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생방송서 윤지오씨에 '장자연 명단' 실명 요구 논란

MBC, 생방송서 윤지오씨에 '장자연 명단' 실명 요구 논란

2019.03.19. 오전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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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생방송서 윤지오씨에 '장자연 명단' 실명 요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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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데스크' 진행 앵커가 고(故) '장자연 문건'의 유일한 목격자로 알려진 윤지오씨에게 최근 진술한 '장자연 리스트' 속 인물의 실명을 공개하라고 거듭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8일 MBC '뉴스데스크'는 고 장자연씨 사건과 관련해 증인 윤지오씨와 생방송 인터뷰를 가졌다. 앞서 윤씨는 지난 12일 대검찰청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 참고인 조사에서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해 언론인 3명과 정치인 1명의 실명을 진술했다.

이와 관련해 MBC 왕종명 앵커는 "윤지오씨가 언급하신 장자연씨가 작성한 문건에 방씨 성을 가진 3분 그리고 이름이 참 특이한 정치인이라고 했다"라며 "진상 조사단 측에는 이야기를 하신 거죠. (명단을) 공개하실 의향이 있는지?"라고 생방송에서 실명 공개를 요구했다.

이에 윤씨는 "아시다시피 저는 지난 10년동안 일관되게 진술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미행에 시달리고, 몰래 수차례 이사를 한 적도 있고, 결국엔 해외로 도피하다시피 갈 수밖에 없었던 정황들이 있다. 귀국을 하기 전에도 한 언론사에서 저의 행방을 묻기도 했다. 오기 전에 교통사고가 두 차례도 있었다"라며 "이런 여러 가지 정황상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말씀을 드리지 않는 것을 앞으로 장시간을 대비한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분들을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말씀을 드리지 않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실명 공개 후 저를 명예훼손으로 그분들이 고소하면 저는 더이상 증언자가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그들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 저는 그분들에게 단 1원도 쓰고싶지 않다"고 실명 공개를 거절했다.

그런데 윤씨의 거절에도 왕 앵커는 거듭 실명 공개를 요구하며 "고소는 될 수 있다. 피고소인은 될 수 있다. 그럼 제가 이런 말씀을 드려보겠다"라며 "검찰 진상조사단에 나가서 명단을 말하는 것과 지금 이렇게 생방송으로 진행 중인 뉴스에서 이분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고, 어쩌면 윤지오씨가 용기를 내서 장자연씨 죽음에 대해서 좀 더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 어쩌면 이런 생방송 뉴스 시간에 이름을 밝히는 게 오히려 더 진실을 밝히는 데 더 빠른 걸음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고 반문했다.

거듭된 요청에 윤씨는 "제가 발설하면 책임 져 주실 수 있나?"라고 말했고 이에 왕 앵커는 "안에서 하는 것은 저희가 어떻게든 지간에..."라고 답변하자 윤씨는 더욱 자신의 입장을 확고히 밝혔다.

윤씨는 "안에서 하는 건 단지 몇 분이고 그 후로 저는 살아가야 하는데, 살아가는 것조차 어려움이 많이 따랐던 것이 사실이고 이 부분에 대해서 저는 검찰, 경찰에 다 일관 되게 말했다"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 경찰이 밝혀내야 하는 부분이고 공표해야 하는 부분이 맞다. 나는 일반 시민으로서 증언자로서 내가 말씀드릴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거절 이유를 정확히 밝혔다.

이 같은 인터뷰가 나가자 누리꾼들은 생방송에서 윤씨가 충분히 심리적 압박감을 느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듭 실명 요구를 한 것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MBC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왕 앵커의 사과 및 하차를 요구하는 글 또한 올라오고 있다.

게다가 이날 MBC '뉴스데스크'는 85분 확대 편성을 한 첫날이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더 큰 실망감을 안긴 것.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가 만든 '성폭력·성희롱 사건 보도 공감 기준 및 실천 요강'을 살펴 보면 '피해자 보호 우선하기'라는 항목이 있다.

'피해자 보호 우선하기' 항목에는 "언론은 피해자의 권리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피해자 보호에 적합한 보도방식을 고민하여야 한다"라며 "성폭력은 사회적, 경제적, 신체적으로 상대적으로 약한 지위에 있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폭력임을 감안하여, 피해자에 대한 지나친 사실 확인 등 형식적인 객관주의를 경계하고,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태도로 보도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취재 시 주의사항' 항목에서도 "보도를 전제로 하는 경우 보도 이후 예상되는 2차 피해 등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한다", "피해자에게 사건 발생의 책임을 떠넘기거나 입증책임을 지우는 질문을 삼간다" 등을 명시하고 있다.

윤씨는 이미 수차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설 경호를 하고 있다고 밝혔고 신변에 위협이 있다고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충분히 2차 피해 등이 예상되는 질문이었으나 MBC 측이 이를 충분히 감안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YTN PLUS 이은비 기자
(eunbi@ytnplus.co.kr)
[사진 출처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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