이상 됐습니다.

지금도 노후화된 시설물에 업무 경험이 부족한 담당자가 투입되어 있지는 않을까요?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