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속 3.1 만세시위, 검증 안된 내용 수두룩

교과서 속 3.1 만세시위, 검증 안된 내용 수두룩

2019.03.25. 오전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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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역사적 의미를 기리는 움직임이 사회 각계에서 일고 있습니다만, 정작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 교과서에는 3.1 만세 시위와 관련된 오류가 적지 않습니다.

현행 한국사 교과서를 분석해보니, 사실과 다르거나, 검증이 제대로 안된 내용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함형건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현행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여덟 종류는 모두 3.1 운동의 배경 중 하나로 당시 미국 윌슨 대통령의 민족 자결주의 원칙을 들고 있습니다.

한 교과서는 "1919년 미국 윌슨 대통령이 파리 강화 회의에서 민족 자결주의를 제창했다" , 즉 처음 선언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윌슨 대통령이 민족자결주의를 처음 발표한 것은 미국 의회에서였고 시점도 1918년 1월이었습니다.

일부 교과서는 3월 1일 이후 만세 시위의 확산 과정을 설명하면서 경성에서 시작됐다고 얘기하고 있고, 또 다른 교과서 역시 서울에서 시위가 시작되어 퍼졌다고 설명합니다.

그것보다는 서울을 포함한 다수의 지역에서 시작됐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합니다

100년 전 3월 1일 만세 시위가 일어난 곳을 국사편찬위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같은 날 평양, 진남포, 안주, 선천, 의주, 원산, 해주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더욱이 선천은 서울보다 1시간 먼저 만세 시위를 시작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서울에서만 만세시위가 먼저 시작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한국사 교과서는 3.1 만세 시위에 참가한 사람은 2백 만명, 사망자는 7천 5백 여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국사편찬위는 최근 3.1 운동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하며 만세 시위 참가자는 100만 여명, 확인된 사망자는 900여 명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앞으로 관련 숫자가 더 늘어날 여지는 있지만, 현재까지 나온 3.1 운동 자료 중에서 가장 종합적이고 실증적인 데이터로 꼽힙니다.

[박찬승 / 한양대학교 사학과 교수 : 이번에 국사편찬위원회에서 3.1운동 데이터베이스를 만들면서 그 자료들을 토대로 전체적인 통계를 처음으로 만들어본 것입니다. 그것을 토대로 해서 교과서도 새로 쓰여질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떤 교과서는 당시 존재했던 고종의 독살설을 3.1 운동 관련 챕터에서 별도 코너로 자세히 다뤘습니다.

사학계에는 고종의 독살 소문이 맞다고 주장하는 일부 시각도 있지만, 반대로 그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의견이 많습니다.

3.1 만세시위의 역사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방대하고 복잡한 당시의 실상을 정확히 정리하는 작업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일수록 사실로 검증된 내용와 통계를 기반으로 더욱 엄밀한 팩트 체크가 필요합니다.

YTN 함형건[hkhah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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