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예멘 난민 이주 1년’ 지금 제주 난민들은?

‘제주도 예멘 난민 이주 1년’ 지금 제주 난민들은?

2019.04.22. 오후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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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예멘 난민 이주 1년’ 지금 제주 난민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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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신혜인 유엔 난민기구 공보관

‘제주도 예멘 난민 이주 1년’ 지금 제주 난민들은?

- 제주 예멘 난민 5백 명 중 백여 명만 제주 거주
- 단 2명만 난민 지위 인정받아, 412명은 인도적 체류
- 난민 대부분 단순 노무직 종사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벌써 작년 봄이죠. 500여 명의 예멘 난민 신청인들이 제주로 도착하며 난민에 대한 이야기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분들이 한국에도 난민이 있느냐, 라는 반응을 할 정도로 난민에 대한 인식이 없었죠. 그래서인지 이 난민들을 우리 사회가 받아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로 찬반 논란이 뜨겁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났습니다. 이분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오늘 열린라디오YTN 에서는 제주 예멘 난민 이주 1년을 맞아서 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유엔 난민기구의 신혜인 공보관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신혜인 유엔 난민기구 공보관(이하 신혜인)> 네, 안녕하세요.

◇ 김양원> 제주 예멘 난민 신청인들의 난민 심사는 작년 12월에 끝났다고요?

◆ 신혜인> 네.

◇ 김양원> 최종 결과도 발표됐을 텐데, 어떻게 됐습니까?

◆ 신혜인> 네, 총 484명이 난민 신청을 했었는데요. 이중에 심사 도중 출국하신 분들을 제외하고, 470명에 대한 난민 심사 결과 발표가 있었고요. 이중에 절대 다수죠. 412명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으셨고, 56명은 불인정되셨고, 2명은 난민으로 인정되셨습니다.

◇ 김양원> 찬반 논란이 그렇게 뜨거웠는데요. 그중에 두 분만이 난민으로 인정받으셨고, 412명은 인도적인 체류 허가를 받으셨군요. 인도적 체류. 이게 우리나라에서는 인도적 체류라는 게 낯선데, 난민 인정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 신혜인> 일종의 준난민 지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런 자격을 한국에서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많은 국가들이 운영을 하고 있는 자격인데요. 난민법상으로는 난민에 해당하지 않지만, 이분들의 본국에 내전이나 정치적인 불안으로 인하여 송환되었을 때 박해나 생명의 위협이 있는 경우에 여전히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서 이런 자격을 드리는 겁니다. 그런데 난민하고는 체류 자격이 조금 달라요. 난민 인정자 같은 경우는 F2 비자를 받게 되시고, 비교적 안정적인 체류 자격을 받으시는 반면, 인도적 체류 허가자들은 G1 비자를 받게 되거든요. 이 자격은 1년마다 연장도 해야 하고, 또 취업을 하려면 별도의 취업 허가가 필요해서 난민에 비하면 조금 상대적으로는 불안정한 체류 자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김양원> 어떻게 보면 이분들을 우리들이 준난민이라고 표현해도 될까요?

◆ 신혜인> 네.

◇ 김양원> 그러면 412명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으셨고, 두 분만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으신 건데, 이분들 지금 국내에서 지내고 계시는 거네요?

◆ 신혜인> 네, 그렇죠.

◇ 김양원> 제주에서 계속 계신가요?

◆ 신혜인> 저희가 알기로 불인정되신 56명 포함해서 한 100명 정도만 제주도에 체류하고 계시고요. 나머지 인도적 체류 자격을 받으신 분들은 보다 일자리를 구하기 수월한 도시 지역으로 이동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양원> 그러면 500명 가까운 분들 중 100명 정도만 제주에서 살고 계시고, 다른 분들은 아무래도 일자리가 더 많은 다른 도시로 이주를 하셨군요. 어떻게 생활하고 계신가요?

◆ 신혜인> 저희 기구가 제주도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신 가족분들을 만나본 결과는 예멘 분들이 유독 성실하시고, 그리고 현지 통합에 대해서 노력을 많이 하시는 분들이에요. 그래서 한국어 교육도 대부분 꾸준히 계속 받고 계시고, 일자리에서도 비교적 적응을 잘하셔서 동료들과도 가깝게 지내시고, 적응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양원> 다행이네요. 경제적인 생활을 위해서는 일을 하셔야 할 텐데, 실제로 이분들이 어떤 직업에 종사하고 계신가요?

◆ 신혜인> 사실은 작년에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인들 같은 경우는 대부분이 고학력이고, 전문직 종사자였어요, 자국에서는요. 그런데 이분들의 경력이나 학력을 한국에서 인정받기가 어렵고, 그리고 언어 장벽이 있고, 이러다 보니 불가파히게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게 되시는데, 이 업종들이 노동 강도도 높고, 그렇다보니 오히려 일손이 부족한 직종들인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이분들이 취업난에 부담되시는 게 아니라 역으로 한국 경제에 기여를 하고 계시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양원> 그렇군요. 또 한 가지 당시 1년 전에, 예민 난민들 관련해서 논란이 되었던 부분들이 제주 현지에서도 주민들이 반대한다, 이런 이야기 때문에 왜 제주로 오느냐, 이런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이분들과 함께 생활하시면서 현지에 계신 주민들의 인식도 변화가 있었나요?

◆ 신혜인> 네,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되고요. 사실 제주도가 난민 신청자들이 많이 오는 그런 곳은 아니고, 사실은 휴양지잖아요.

◇ 김양원> 관광지죠.

