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그룹 회장 '성 접대' 의혹..."윤중천과 해병대 인맥"

중견 그룹 회장 '성 접대' 의혹..."윤중천과 해병대 인맥"

2019.04.23. 오전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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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학의 사건의 발단이 된 윤중천 씨의 원주 별장.

검찰과 경찰을 비롯한 고위직 공무원은 물론 군 장성부터 기업가까지 드나들며 성 접대를 받아왔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연 매출 수조 원대의 중견 그룹의 회장도 성 접대를 받았다는 폭로가 나왔습니다.

이 사건 취재한 홍성욱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홍성욱 기자!

윤중천 씨와 문제의 중견 그룹 회장 연결 고리를 어떻게 찾았습니까?

[기자]
김학의 전 차관이 나온 문제의 동영상 속 별장에서 단서를 찾았습니다.

강원도 원주, 윤중천 씨의 소유로 있던 별장의 등기부 등본을 확인했는데요.

지난 2010년 윤 씨는 이 별장을 담보로 이 모 씨에게 2억5천만 원을 빌립니다.

등기부 등본에 등장한 이 모 씨, YTN 취재 결과 연 매출 2조 원의 중견 그룹 이모 회장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중견 그룹의 회장이, 건설업자에게 수억 원을 빌려준 이유가 궁금해지는데요.

[기자]
취재를 이어가면서 윤 씨와 이 회장의 또 다른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윤중천 씨 한방천하 분양 사기 사건과는 별도로 지난 2006년 서울 목동에 부동산 개발 사업을 추진합니다.

역세권 노른자 땅에 고급 빌라 단지를 지을 계획으로 저축은행에서 320억 원을 부정 대출받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사업을 함께한 사실상의 파트너가 바로 S그룹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윤씨가 개발하려고 했던 땅 일부를 S그룹이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YTN이 입수한 지난 2013년 경찰과 검찰의 당시 수사 기록에도 윤씨가 해당 그룹 측과 구두 계약을 맺고 수백억 원짜리 개발 사업을 진행했다는 진술도 확인했습니다.

이런 정황은 목동 지역의 부동산 업자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는데요.

부동산 업자의 말 들어보시죠.

[목동 지역 부동산 업자 : 이 회장이라는 사람도 윤중천이 필요했던 거에요. 이게 사업을 해서 팔아야 하니까, 서로가 악어와 악어새와 같이 필요한 거야. 윤중천 씨는 (S그룹 땅) 인수를 하면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잖아요.]

[앵커]
그런데 윤 씨와 이 회장이 단순한 사업 파트너가 아니라는 폭로가 나왔죠?

[기자]
취재진이 해당 사건의 인물들을 만나던 중 뜻밖에 제보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바로 해당 그룹의 전 관계자였는데요.

윤중천 씨가 해병대 출신인 것을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 회장도 해병대 장교 출신으로 해병대 인맥을 통해 알게 됐다는 겁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폭로가 이어졌는데요.

윤 씨의 원주 별장에서 10여 차례 성 접대를 받았고 관련 사진은 물론 동영상까지 있다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또, 직원 워크숍 명목으로 회삿돈 2천500만 원이 윤 씨에게 지출되기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전 그룹 관계자의 말 들어보시죠.

[前 S그룹 관계자 : 자기 개인 성적 취향을 위한 것을 법인으로 비용처리 한 곳은 여기밖에 없을 거예요. 자기가 돈을 주면 문제가 될 것 같으니까 법인 비용으로 처리했죠.]

[앵커]
해당 그룹 회장이 과거 윤중천 리스트에 등장한 것은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됐었는데요. 해당 그룹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해당 그룹을 통해 성 접대 의혹에 대한 답변을 서면으로 받았는데요.

오래전 지인의 소개로 윤 씨를 알게 됐고 사업상 돈이 필요하다고 해 빌려준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별장도 몇 차례 방문한 것도 사실이지만, 성 접대를 받은 적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지난 2013년 경찰 수사 당시에도 윤중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 회장에 대해 경찰이 확인 작업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윤씨가 입을 닫으면서 둘의 관계는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이 회장이 성범죄를 함께 한 공범인지, 윤중천의 늪에 빠진 피해자인지는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성범죄의 장소로 사용되고 사회 고위층에게 향응을 제공한 장소로 의심되는 원주 별장.

별장 성범죄 사건이 불거진 2013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윤 씨가 별장을 이용해 사기 행각을 벌인 정황도 확인됐다고요?

[기자]
문제의 별장은 모두 6채.

2013년 별장 성범죄 파문이 터지고 3년 뒤 별장 4채가 윤 씨 지인 2명에게 넘어갑니다.

경매로 나온 별장을 사면 돈을 다시 돌려준다는 윤 씨의 약속이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2017년에도 한 채가 또 공매로 넘어갔는데, 이번엔 윤씨가 수도를 끊고 협박을 일삼아 들어올 수 없었습니다.

별장 명의자의 말 들어보시죠.

[별장 명의자 : 누구든지 거기 들어오기만 해보래요. 다 총으로 쏴 죽이고 못 살게 한대요, 자기가.]

[앵커]
말만 들어도 황당한데요.

별장을 둘러싼 사기극인 셈이군요.

[기자]
2013년 경찰과 검찰 수사가 흐지부지 끝나면서 별장을 둘러싼 윤 씨의 사기극이 6년째 이어진 겁니다.

지금까지도 윤 씨는 친척 이름으로 낙찰받은 별장 1채에 관리인을 고용해 살게 하면서 6채 전체를 무단 점유하고 있습니다.

별장에서 딸 결혼식을 여는가 하면 문서와 도장을 위조해 펜션 영업까지 했습니다.

호화 별장을 가진 재력가로만 알고 윤 씨 사업에 투자했다가 수억 원을 날린 피해자까지 생겼습니다.

검찰 수사단은 윤 씨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위해, 최근 별장 명의자 등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지금까지 이슈 팀에서 YTN 홍성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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