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YTN 제압 위해 민영화 추진"...정보경찰, '좌편향' 낙인 문건 확인

단독 "YTN 제압 위해 민영화 추진"...정보경찰, '좌편향' 낙인 문건 확인

2019.05.23. 오전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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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사권 조정 논란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바로 정보경찰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입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당시, 정보경찰은 여당의 선거 승리를 위해서 온갖 불법 활동을 서슴지 않았는데요.

선거 개입에 이어 노골적인 언론 사찰과 장악 음모가 담긴 경찰 문건이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YTN을 좌편향 방송으로 낙인찍고, 민영화 추진 계획까지 만들어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YTN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전준형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두 후보 간 경합을 보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근혜 후보 46.1~49.9%, 문재인 후보 49.7~53.5%입니다."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 개표 방송.

YTN은 유권자 사전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당선자 예측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공인된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한 일반적인 개표 보도였지만 당시 경찰은 야권 후보 당선을 예측했다는 이유 하나로 YTN을 좌편향 방송이라고 낙인찍었습니다.

이후 박근혜 정부 정보경찰은 YTN 좌편향이 심각하다며, 근본적 대책 필요하다는 문건을 작성했습니다.

시기는 2014년 9월 무렵입니다.

YTN이 단독 보도한 국정원의 댓글 조작이나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의 최초 교신 내용 은폐 의혹 등 비판보도를 좌편향 근거로 들었습니다.

언론의 정당한 권력 감시 역할을 두고 좌편향 기조가 노골화되고 있는 증거라고 낙인을 찍은 겁니다.

또 YTN 뉴스에 출연한 수많은 패널 가운데 지금은 민주당 국회의원이 된 이철희 당시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과 최창렬 용인대 교수의 출연을 문제 삼아 좌편향 근거로 드는가 하면,

YTN 직원의 40%가 특정 지역 출신이라서 야권에 호의적이라는 허무맹랑한 논리도 만들어냈습니다.

[이철희 / 더불어민주당 의원 : 저도 모르는 새 어딘가에서 평가를 하고 이건 어떻게 보면 사상검열이잖아요…개인적으로 좀 불쾌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 보면 지금 시대에 저런 일이 있었다는 게 좀 황당하기도 합니다.]

정보경찰의 불법 활동은 이 같은 방송 사찰과 낙인찍기에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당시 YTN 배석규 사장은 대외적인 존재감도 크지 않고 조직 장악력도 떨어져 한계가 있다며, 보수 성향의 강단 있는 사장이 필요하다고 훈수를 둡니다.

또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 과정에서 해고된 YTN 기자들의 복직 문제는 원칙 대응 기조를 유지해야 YTN 노조를 제어할 수 있다고 주문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정보경찰은 YTN 등 언론사의 지배구조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합니다.

YTN을 비롯해 KBS와 서울신문 등 정부 소유 언론사들은 경영진이 조직을 장악하는 게 쉽지 않아 좌편향이 심각하다며, YTN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합니다.

특단의 조치란 YTN 정부 지분을 팔아 넘기는 민영화 전략으로 확인됐습니다.

YTN의 정부 지분이 38%에 불과해 민영화 절차도 복잡하지 않다며, 구체적인 전략까지 마련했습니다.

먼저 언론학 교수 등을 내세워 보도전문채널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부각하는 등 사전 여론화 작업까지 깨알같이 조언했습니다.

이번에 확인된 YTN 사찰 문건은 단순 동향 보고를 넘어, 경영진 인사와 지배구조 문제까지 다룬 방송 장악 종합판이나 다름없습니다.

당시 정보 경찰은 이 같은 문건을 '정책정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청와대에 보고했습니다.

YTN 전준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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