◆ 신혜인> 그래서 처음에는 우려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저희가 하는 말 중에 살면서 단 한 명의 난민이라도 직접 만나본 사람은 절대 난민을 배척하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요. 마찬가지로 제주도에서도 이분들과 함께 일을 해봤거나 만나봤거나 얘기를 해보면, 난민이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한 이해가 생기고, 또 어떤 이유 때문에 예멘에서 멀리 한국까지 올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게 되면서 오히려 난민을 직접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이나 오해, 이런 것을 안타까워하는 이런 분들이 많았어요.

◇ 김양원> 아마 우리 사회에 이것도 일종의 편견이고, 혐오죠. 중동 지역 분들에 대한 편견 때문에 당시에 이런 이야기가 있지 않았나 싶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런 말씀을 해주셨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그게 아마 이해가 부족해서 생긴 오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또 예멘에서 한국 제주까지 오신 분들에 대해서 이분들이 힘없고, 가난하고, 어찌 보면 불량한 사람들 아니야? 이런 인식이 많았던 것 같은데요. 예멘에서 여기까지 오시는 분들. 어떤 분들이었나요?

◆ 신혜인> 일단은 한국에서 94년부터 이미 난민들을 받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들을 한국이 처음으로 가깝게 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런데 이분들에 대해 오해를 하는 것이 난민인데, 난민은 가난한 사람들인데, 왜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브랜드 신발을 신고 있고, 이런 오해들까지 있었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난민은 가난한 사람들, 헐벗은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나라 같은 경우도 사실은 분단국이고, 아직 종전이 되지 않은 국가잖아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만 만약에 한국에 전쟁이 일어난다고 했을 때,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당연히 많은 재산을 챙겨서 핸드폰을 가지고 어딘가로 도피를 하겠죠. 그래서 그런 평범한데 어쩔 수 없이 집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이해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그리고 한국까지 오신 예멘 분들 같은 경우는 사실은 그나마 여력이 되고, 재산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먼 곳까지 오실 수 있는 겁니다.

◇ 김양원> 자비로 다 오시는 거죠?

◆ 신혜인> 네, 그렇죠.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인데, 가난한 사람만 난민인데, 저 사람들은 난민이 아닌 것 아니야? 이것은 난민에 대한 이해나 정의 자체가 잘못되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양원> 지금도 우리나라에 계속 난민 신청자들이 옵니까?

◆ 신혜인> 네, 그렇습니다. 이게 한국뿐만 아니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에요. 국제사회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분쟁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다 보니까 난민들은 세계적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거든요. 94년부터 현재까지 철회하신 분들 포함해서 난민 신청자가 5만 1000명 정도 되고, 이중에 난민이 950명, 인도적 체류 허가 받으신 분들이 2000명 정도 돼요. 그런데 수치만 봐도 2015년에 대한민국에 난민 신청했던 분들이 5700명 정도였는데, 3년 뒤인 작년이죠. 2018년에 이 숫자가 1만 6000명으로 증가했어요. 그러면 한국과 같은 분쟁지역이나 저희가 말하는 난민 발생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국가들도 이제 전 세계적인 불안정, 계속해서 난민과 이주민이 발생하는 현상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거죠.

◇ 김양원> 그런데 왜 그때 제주 난민 500명 가지고 그렇게 이야기가 많이 됐던 거죠?

◆ 신혜인> 그러게요.

◇ 김양원> 그때도 그분들 외에도 다른 분들도 이미 있었던 건가요?

◆ 신혜인> 네, 여전히 많이 있고요. 예멘 난민 신청자가 대한민국에 도착한 난민 중에 절대 다수도 아니에요. 굉장히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오는데, 저희가 생각하기로는 일단 제주도 자체가 난민들이 많이 유입되는 지역이 아니었고, 그리고 500명 정도가 비교적 단기간에 같은 국가에서 도착을 했잖아요? 그래서 이게 아마 눈에 띄지 않았을까. 또 출도가 제한되면서 제주도에 묶여 계셨잖아요. 상당 시간을. 아마 국민들이 그래서 갑자기 주목하게 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양원> 작년만 해도 1만 6000명이 되는 분들이 우리나라에 난민 지위 신청을 하셨다고요. 제가 조금 놀라운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신청을 하고 계셨군요. 우리나라가 유독 많은 건가요?

◆ 신혜인> 아니요. 그렇지 않고요. 오히려 우리나라에 난민 신청을 하거나 혹은 난민으로 인정받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는 굉장히 극소수고요.

◇ 김양원> 1만 6000명이라는 숫자가 극소수다?

◆ 신혜인> 네. 전 세계적으로 난민 등 저희가 보호대상자라고 부르는데요. 그 안에 난민 신청자도 있고, 인도적 체류자도 들어가겠죠. 이런 분들이 6800만 명에 달하고요. 그리고 많이 오해가 있을 만한 보도들이 있었던 것이 유럽이나 북미 같은 국가들이 난민에 대해 적대적인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렇게 보도가 되었지만, 그런 국가들도 여전히 매해 재정적 제도나 여러 가지 제도를 통해서 수만 명의 난민을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한국 같은 경우는 여전히 난민들이 굉장히 많이 오는 국가다, 이렇게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 김양원>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제주 예멘 난민 1년을 맞아서 오늘 이 문제를 함께 생각해봤는데요. 1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저희가 사실 너무 몰랐던 것 같아요. 잘 몰라서 그래서 너무 경솔했던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드는데요. 이제 우리에게도 가까운 현실이 된 난민입니다. 앞으로도 이 이야기 공보관님과 함께 얘기해볼게요. 공보관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신혜인> 네,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유엔 난민기구의 신혜인 공보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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