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없앴으면"...괴로운 스승의 날

"차라리 없앴으면"...괴로운 스승의 날

2019.05.14. 오후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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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은 '스승의 날'인데요.

언젠가부터 매년 5월 15일은 교사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날이 됐습니다.

아예 하루 쉬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학교들도 있는데,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 가운데 약 5.8%인 694개 학교가 스승의 날인 내일 재량 휴업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지난 2016년 부정청탁 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스승의 날은 더욱 부담스러운 날이 됐는데요.

예를 들어 생화 카네이션을 전교 회장이나 반장 같은 학생 대표가 공개적으로 교사에게 주는 건 괜찮지만, 학생 개인이나 학부모가 주는 건 안 됩니다.

또, 학생들이 돈을 모아 교사에게 선물하는 건 5만 원 이하라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와 함께 권익위는 기간제 교사의 경우 교원에 해당해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 되지만, 방과 후 교사는 교원이 아니라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놔 씁쓸한 마음마저 들게 합니다.

중등교사노조는 스승의 날을 법정기념일에서 제외하고, 민간기념일로 바꿔달라고 교육부 장관에게 요청하기도 했는데요.

법정기념일이어서 학교에서 마지못해 행사를 치르는 '고욕의 날'이 됐다며, 본래 스승을 공경하는 취지를 살려달라는 겁니다.

또 스승의 날보다 교사의 전문성과 지위를 향상하기 위한 '교사의 날'을 제정해달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스승의 날을 폐지해 달라. 폐지가 힘들면, 차라리 '교육의 날'로 바꿔 달라"는 현직 교사의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습니다.

[정성식 /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어제) : 현장의 많은 선생님들이 (스승의 날을) 부담스러워하더라고요. 오죽하면 재량 휴업일로 운영하고 있는 학교들도 있고요. 원래 교육기본법에 교육 당사자를 학생, 보호자, 교원, 이렇게 3 주체로 두고 있는데, 그러면 같이 교육의 날로, 요즘 교육이 죽었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1년에 하루만이라도 교육 당사자들이 교육의 의미를 같이 생각해보면 좋지 않을까….]

차라리 스승의 날을 학기 초가 아닌 학기 말로 바꾸자는 제안도 나오면서 스승의 날 존폐와 시기 등을 두고 논란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스승과 제자가 서로를 생각하며 나눌 수 있는 그 마음 자체일 겁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옛 은사님들께 전화 한 통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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